by 다람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책 쓰기 코칭 강사에게 물었단다. “책에 욕설을 쓰면 안되나요?” 강사는 책에는 반드시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한다고 뻔한 답을 했다. 그런 법이 어딨나? 희한하게도 대중들은 책을 마치 윤리 교과서처럼 여기는 풍조가 강하다.


나는 그 무조건적인 우상화를, 도리어 다양하게 읽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마치 신주 단지처럼 모시는 고전들도 찾아보면 재기발랄하고 도발적인 내용들이 허다할 것이다.


“고전이란 아무도 읽지 않았지만 누구나 읽은 척하는 책이다”라고 말한 마크 트웨인의 어록이 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역시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에는 니거nigger라는 단어가 300번 이상 나온다. 물론 이는 단순히 흑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도리어 인종차별의 해악을 부각한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사실상 욕설만 300번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미국의 대문호조차 책에 욕을 서슴없이 쓴다.


내가 영어 문맹이라 잘 몰라서 그렇지 짐작컨대 연설가이자 달변가였던 마크 트웨인은 아마도 일상은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도 욕을 무지하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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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욕설이 아니라 이를 다루는 작가의 문학적 재능이라고 본다. 정교한 장치와 탁월한 예술성만 있으면 된다. 그야말로 소재는 전방위적으로 무제한에 가까워야 한다는 주의다.


그게 (이제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섹스든 패륜이든, 하다못해 입에 담지도 못할 죄악이든 말이다. 종종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를 비난하는 자들이 있다.


어긋난 애욕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합리적인 문학적 비판을 했다면 모를까 소재를 두고 비난하는 자들은 그 어떤 문학 작품도 읽어서는 안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사서삼경을 읽어라. 그런데 웃긴 건 또 그런 거룩한 내용들은 재미없다고 읽지도 않는다.


오늘날 많은 한국 도서들이 마치 거세된 개 마냥 도발적 추동성이 사라진 까닭은 전적으로 독자의 탓이 크다. 게다가 너무나 많은 ism들이 유입되면서 작가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지난 세기가 군부 정권에 의해 자행된 노골적 문화 탄압이었다면 현재는 아주 교묘한 대중 독재 탄압의 시대다. 폭력적일 정도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야 할 작가들이 자기 검열에 빠져 맹탕같은 한없이 착한 글만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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