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잠이 옵니까?

by 다람


내 평생 별의별 책을 봤지만 故 홍사덕 의원(이하 존칭 생략)의 이 책 표지만큼 컬트적인 분위기는 본 적이 없다.


은근한 광기 스멜이 팍팍 풍기는 코미디의 기운을 나만 느낀 것은 아닌지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각종 짤방으로 합성되곤 했다.


그뿐인가? <지금 잠이 옵니까>라는 가히 전무후무한 제목은 온갖 패러디로 변주되어 온갖 학교 학급의 급훈으로 쓰이곤 했다.

다만 애석한 점은 이 책의 전문全文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진작에 절판됐으며 아무리 기를 쓰고 중고 서적으로 구입하려 해도 매물이 안 나와 도저히 구할 방도가 없다.


애써 연출한 듯한 흡사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과 굳게 앙 다문 입은 나르시시즘의 극치다.


흡사 "그냥 내가 짱이다. 이 호구 새끼들아!"라는 근자감의 포스가 강렬하게 풍겨온다.


나 역시 언젠가 단독 저서를 쓰면 이 컨셉으로 코미딕하게 표지를 찍어볼까 생각한 적이 없는데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다.


어설프게 글 쓴답시고 목에 힘주고 가오 잡을 바엔 차라리 사람들을 웃기기라도 해볼까란 그런 선량한 심정이었으나 천성이 소심한 고로 차마 그렇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어찌 됐든 홍사덕이 인물은 인물이었던 셈이다.


생전의 그는 한때 당시 노무현 참여 정부의 미온적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며 본인이 직접 사병으로 근무하겠다는 으름장을 날린 적이 있었다.


결과는 우리 모두 잘 알듯 허무하게도 불발이었다. 대한민국 국방부의 군법은 고령의 남성을 사병으로 징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 의원이 이를 몰랐다면 철저한 무지고, 알았다면 한낱 정치 쇼다. 사실 짜고 치는 고스톱 정도로 여기는 게 대중적 인식이었으나 오로지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그가 2020년 향년 77세로 별세하면서 진실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게 됐다.


평생 정계 주변을 겉돌며 권력을 추구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한편으로 한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헛되고 허망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생각하는 단군 이래 가장 충격적인 책 표지는 앞서 밝혔듯 홍사덕 의원이고 시선을 대중 음악계로 돌리면 한대수 1집이다.

물론 한대수 1집은 <지금 잠이 옵니까>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시퍼런 유신 정권에 정면으로 대항한 저항적인 스피릿이 한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코믹은커녕 전위적인 예술 사진의 극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 가치를 떠나 내게 있어 한대수 1집보다 홍사덕 책이 더 귀한 이유는 한대수 1집은 한국 대중 음악 명반으로 추대돼 여전히 마켓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반면 홍사덕 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결코 구매할 수 없는 까닭이다.


마음 같아서는 웃돈이라도 얹어 주며 사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언제나 다소 황당한 컬트적인 책을 사 모으며 귀하게 소장하는 편이다.


결코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대부분이 차마 소장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책들을 애써 구해 서가에 꼽아 넣는 것이 내 유일한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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