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지하철 1호선 레전드>로 일컬어지는 컬트적인 각종 노인들의 추태 영상엔 반드시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라는 댓글이 달려 있다.
농반진반인 조롱성 댓글이다.
'낭만과 야만의 시대'였던 8~90년대 영상에도 동일한 댓글이 달려 있다. 단순히 조롱을 떠나서 본질적 정답에 가깝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은 쥐와 바퀴벌레다. 운석 충돌, 빙하기 등 무수한 온갖 변화를 이겨 내고 결국 끝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과학자들 역시 입을 모아 "핵 전쟁이 벌어지면 살아남는 건 쥐와 바퀴벌레뿐"이라고 할 정도일까?
사람들이 결코 읽지는 않고 개나 소나 쓰기만 하는 이 시대엔 하루에도 수천 권의 책들이 출판된다. 거의 대부분이 빛조차 보지 못하고 바로 폐지로 직행한다. 우후죽순 읽을거리가 너무나 많이 넘쳐나는 시대에 양서를 찾기는 대단히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작품 심미안의 안전빵은 '스테디셀러'와 '작가들의 작가' 정도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시간 낭비가 대폭 줄어든다. 검증된 것만 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작가들의 작가', '영화 감독들의 영화 감독', '철학자들의 철학자', '과학자들의 과학자', '음악가들의 음악가'만 골라도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2000년대 초반 초중딩을 달궜던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를 읽는 이는 현재 거의 없다. 시대적 반짝 유행이었다는 의미다. 시류를 따르면 언제나 반짝 유행만 좇다 끝나 버린다.
그래서 나는 진득하니 오래가는 양서들을 추구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천성적 기질이다. 그래서 유행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다.
물론 이게 반드시 옳은 방식이라 볼 수는 없다. 옛것만 좇다 탁월한 신진 천재 작가를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거장들 역시 한때는 가난한 무명 작가에 불과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더더욱.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 큰 지금까지도 여전히 듣는 음악은 폴 매카트니다.
마치 시골 할머니들이 교회 목사 설교 테이프를 늘어지게 반복해서 듣듯 매카트니를 수십 년째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리지가 않는다. 외려 나이가 들 수록 새롭게 재해석된다. 천재가 괜히 천재가 아니구나 싶은 것이다.
폴 매카트니는 지미 핸드릭스와 더불어 왼손잡이 천재의 전형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런 폴 매카트니도 문전 박대를 당한 적이 있다.
2016년 <제58회 그래미 시상식> 뒷풀이 파티장에 입장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래퍼 타이가가 주최한 그래미 애프터 파티에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Beck, 푸 파이터스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와 함께 클럽을 찾았는데 안전요원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지독하게 무식하고 멍청한 돌대가리 빠가 안전요원에게 폴이 겸손하게 "비틀즈를 혹시 아시느냐?"고 물었는데 "그딴 거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아마 한국인이었다면 "느그 사장 당장 내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일갈하거나 "내가 감히 누군지 아냐?"고 소리를 빽 질렀을 법도 한데 폴 매카트니는 입장을 거부당한 뒤 닫힌 클럽 문 앞에서 일행들을 향해 오히려 "어떻게 하면 VIP가 되느냐"며 농담을 던졌다.
마지막 발언이 걸작이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해져야겠네요."
인류 최대 음악 축제 그래미 어워드에 빠지지 않는 손님이 폴 매카트니이고 대원로이자 영원한 현역이라 나는 항상 그에게 존경을 표한다.
목에 뻣뻣하게 힘주고 원로 입네 가오 잡기는커녕 언제나 발랄한 청춘 같다.
까마득히 어린 손자뻘 음악계 후배와도 농담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이 한반도에서만 평생 살아온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