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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순례자 Nov 11. 2021

내 생애 두 번째 금상과 혁신에 관한 짧은 생각

“혁신을 혁신하라”

내 생애 두 번째 금상과 혁신에 관한 짧은 생각


2021년 11월 9일,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 금상과 부상으로 온누리상품권 50만 원을 수여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다니던 동네 미술학원에서 참여했던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후, 두 번째 찾아온 행운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11월 초에 갑자기 걸려온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통해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참 감사하다. 나의 아이디어가 특별했기에 상을 받았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다. 사실 이 아이디어의 본질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왔던 경험과 숭실대학교에서 하고 있는 업무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숭실대학교의 여러 부서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학부교육선도대학협의회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나에게 주어진 감사의 제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결국 내가 해냈던 것보다는 경험의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본다.



“혁신을 혁신하라”


바야흐로 우리는‘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교육을 논함에 있어서도 ‘혁신’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으며, 디지털혁신, 미디어혁신, 정부혁신 등 ‘혁신’이 빠지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혁신’은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혁신’이란 본래 ‘일체(一切)의 묵은 제도(制度)나 방식(方式)을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은‘혁신’의 본질이 과거와의 급격한 단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과거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과거를 성찰하며,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혁신’의 근본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朴趾源)의 시문집인 『연암집(燕巖集)』 제5권에는 ‘혁신’의 고단함이 자기 성찰적인 어조로 담담하게 쓰여있다. “허물 벗음은 이슬 마시는 매미보다 더디고 지조는 흙을 먹는 지렁이에 부끄러울 뿐이 외 다(蛻遲吸露之蟬 操慙飮壤之蚓).”


이 문장은 실학자 박지원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떤 이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조선 후기 사회를 대표하는 실학은 유학이라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사회의 현실을 바꿔보고자 하는 혁신적인 학문이었다. 특히 박지원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지배적인 관념을 넘어서서, 상공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방편을 고민하고 제안하였다. 아마도 박지원은 만연해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편을 구상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보인다. 


‘혁신’이 만능열쇠처럼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박지원의 자기성찰적 혁신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우선, ‘혁신’은 ‘나’ 자신에 대한 자기성찰과 반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사회제도에 대한 혁신을 주장하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고, 지속되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혁신’인 것이다. 둘째, ‘혁신’은 과거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탈피를 하던 매미가 갑자기 나비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혁신’의 본질이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과거를 고쳐 새로운 오늘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혁신’을 박지원처럼 자기성찰적으로 ‘혁신’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전 정보

- 연암집(燕巖集) 제5권 / 영대정잉묵(映帶亭賸墨)○척독(尺牘)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https://db.itk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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