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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순례자 Nov 13. 2021

권위는 공정으로부터 나온다

공정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위엄은 절로 그 속에 있다



이것이 이른바 ‘공정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위엄은 절로 그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此所謂公則明 明則嚴 在其中者也




“권위는 공정으로부터 나온다”     


2021년의 노벨평화상은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독립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마리아 레사(Maria Ressa)와 드미트리 무라토프(Dmitry Muratov)에게 수여되었다. 두 사람은 모두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권력 남용 등에 맞서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지난 30여 년의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시기를 겪으면서 강화된 권위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특히 MZ세대가 기성세대를 평가할 때, 자주 거론되는 ‘꼰대’라는 말은 권위주의적 인물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권위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피해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권위의 원래 의미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으로 사회를 운영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데 있어 필요한 가치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민정중(閔鼎重)이 기록한 초고를 바탕으로 간행된 노봉집(老峯集)에는 어떻게 권위를 회복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이것이 이른바 공정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위엄은 절로 그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此所謂公則明 明則嚴 在其中者也).”     


민정중은 위엄의 근본이 공정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 같다. 그는 죄지은 사람에게 벌을 주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면, 기강을 진작하려 하지 않았도 저절로 진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민정중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권력을 행사해야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위엄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같은 민정중의 통찰력 있는 언명은 비단 그가 섬겼던 조선의 임금에게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권위가 추락하고, 공정에 대한 높은 사회적 요구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지금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단연코 공정의 회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출전정보

- 노봉집(老峯集) 제2권 / 소차(疏箚)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https://db.itk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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