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사실상 자연발생적인 플랫폼의 원형이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경쟁력있는 플랫폼이다.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자 생성 원인은 접근성이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어느 지역에는 수확한 사탕수수를 당나귀를 이용해 시장으로 운송하는 카라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카라반들의 거주지에서 시장까지는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힘좋고 체력좋은 당나귀도 지쳐서 쓰러질 수 있는 거리다.
이러한 전통시장이라는 플랫폼에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배후지(Hinterland)가 필수적이다. 트럭을 이용하여 대량운송을 하는 상인들이 출현하면서 기존 중심지에 포섭되지 않았던 지역까지 배후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에티오피아의 당나귀 카라반들의 삶도 위협을 받고 있다.
디지털대전환은 접근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뒤집고 있다. 물리적 거리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은 초연결되고 있다. 몇초만에 엄청난 거래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거래의 중요한 요소인 가격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고객은 비교를 통해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증강현실과 메타버스를 통해 상품을 실제로 착용하는 것과 같은 느낌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경험 자체는 디지털기술이 제공해줄 수 없을 것이다. 전통시장이란 공간에서 인간은 이동을 하며, 때로는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물건들, 때로는 매우 불규칙한 패턴으로 배치되어 있는 물건들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한 스크린 터치와 클릭,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고유의 인지체계와 자신의 경험과 분석 등을 통해 결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이제 전통시장도 특성화를 키워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는 1998년 3월 개정, 공포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1조에 따라 특성화고등학교가 제도화되었다. 최근 고등교육기관인 대학도 특성화를 주요 키워드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수많은 플랫폼 서비스도 기존의 플랫폼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특성화를 하고 있다.
특성화를 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무엇을 갖추어야 한다. 다른 경쟁자들과 구별될 수 있을만큼 뭔가가 두드러져야한다.
사진 속 하얀토끼들은 뭉쳐있어, 하나 의 거대한 토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은토끼는 홀로 있지만 하얀토끼들과 명확하게 구별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얀토끼와 검은토끼가 어떠한 길을 가며 특성화해야 하는지는 자연발생적으로 정해져 있다.
전통시장이란 플랫폼의 특성화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전통이라는 가치에서 발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누적된 역사와 이야기, 경험이라는 자원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청년'이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성화 키워드나 특정 품목에 집중하는 특성화는 현수막제작과 디자인을 하는 회사들만 수익을 낼 수 있다.
전통시장의 '전통'에 집중해서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서 잘 전시하면 체험의 공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유지하다보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