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랑나비를 보았습니다. 며칠 전에 검은나비를 보았고, 이어서 흰나비를 보았더랬습니다. 파란나비도 볼 수 있을까요?
초록잎에 엉키고설켜있는 검은 송충이들은 어떤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펼 수 있을까요? 나비가 아닌 나방일수도 있겠습니다. 나비든 나방이든 결국 외롭게 홀로 남겨질 것 같습니다.
원래는 우리는 모두 털로 덮여 함께 모여 살아야 했던 존재가 였는데, 어느새 색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꾸만 형형색색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는 목소리만 들리고, 깃대를 잡으려 몸을 부딪히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스승님의 깃발들과 깃대들은 찢겨지고 부서졌습니다.
스승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눈에 담았던 풍경, 귀를 기울였던 소리, 마음을 다했던 기도가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 잊혀지고 있습니다. 스승님들의 이름은 난무하는데, 그분들이 아직 가지 못했던 길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노력은 있는데, 지금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없어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