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출근길

첫 번째 출근길 : 시작

by 진언


마음을 향해 귀 기울이셨나요?
이제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저는 진언眞言입니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18년 차 직장인이에요. 제 하루는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됩니다. 첫 습관은 스트레칭. 고요한 명상 영상에 맞춰 굳어있던 몸을 풀어줍니다. 이어 따뜻한 물 한 잔으로 온전히 몸을 깨웁니다. 모닝 루틴만으로 제 성격을 추측하실 수 있나요. 맞아요. 전 초조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아요. 초조함을 피하려는 마음이 수면 욕구를 눌렀죠. 그래서 출근 준비에 90분을 할애합니다. 9년 전 불안장애가 찾아온 후 인생도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단 걸 알았어요. 90분은 커스터마이징 결과인 셈이죠. 새벽의 고요한 여유 안에서 거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충전합니다.


출퇴근할 땐,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저를 맞이하는 첫 운송수단은 버스입니다. 새벽이슬을 맞은 버스가 30분 가까이 달리면 서울로 인도하는 전철역에 닿아요. 인천인에게는 마음의 고향인 1호선과 만나는 곳이죠. 1호선 전철은 노량진역에서 저를 9호선 지하철에 넘겨주고 떠나요. 바통을 이어받은 9호선 지하철이 또 30여 분간 달리면, 목적지 역에 도착합니다. 벌써 지쳐선 안 돼요. 아직 끝이 아니거든요. 마지막으로 두 다리가 동력이 될 시간이에요. 15분간 빠른 걸음을 재촉해야 2시간의 여정이 마무리됩니다. 그렇습니다. 제 통근 시간은 4시간입니다.

한때는 운전을 즐겼어요. 서서히 다가온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은 운전의 즐거움을 앗아갔죠. 대신 두 눈과 두 손의 자유를 허락했어요. 가끔 인파 속에 두 손도 자유를 잃곤 하지만, 운전대에 구속된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에요. 물론,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입니다. 피곤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거든요. 근거리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선배는 언제쯤 서울로 거처를 옮길지 묻곤 해요. 각자에겐 사연이 있죠. 이런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어요. 출근길 1호선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깊은 동질감이 우러나옵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들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통근 시간만큼
습관 만들기에 최적의 시간이 있을까요?

4시간 통근길, 목표는 단 한 가지였어요. 시간을 오롯이 나를 돌보는 데 사용하자. 처음엔 하루의 1/6을 길에 버린다고 생각했어요. 상대적 박탈감이 찾아왔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어요. ‘통근 시간만큼 습관 만들기에 최적의 시간이 또 있을까?’ 불안을 감지하던 마음 경고등이 연한 색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맞아요. 습관 형성을 위한 필수 요소는 시간과 강제력인데, 전 이미 두 요소를 충족했잖아요. 하루에 4시간이나 자기 돌봄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문득, 제가 어쩌면 행운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짜증으로 도배된 마음이 조금씩 뿌듯함으로 채워졌어요. 관점이 바뀌니 세상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돌봄의 첫걸음은 자기 대화였어요. 새벽녘, 온갖 자극에서 가장 순수한 시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를 마주해요.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적습니다. 주저하지 않아요. 주저하는 순간 바로 꼬리를 감추거든요. 놓아줍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돼요.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었구나.', 그렇게 추측만 할 뿐이죠. 자기 대화의 장소는 가장 익숙하고 마음 편한 1호선 전철 안입니다. 1호선 전철에 오르면 몸에 밴 듯 핸드폰을 꺼내 저널 앱을 구동합니다. 30여 분간 나와 마주하다 보면, 노량진역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오죠.


이제야 마음에 자유로이 들어갈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은 듯해요.


자기 대화를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뿌옇기만 했던 하루가 점차 선명해졌어요. 이제야 마음에 자유로이 들어갈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은 듯해요. 알고 있어요. 통행증의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요. 자기 대화를 게을리하면 권한은 바로 상실되겠죠.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감정도 생각도 흐르니까요. 마음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이유죠. 그러나 변하지 않는 명료한 진실은 있어요. 나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생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이죠.


자기 대화가 주는 가장 큰 이점은 자기 이해를 넘어 타인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는 데 있어요. 인간으로서 나를 온전히 이해하면, 타인을 이해하는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거든요. 독특하지만 별나지 않은 존재로, 저도 여러분도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자기 대화는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아요. 자신을 만나고 싶은 따뜻한 시선이면 충분하죠. 그러면 평범한 출근길이 나라는 특별한 친구를 선물하는 시간으로 연금술처럼 변할 거예요. 그 기쁨을 처음 맛본 순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어요. 하지만 주저했죠. 저는 특별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얼마 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에서 이 문장을 만났어요.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 언어로 분명히 말해주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기 대화 후 찾아온 편안함의 이유를 알 것 같았죠. 저도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용기가 생겼어요. ‘나를 만나는 출근길’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지루한 출근길,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잃고 계신가요? 여러분 속의 '나'는 애타게 여러분을 찾고 있어요. 나를 돌아봐달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친구를 만나게 될 거예요. 바로 여러분 '자신'을요.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긴 여정, 저와 함께 떠나보실래요? 출근 시간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특별한 시간으로 변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해요.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이 찾는 해답은 언제나 여러분 안에 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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