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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allypark Oct 28. 2017

지금은: 몽골

몽골에서 보낸 한 달, 그리고 나의 여행 생각들의 모음

21살, 대학교 2학년이 되기 전의 겨울 방학이었다. 1월에는 한 달 동안 백화점 SPA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그다음 달이 되자마자 여행을 떠났다, 몽골로! 몽골로 여행지를 정한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없었다. 그냥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갈까 하다가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은 몽골. 그래, 몽골을 가보자. 

알바를 해서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아뒀지만, 그래도 학생이고 나의 여행 스타일도 때문에 우선
 아는 사람을 찾아봤었다. 다행히도 엄마의 친구분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살고 있어서 거기서 한 달 동안 지내기로 했다. 한 달 밖에 안 있어서 남는 아쉬움도 크지만. 그 엄마의 친구분의 집 아래에는 새로 병원과 호스피스를 개설하는 중이었고, 몇 년 전 유방암으로 천국을 간 큰 이모 때문에 암에 당연히 관심이 많은 나는 간호사분들이 방문치료를 하실 때 따라갈 수 있게 해주셨다. 

그렇게 내게 몽골은 단순히 '여행'만 하다 온 곳이 아니었다. 뭐, 원래 내 여행이 그렇게
 여행사 상품용은 아니지만!

비행기 창가에서

비행기에서도 한 겨울의 몽골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겨울이 여름보다 비성수기 기간이었기 때문에 항공권도 훨씬 더 저렴하게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렇게 3시간만 비행기를 타면 몽골에 어느새 도착한다. 


칭기스칸 공항


이렇게 칭기즈칸 몽골 공항에 도착. 2월 한 달 내내 몽골에 있었다. 내가 도착한 날은 -35도 정도로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였다. 

나의 방


이 방에서 거의 한 달을 지냈다. 침대와 작은 티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카펫이 있는 공간을 좋아했다.


엄마의 친구분이 키우시는 식물들


여기는 지냈던 곳의 부엌 공간. 화분을 키우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아보카도 씨앗

그래서 이렇게 아보카도 나무도 같이 심었다!

내 방 창문에서 보이는 몽골 산들 


여행 생각 #1


엄마의 친구분의 집에 지내서 숙박비도 따로 안 들었고, 식비도 그래서 거의 안 들었지만, 오기 전에 엄마가 보내주신 선물도 전달해드렸고. 이때 많이 생각했던 건데, 학생이고 알바를 해도 숙박비와 식비는 내가 제일 적게 쓰고 싶은 것이기도 하지만, 여행을 하는 곳과 함께 지내는 사람만큼 또 중요한 것은 없다. 

다음에는 조금 더 돈이 더 들덜도
 내가 정말 머무르고 싶은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함께 지내는 곳의 사람들이 나의 여행 방식에 사사건건 참견하기 시작하면 불쾌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여행 방식을 판단하는 분들과 함께 계속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나 내가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는 안전에 관한 것, 아제르바이잔도, 이스라엘도, 한국도! 이곳저곳을 갈 때마다 거기는 안전한지,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은 안전한 지에 대한 질문은 안 했으면 좋을 만큼 '안전'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나의 생활 속 안전의식은, 집에서 화재경보가 울리면, 울리자마자 항상 곁에 두는 핸드폰, 지갑, 여권 이 3개를 바로 챙겨서 비상계단으로 나와 제일 먼저 비상경보이던, 파이어 드릴이던, 밖으로 나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 중 하나이다. 안전벨트도 꼭꼭 매고, 신호등도 잘 지키고, 그렇지만, 또 카우치서핑과 히치하이크를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의 거부감이 전혀 없고, 혼자 불쑥불쑥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어디가 안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안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벼랑 끝에 서는 여행자는 아니지만, 또 혼자 히치하이크하고 돌아다니는 여행 자니깐. 한국 정부에서 여행 금지와 위험 정도를 정하고, 그것을 다른 나라의 정부와 또 비교해보면 다른 수치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인 것이 바로 안정성이다. 하지만 테러의 위험도가 높은 곳과 치안이 높은 곳은 다르고, 안전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자기가 혼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남들에게 어디가 안전한지, 특히나 여자 혼자 가도 괜찮은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은 괜찮지만, 결국 자기 인생의 선택은 스스로가 하기를 바란다. 나도 그랬으니깐.


또 다른 나의 방



내가 가장 좋아했던 몽골의 시장, Narantuul Market! 여행할 때마다 시장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 생각 #2


이때 나는 아직 페스코 채식주의였다(지금은 집에서는 비건! 여행하거나 외식할 때 비건 옵션이 없으면 베지테리안 옵션으로 먹지만). 몽골에서 엄마 친구분 집에서 요리해서 먹을 때는 채식으로 먹었는데 특히나 친구네 가족 집, 그리고 다른 새로운 몽골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채식 음식을 먹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나 내가 간 기간은 몽골의 설날 기간이라서 전통음식이 가장 많이 나올 때였고, 그래서 집들에 초대를 받을 때마다 전통음식들이 줄줄이 나왔고, 나는 그때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하면서 이걸 먹을 수 없어요 라고 말할 수 없었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채식 반, 채식 아닌 것 반이었다. 

이래서 채식주의자인 나는 이전에 여행을 할 때마다 어떻게 내가 여행하고 있는 특별한 나라와 도시의 사람들,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나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했던 여행이기도 했다. 여행이니깐, 신념을 저버린 채 이것저것 전통음식도 먹으면서 여행하고 싶지도 않았고, 손님인 나를 위해 어렵게 사는 가족이 모처럼 고기 요리를 준비했을 때 그걸 거절할 만큼 문화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하고 싶지도 않았다. 

시장에서 봤던 낙타털로 만든 옷들. 이 낙타 털이 옷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낙타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많았다. 몇 개의 낙타털 옷 재배과정에 대한 아티클도 봤지만 그게 전부니깐. 이때는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하기 전이라서, 아직 동물을 사용한 의류를 입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했던 때. 지금은 새로 옷을 패스트패션 의류매장에서 안 사려고 하고 주로 세컨드 핸드 샵에서 구매를 하지만, 캐시미어, 앙고라 니트, 겨울 코트, 가죽 소재 아이템들, 요즘에 나오는 가죽 공방과 DIY까지! 그걸 위해 사용되는 낙타, 산양, 토끼, 악어, 여우, 너구리, 소까지. 정말 많은 동물들이 의류에 사용된다. 

몽골 여행은 당연, 채식주의자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지, 어떤 가치관을 지킬 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여행이었다. 채식, 이건 선택이다. 그리고 의식주 중 가장 큰 요소이기도 한 음식에 대해 개인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곳에서는 그런 개인의 '선택'을 하기 조차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이런 선택의 자유라는 특권을 받아서 감사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매끼가 곧 나의 가치관을 위한 투표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한 끼의 음식을 '투표' 할 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 포스팅이라고 무지개와 유니콘만 가득한 포스팅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것만 보고 여행을 한다면 분명 실말 가득한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니깐. 그리고 여행하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도, 행복했던 순간도 모두 나누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동물을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몽골을 갔다 와서야 나는 절대로 동물을 상품으로 쓰는 여행은 하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말, 낙타, 코끼리, 허스키 개, 같이 동물을 이용해서 상품으로 나오는 체험용 여행, 그런 거는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 동물의 권리와 사람의 권리, 우리가 사는 이 환경, 이 모든 것에 대해 엉키고 엉킨 실타래 같은 나의 생각들, 가치관들, 그리고 행동.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하면서 자란 나에게 지금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당연 어떻게 여행을 하는 것이 옳은 걸까에 관한 고민이었다. 



몽골을 겨울에 갔기 때문에 수도 울란바타르 이외의 다른 도시들로 가는 교통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대신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컴패션 단체에서 필리핀으로 비전트립을 떠났었는데, 그때 만났던 몽골 친구를 여기서 드디어 다시 만나서 그 친구의 가족을 보러 다르항으로 로드트립을 떠났다. 삶에서 만난 작은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지, 그리고 지켜나갈수록 얼마나 생각지도 못한 인연으로 이어지는지는 정말 행복이다. 

차에서 내내 보는 몽골의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길들은 정말이지 멋졌다. 중간에 내려서 사진도 많이 찍고, 차가운 공기가 콧구멍에도 들어가고! 로드트립만큼, 야간 기차도 타고 그랬다.


다르항을 가는 야간기차

친구 가족과 친천분들 집에서 몽골 설날을 보냈다.


러시아와 몽골의 경계 도시


여러 개의 몽골 행정 구역, 주들과 군을 지나고. 나는 다르항올 주, 셀렝게 주, 수흐바타르 주를 여행했다. 울란바타르는 수도니깐 따로!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에서 살았을 때 러시아어를 배웠고 했기 때문에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몽골어를 읽고 쓸 줄은 알았다! 물론 언어 자체는 달라서 러시아어와 전혀 다르지만, 간판과 도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을 뿐. 

그리고 러시아와 몽골의 경계까지도 갔다! 건너편에 있는 러시아도 볼 수 있었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여행 중 하나는 또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이라서 건너편의 러시아를 보는데 정말 가슴 떨렸다. 이제는 스웨덴에서 만난 나의 친구 Victor를 보러 러시아를 갈 수도 있고 말이다. 내년에 휴학을 하고 겨울 방학 때 블라디보스톡을 가려고 생각 중이기도 하다. 


그 겨울, 몽골에서 

꽁꽁 껴입어도 신났던 날들이었다.

몽골 로드트립



로드트립을 하면서 울란바타르 수도를 벗어나,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갔기 때문에 종종 이렇게 길이 동물 친구들로부터 막힐 때가 있었다. 


시골의 썰매장


여행 생각 #3


울란바타르 도시를 혼자 걷다가 발견한 곳, 홀트 아동복지회. 이 간판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가 만난 몽골 아이들과 선생님들! 이전에 교회를 다녔을 때 유아부 선생님도 1년 했었고, 컴패션 후원 어린이와 후원자의 편지를 번역하는 번역 메이트 활동은 지금까지 하고 있고,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원래 이스라엘에서 아동복지나 가정 심리를 공부하고 싶었을 만큼 말이다. 그래서 이 곳을 발견했을 때 담당자분과 선생님을 에게 몽골에 있을 동안 계속 와도 되는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 되는지를 물었고, 대답은 예스! 였다. 

홀트아동복지회 아이들


방과 후에 여기서 숙제도 하고, 간식과 비타민도 챙겨 먹고, 생일 파티도 하고 그러는 몽골 아이들! 몽골어를 몰라서 소통하기는 어려웠지만, 함께 사진 찍으면서 놀고, 내가 여행을 왜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려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여행을 다하고, 몽골을 떠날 때쯤, 남은 여행하고 남은 돈을 모두 후원을 하고 왔다! 이렇게 엽서카드도 선물해주시고. 



그랬더니 이렇게 후원금 전달식 같은 것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몽골 돈으로 7만 투그릭 (한국 돈으로 약 4만 원)의 작은 기부금이었지만 감사했다. 

홀트아동복지회 한국 담당자님과 함께 


여행 생각 #4


나의 첫 타투

그리고! 즉흥적으로 하게 된 21살 나의 첫 번째 타투! 우연히 한 몽골 타투 아티스트를 발견하게 되어서 타투를 했다. 타투를 좋아하는 나는 내 타투가 참 좋다.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왜 했는지, 무슨 의미인지, 지워지지 않는 타투에 대한 겁과 망설임을 표현하는데 나에게 첫 타투라는 의미 빼고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타투는 네오 트레디셔널 또는 리얼리즘 타투이고, 명암 타투를 좋아한다.  첫 타투를, 나의 여행지인 몽골에서 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었다.  지금 이 몽골 여행기를 적는 나에게는 벌써 타투가 2개가 되었다!


나는 예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몸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여러 가지의 미술 작품들과 작가를 나의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고, 내가 받는 영감을 내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나에게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타투로 한다면 내 몸에 남는 자리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큰 의미가 있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예술을 그리는 게 좋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받고, 하나의 예술 작품을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나누는 아이디어가 나는 좋다. 


몽골 하늘 올려다보기

이렇게 새로운 몽골 친구들도 만나고. 


달리는 차 안에서 


이렇게 21살 나의 겨울 방학을 보냈던 몽골. 몽골에서의 한 달은 나에게 여행에 관한 많은 생각거리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한 달 동안의 여행 후 더 성장했던 나의 모습을 보면, 이래서 여행하나 싶다! 여러 가지 여행 생각들과 함께했던 나의 몽골 여행기. 

다음번에는 여름의 몽골을 만나보고 싶다.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 

Lunch: https://www.facebook.com/headshaveproject/

Dinner: https://www.facebook.com/thesallypark

Snack: https://www.instagram.com/thesall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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