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공간, 사람, 그리고 공정여행에 대해서
다시 찾아온 토요일,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 도서관에 왔다. 똑같이 노트북을 키고, 여행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지난 여름, 스웨덴 말뫼로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7월에 캄보디아로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그 전 학기 교양 수업에서 10명의 장학생을 뽑아 장학금 20만원씩을 주었는데, 그 중 한명으로 뽑히게 되었고, 처음부터 만약 장학금을 받게 된다면 여행을 떠나기로 생각했다. 나의 지인들은 알겠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 또는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일단 합격조차 하기 전에, 아니면 지원조차 하기 전에 그렇게 할 거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렇게 계속 주변에게 말을 하다 보면, 정말 어느새 그 일을 하게 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
2학년의 여름방학 때 나는 캄보디아를 가고 싶었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은 마일리지로 끊었고, 받은 장학금 20만원으로 일주일 동안 캄보디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 일주일이 아쉬웠기 때문에 우연히 연결된 봉사팀과 또 일주일을 같이 보내서 2주 동안 캄보디아에서 여행을 했다. 장학금 20만원으로 일주일을 여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비행기는 마일리지로, 숙소는 카우치서핑으로, 그리고 많이 걸어다녔고, 채식주의자라서 식비도 크게 들지 않았고, 쇼핑이나 기념품에도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장학금 20만원에 2만원을 조금 초과해서 총 22만원 정도가 들었다!
나는 여행을 미친듯이 가고 싶었고, 그렇지만 대학생이면서 큰 돈은 없기 때문에 내 선에서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면서도, 큰 돈 없이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땡전 한푼 없어도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아프니깐청춘이야 같은 개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짐은 배낭 하나에 넣어서 그렇게 비행기를 타러 갔다.
나는 일주일은 혼자 배낭여행을 하고, 나머지 일주일은 어떤 교회의 봉사활동팀과 연결되서 비전트립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총 2주동안 캄보디아의 프놈펜, 씨엠립, 그리고 시아누크빌을 여행했다. 봉사활동팀과 함께한 일정은 따로였기 때문에 참가비도 따로. 이 참가비는 가족이 보태줘서 참가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많은 대외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고, 더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어떻게 해야 공정여행을 할 수 있을 지, 여행지의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딜레마에 빠질 때도 많았고, 무엇이 진짜 '봉사'인지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많이 가져왔다. 나는 내가 평소 일상에서 하지 않는 것을 여행갈 때 잠깐, 활동할 때 잠깐, 이렇게 잠깐 잠깐씩만 하고 그만하는 것은 지속가능 하지 않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활동들에 있어서 신중하려고 한다. 아직도 미숙한 나는 지난 여름보다 더 성숙해졌을까.
학교도 방문해보고, 교회도 방문해보고, 라이프 대학교도 방문해서 대학 총장님도 만나보고. 이곳 저곳 돌아다녔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봤지만,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았다.
잠깐 왔다갔다 식의 '구경'하는, 또는 나를 위한 또 하나의 '활동'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고민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이었다.
나의 카우치서핑 계정. 떠나기 전에 몇명의 호스트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내가 개인적으로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안전할 것 같은 호스트들을 감사하게 구했다. 첫 번째 호스트는 독일에서 캄보디아로 유엔 관련 일을 하러 온 Peter. 남자 혼자 사는 집이였지만, 나에게는 성별이 크게 상관없었고, 신뢰가 됬기 때문에 선택했었다. 그는 이제 일 계약이 끝나서 캄보디아를 얼마 전에 떠났지만, 함께 프놈펜 거리도 걷고, 밥도 먹고, 여행도 해서 재밌었다.
프놈펜 공항에 새벽에 도착해서 바로 툭툭이를 타고 Peter네 집으로 갔다.
말 그대로 #카우치서핑 그래서 그의 카우치에서 배게와 이불을 두었고, 나의 짐도 풀었다. 배낭 하나로 여행을 하면 따로 짐 체크인이 필요없고, 도착해서 짐 찾는 일도 없어서 시간을 더 벌게 되는 것!
이렇게 좋은 후기도 남겨주어서 고마웠다!
캄보디아는 더웠다. 그치만 따뜻한 햇살,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알록달록한 식물들로 둘러쌓인 캄보디아만의 건축양식들. 그 틈으로 비춰지는 한 여름의 햇살이 나는 좋았다.
그냥 조용하게 거리를 걷는 것이 나는 좋았다.
사원들을 가보는 것도,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것도, 향을 피우는 것도, 모두. 나는 사원의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캄보디아는 덥고 습한 기후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가게들도 아침 7시면 모두 문을 열었고, 마당을 쓸고 있는 사람들,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 아침 6시부터 운동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공원에서 나도 러닝하고 그랬지.
광장에서 이렇게 비둘기들 날아가는 것도 구경하고. 여름에 갔기 때문에 가끔씩 길을 걷다가도 세찬 비가 퍼부을 때도 있다. 그럴때면 지붕 있는 곳이나 사원 안에 들어가서 잠시 비를 피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에피소드를 하나 나누자면, 처음에 카우치서핑 호스트 문의를 했던 분이 집 사정상 호스트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아트 워크샵을 운영해서 스튜디오에 놀러오라고 했었다. 그래서 프놈펜에서 다시 연락을 해서 그곳을 찾아갔다. 함께 밥도 먹고, 자전거도 태워주시고, 아트 스튜디오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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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스튜디오도 다음에 찾아가보고 싶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와서 여기서 살면서 아트 스튜디오를 열은 Lolli님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티스트 Ajin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고 계셨다. 여기서 차도 마시고, 캄보디아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건지 잠깐 이야기도 듣고, 또 나누고. 새로운 곳을 여행오고, 그곳에서 살게 되고, 아티스트로서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함께 더 채우는 아티스트들을 찾아서 콜라보를 하고, 멋진 두분의 이야기와 공간을 보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일상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인 나.
그래서 여행을 가도 나의 일상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좋아한다. 프놈펜의 러닝크루를 몇개 찾아봤지만 큰 크루는 찾지 못했고, 대신 러닝 그룹을 만나게 되어서 함께 이른 아침 러닝도 하고.
이렇게 강을 따라 러닝도 하고.
캄보디아에 오면 교통수단으로 타게 되는 툭툭이. 관광객 대상으로 더 많이 받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가격 흥정을 꼭 잘 하길! 그런데 나는 몇 번 안타고 그냥 걸어다니는게 더 좋았다.
이런 도로도 버스로 다니고.
사진도 찍고.
또 찍고.
바다에도 들어가고.
그리고 야간버스로 한 6시간을 타고 프놈펜에서 씨엠립으로 갔다. 2층 침대들이 있는 야간버스는 정말 편했고, 생수도 주고, 담요도 있고, 배게도 있고!
그리고 두번째 카우치서핑 호스트 Cengiz의 집은 아니고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그치만 카우치서핑이라서 무료로 이용했다! 여기 2층침대에서 잘 지냈고, 터키에서 와서 캄보디아에서 사는 그와 그의 친구들은 정말 너무 친절했고, 밥도 해주고, 자전거도 무료로 빌려주고, 너무 잘해줘서 감동이었다.
한국에서 Peter에게도, Cengiz에게도 미리 감사카드를 가져와서 나눠주었다. 내가 카우치서핑을 이용할 때마다 나는 호스트들에게 감사카드를 준비해간다. 카드와 엽서를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
좋은 후기도 남겨줬고.
그리고 이렇게 자전거를 하루종일 렌트하는 것도 1$밖에 들지 않는데다가 생수 물 한통도 지급해준다!
저녁때는 펍 거리를 가서 라이브 세션도 듣고.
그리고 펍에서 일본에서 온 사업 출장차 온 Mako를 만나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웠다. 정말 즐거웠다.
진짜 즐거웠다. 이때까지는 정말 행복했는데. 너무 좋았는데!!!
다음 날,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전혀 예상조차 못한 채, 나는 앙코르와트를 보러가기 위해 Cengiz네 집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 앙코르와트까지 자전거로 거리를 거닐면서, 바람도 만끽하고, 원숭이들도 중간중간에서 만나고. 평화롭고 평화로운 오전이었다.
식중독이 걸리기 전까지. 당일 아침부터 조금 속이 안 좋기 시작하더니 폭풍같이 뒤집어졌다.
나는 선천적으로 장이 안 좋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한의원, 병원,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체질 검사, 한약 달고 살기, 나라 이동하며 살 때 마다 물 갈이 하기, 응급실 의사선생님들과 친해지기가 내 주특기라고 할 정도. 근데 뭔가를 잘 못 먹었는지 자전거를 중간에 못 탈 정도로 배가 아파오고 화장실(아는 자만 공감합니다)만 계속 가게 되면서, 내 몸 안에 모든 것이 다 빠져나오기까지 이르자, 결국 길 바닥에 쓰러졌다. 호스트로부터 빌린 자전거도 급하게 아무데다 세워둔 채, 구급차가 없어서 캄보디아 경찰차를 타고 국제병원으로 실려갔다.
이때부터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찍는 줄.
병원에 실려가서 링겔 맞고, 응급 약 처방받고, 진료 받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병원비는 얼마 나올까, 보험으로 다 커버될까, 보험 하고 와서 천만다행이라는 온갖 생각들이 가득찼었다. 아플 때 혼자면 더 서럽다는데, 이때 너무 서럽고 무서운데 또 모기는 그 와중에 겁나 뜯기고! 그렇게 병원에서 거의 하루종일 있다가 겨우 퇴원했다 (화장실 몇번 갔는지는 셀 수가 없다).
집에 와서 Cengiz 자전거 두고 와서 미안해서 내가 나으면 꼭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그는 내 밥도 해주고, 약도 챙겨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너무 고마웠다.
그 다음날인가, 그 다다음 날인가 겨우 회복해서 다시 앙코르와트를 찾아갔다. 실려갔을 때 딱! 문턱만 밟고 다시 돌아갔기에(실려갔기에), 입구 이상 못 본 앙코르와트를 다시 보는게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정말 내게는 이 미소가 필요했다.
많은 여행자분들이 툭툭이로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던데, 나는 한국에서 미리 캄보디아 관련 책들과 다큐멘터리로 지식을 습득하고 와서 따로 가이드도, 툭툭이도 렌트하지 않고, 자전거로 잘 이동했다. 자전거가 제일 좋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구석구석을 혼자 돌아다니는 자유가 너무 좋았다.
여행의 마지막 날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하루 보냈다. 내가 자주 갔던 카페는 바로 Sister Srey Cafe. 두 자매가 캄보디아에 와서 운영하는 공정카페. Srey는 캄보디아 크메르어로 '자매'라는 뜻이다. 자매와 자매가 함께하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그런 공간. 여기서 마셨던 커피와 고구마칩, 그리고 렌틸 콩 스프가 아직도 먹고싶다.
캄보디아의 학생들을 고용해서 운영하고, 대학교 등록금을 도와주고, 2층에는 책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공정 아트샵이 있어서 물건들도 구경할 수 있고, 베지테리안과 비건 옵션들이 가득한 카페라서 채식주의자인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인스타그램: @sistersreycafe
이때 내가 읽은 책은 바로 이책! 무료로 빌려서 호스트 집에서 읽기도 하고, 카페 공간에서도 읽기도 하고. 내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바로 An Abundance of Katherines! 캄보디아를 혼자 여행하면서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은 바로 '공간'에 관한 것. 공간, 사람, 그리고 여행.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크리에이트브한 공간을 운영하는 n o w h e r e 나, Sister Srey Cafe 처럼, 공간이 위치한 지역에도 발전이 되고, 협동 공간같이 다른 아티스트들이나 학생들, 그리고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되고,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 그런 곳. 그리고 그렇게 얻는 이윤은 다시 프놈펜과 씨엠립의 커뮤니티에게 돌아가는 그런 순환 시스템의 공간들을 여행자들이 이용할 때, 그게 바로 공정여행이 아닐까 싶다.
#공정여행 그렇게 거창하지 않지만, 커다란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 캄보디아에서 코끼리 트레킹같이 동물을 이용하는 관광 상품을 반대하고,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 이윤이 돌아갈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하고, 그런 가치를 만들고 나누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래서 내게 의미있었던 캄보디아 여행기였다. 내가 여행할 때마다 고민하는 부분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게 정말 '진짜' 여행이 아닐까(물론 그 기준은 온전히 당신의 자유이다).
예를 든다면, 나는 채식주의자로 공장사육과 동물을 이용한 소재의 옷이나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항공사마다 기내식 서비스에 채식 메뉴도 있으니 미리 신청하면 맛있게 기내식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 블로그로 모아두었던 네이버 해피빈 콩들을 캄보디아의 메콩강을 위해 기부를 하고 왔다. 동남아 지역 최대규모의 강인 메콩강의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을 위해 적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기부금을 하고 떠나서 더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여행한 곳은 35개국. 나는 여행을 하면서 나를 만나고 있고, 세상을 모험하고 있고, 사람들을 만나서 '친구'가 되어본다. 비행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환경에 피해를 준다는 것도 알고 있고, 패키지 여행으로 내가 여행을 하는 건지, 여행이 나를 부려먹는 건지, 여유없는 여행도 해봤고, 동물을 이용한 광광상품도 이용했었고, 호텔부터 에어비앤비, 카우치서핑, 히치하이크, 등등 다양한 여행스타일을 접했고, 그 속에서 나와 가장 잘 맞는 여행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항상 '완벽'하게 '공정'한 여행을 다니지 못하지만, 여행을 통해 그렇게 여행하기 위해, 그리고 여행 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도 다르게 하지 않기 위해 아직도 배워가는 22살일 뿐. 그냥 나는 단지 공정한 여행자가 되고 싶고,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찾아가보고 싶고, 내가 배운 것을 서툴지만 나누고 싶다.
캄보디아를 혼자 여행하면서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은 바로 '공간'에 관한 것.
공간, 사람, 그리고 여행.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
Lunch: https://www.facebook.com/headshave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