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겨울, 혼자 떠났던 두 번째 내일로
스무 살, 대학교 1학년의 첫여름방학 때 나는 첫 번째 내일로 여행을 혼자 떠났었다. 5일권으로 돌아다닌 곳들은 전라도. 전라도의 군산, 광주, 보성, 순천, 그리고 전주여행. 그다음 찾아온 첫 번째 겨울방학 때, 여름의 내일로가 너무 좋았었고 이번에는 겨울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떠났었다, 두 번째 내일로 여행의 시작!
이번에도 혼자서 떠났다. 나와 같은 여행 스타일을 가진 친구들이 많지 않았고, 외국여행을 더 많이 했기에 혼자서 한국을 더 만나고 싶었다. 두 번째 내일로 여행도 5일권으로 끊었고 이번에는 강원도로 도를 정했다!
내일로 여행을 준비할 때, 이미 한번 혼자 갔다 와서 그런지 두 번째 내일로는 덜 계획하고 떠났었다. 지도에서 가고 싶은 도를 강원도로 정하고, 5일 동안의 여정이니깐 1일 1 도시로 정해서 5군데를 정했다. 바로 제천, 영월, 태백, 동해, 그리고 정동진! 동해에서 추암과 삼척은 바로 붙어있어서 같이 보았고, 12월의 마지막 주간에 갔다 온 이유는, 새해 때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정말 전국에서 와서 바글바글할 테니깐, 며칠 전에 혼자서 미리 새해맞이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배낭 하나에 짐을 싼 후, 기차를 타고 떠났다! 1일 차에 도착한 곳은 바로 제천. 나는 산을 좋아해서 등산도 좋아하기 때문에 제천의 자드락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산책로가 아닌 등산로라는 점이 있지만. 내가 등산한 코스는 벼랑길이 많고, 눈과 얼음길이 많아서 정말 위험한 코스였고, 코스의 반쯤 왔을 때 위험해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으나, 돌아가는 길도 위험하고, 계속 가는 길도 위험해서 그냥 계속 가버렸다.
몇 시간 동안 겨울의 산을 탔는데, 자드락길 코스는 만만하게 보지 말 것! 그리고 코스 안내도나 위험 안내도가 생각보다 잘 되어있지 않아서 정말 조심하기를 바란다. 게다가 금수산 산악 마라톤 코스 길을 일부 걸었기 때문에 더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용한 겨울의 숲 길을 볼 수 있었다. 눈이 소복이 쌓여 낙엽과 함께 숲길이 있던 제천. 한 겨울의 산과 나 혼자 고요하게 있던 그 순간에 무섭기도 했고,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여행을 더 하면서 배우는 것이지만, 위험한 것을 피하는 것은 소심한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것. 그러니깐 위험하지 않게 여행을 하는 것이 더 멋진 것이라는 것을 이때 많이 느꼈다.
얼마나 위험했냐면, 이렇게 바위 절벽을 내려와야 했는데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였다. 내가 느끼는 것이지만, 애초에 위험한 곳을 들어서지 말아야 하고, 만약에 혹시라도 중간에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구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망위험보다는 부상이 더 나을 테니깐.
정상쯤에는 이렇게 바위틈으로 솟아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여기서 야호를 외치고! 다시 내려갔다는 것. 산들이 겹겹이 쌓이고 눈도 쌓이고, 낙엽들은 떨어졌고, 아주 조금의 햇살이 비치는 이때. 이래서 등산하고, 이래서 산을 좋아하나 보다. 이번에 다시 한국 가면 주말마다 정말 등산하고 싶어서 산악 동호회 같은 거에도 관심이 많다! 아니면 샐리와 함께하는 등산 동호회라도 내가 먼저 만들어볼까나!
그리고 이전에 엄마랑 가족여행으로 당일치기 갔을 때 탔던 배를 다시 타러 갔다! 이번에는 겨울이니깐. 청풍호를 건너는 배. 여기 밖에서 겨울 바다를 보았고, 겨울 바다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는 실내로 바로 들어가서 꿀 낮잠을 잤다는 것.
이전 내일로 여행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내 배낭에 태극기와 장기기증 서약증을 달아서 돌아다녔다. 배에도 태극기가 있길래 같이 사진을 찍어보았다.
내일로 기차여행이니깐, 당연히 기차를 제일 많이 탔다! 기차의 카페칸에서 따뜻하게 몸도 녹이고, 지나가는 풍경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2일 차에 기차를 타고 넘어간 곳은 영월. 겨울에는 확실히 내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 적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름과 겨울의 느낌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버스도 많이 탔지만, 1시간 이내의 거리들은 다 걸어 다녔다. 걸어서 찾아간 곳은 한반도 지형으로 한반도의 모습을 닮았다는 이유로 보존이 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시멘트 공장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곳에서 태극기와 함께 사진을 찍으니 재밌었다! 겨울의 한반도 지형도 충분히 멋졌다.
내일로를 여행하면서 주로 숙박은 찜질방을 이용했지만, 한 두 번씩은 게스트하우스나 펜션을 이용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같이 영월의 천문대를 보기도 했다.
그때의 사진은 담아오지 못해서, 다른 분들의 사진을 나눠본다. 사진들의 출처는 각 사진 아래에!
별마루 천문대에 올라갔다.
거기서 영월의 밤 모습을 봤고.
별도 보고 달도 봤다.
나는 예전부터 우주 속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교의 천문대 동아리도 들어갈까 생각할 정도로. 이스라엘 광야 캠핑을 갔을 때 쏟아졌던 별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문득문득 밤하늘을 올려달 볼 때 보이는 별들이나, 비행기 창가에서 봤던 밤하늘, 몽골 여행을 했을 때 야간 기차에서 바라본 은하수같이.
나는 밤이 참 좋다.
3일 차에는 태백을 갔다. 태백산을 등산하고 싶었지만, 이때 너무 등산로가 거의 모두 얼음길이여서 전문 겨울용 등산 장비가 없으면 굉장히 위험했던 곳이다. 첫날 제천 자드락길 등산을 통해 안전불감증을 느꼈기 때문에, 태백산을 아이젠이 있어서 오르려고 했지만, 그 전날 아이젠을 두고 오는 바람에 장비 없이 오르기에 무리라고 판단. 그래서 오르지 않고 산 주변만 보았다.
대신 이렇게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눈썰매나 타러 갔다!
비성수기이다 보니깐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전세 낸 듯이 썰매를 하루종일 탔다!
4일 차에 이동한 곳은 동해. 동해의 추암과 삼척까지. 겨울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모습이다. 정말이지만 나는 바다가 참 좋다. 바다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 지 싶을 정도로!
한국의 바다가 멋있다.
멍하니 서서 바다만 바라보아도 행복했다.
추암 촛대바위에서 바로 삼척 바다로 건너가 오후 햇살이 지기 바로 전, 그때의 시간과 바다의 색깔이 좋았다.
누가 이렇게 많이 다녀갔을까 궁금한 사람들의 발자국들.
여행하면서 항상 그러지만,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망설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마지막 내일로의 5일 차. 이날에 새벽에 기차를 타고 마지막 여정지인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나처럼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해가 지기 전까지 잠깐이라도 실내에서 따뜻하게 기다리기 위해 어느 카페를 갔었고, 거기서 마셨던 커피 한 잔과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꾹 참고 해돋이를 보러 나갔다.
정동진의 기찻길 바로 옆 바닷가 길을 걸어갔다.
일출을 봤다!
마지막 내일로를 장식했던 정동진의 해돋이. 새로운 아침과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돋이였다. 스무 살의 뉴이어이브는 나는 보신각 종소리와 함께 시작했고, 이태원으로 넘어가서 밤새 신나는 뉴이어 파티를 했었고 밤새 놀았기 때문에 새해의 해돋이는 꿈속에서나 보았다.
그렇지만, 이미 며칠 전에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미리 맞이했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 정말 예뻤던 해돋이. 정말 예뻤던 나의 내일로 여행과 그 겨울. 정말 예뻤던 나의 스무 살과 그 겨울방학. 이번 3학년의 마지막 겨울방학은 어떻게 보내질 지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작지만 저의 공간에서
수많은 지구별 여행자들 중,
저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에필로그,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더 내일로를 떠나게 될까?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
Lunch: https://www.facebook.com/headshave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