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숲 속에서
12월, 올해의 마지막 달이 벌써 찾아왔다. 아침기온은 날이 갈수록 뚝뚝 떨어지고 있고, 아침마다 학교를 가기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에서는 입김이 가득 나온다. 겨울, 그 단어만큼 스웨덴과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스웨덴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겨울에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스웨덴 겨울이나 한국 겨울이나 왜 이렇게 살얼음판 같은 겨울인지!
스웨덴의 겨울 한 복판에서 나와 내 친구들은 함께 스웨덴의 숲으로 떠났다. 그 숲은 토르나 헬스타드라는 스웨덴의 남부쪽에 있는 곳인데, 내가 살고 있었던 말뫼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었다. 말뫼에서 버스 두 번을 갈아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도심을 벗어난 숲 속, 그 작은 코티지에 도착했다. 금, 토, 일 이렇게 주말 여행을 위한 짐은 저번 배낭 하나가 전부. 아, 배낭에 침낭을 달아서 왔다. 코티지에서 끓여마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친구가 생일선물로 줬던 시나몬 차를 유리병에 조금 덜어서 가져왔다.
코티지는 작고 코지 했다. 거실에 벽난로도 있고, 부엌도 아담하니 좋고, 2층짜리, 다만 샤워실은 밖에 따로 스웨덴식 사우나 장소에 딱 2칸만 있어서 그 점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치만 비건 채식주의자인 나를 위해 비건 요거트, 비건 치즈, 비건 소세지, 비건 버터, 모든 것이 다 비건 식품이 있어서 먹는 것은 불편함이 없었다. 역시 채식주의자로 한국에서 살다가 스웨덴 왔는데 스웨덴이 좋다. 만나는 사람들도 그 이유를 딱히 물어보지 않아서 더 편했고. 한국 인하대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학교에서 세미나나 행사가 있을 때 채식 식품이 나왔던 적도 없고 애초에 행사 전에 학생들의 다이어터리 요구 사항도 물어봐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아직 그런 면에서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벽난로 앞에서 장작을 때면서 차 한잔을 마실 때의 기분이란. 친구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여기서 이야기도 나누고, 보드게임이랑 카드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스웨덴 사람들도 항상 스웨덴을 여행할거면 여름에 오라고 하는데, 나는 왜인지 겨울의 스웨덴이 더 좋다. 비록 해는 정말 눈 깜짝할 새 떨어지지만, 스웨덴의 집들은 항상 코지하니깐. 밤에는 이렇게 밖에서 작은 모닥불을 펴서 비건 소세지도 구워 먹고, 스웨덴 밤 하늘의 별들도 보고, 친구들과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나는 숲이 좋다. 나무가 많은 것도, 공기가 맑은 것도, 바람이 선선한 것도, 그냥 다. 한적한 시골에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서 자신의 오래되고 익숙한
베개에 기대기 전까지, 아무도 그 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닫지 못한다.
여행에 미치다, 린 위양
스웨덴 숲 속 코티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낸 주말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달았던 순간도 바로 집에 돌아와서 나의 오래되고 익숙한 베개에 기대었을 때. 내게 그 집은 스웨덴에 있는 말뫼라는 도시였다.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