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학교 서울 Jul 31. 2018

공감이란 무엇인가

What is Empathy?

우리는 공감 능력이 매우 중요한 자질임을 안다. 공감 능력은 아주 다르기 마련인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소중한 관점을 획득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공감 능력이란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고 자아를 떠나, 상상력을 발휘해 타인의 경험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감의 비결은 이와는 약간 다르다. 공감은 우리 자신을 초월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 마음속 덜 익숙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특별한 자기성찰법이다.


예를 들어 한껏 격식을 차려 입은 그림 속의 리블스데일 경에게 공감해 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리블스데일 경은 1902년 미국의 화가 존 싱거 서전트가 그린 초상화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첫 느낌

은 이 남자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귀족적이고 거만하고 남을 얕보는 낯선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신의 경험에서 덜 명백한 부분들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 각자가 잠재적인 형태로 인간 삶의 모든 면모를 품고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19세기 귀족과 겹치는 사고방식이 작게나마 퇴화된 형태로라도 존재할 것이다.


어느 날 붐비는 열차를 타고 가다가 소란스럽고 술에 취했을지도 모르는 승객들에게 떠밀렸던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때의 기분이 지속되지는 않았겠지만, 당시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서 타인을 다소 엄격하게 바라보는 면이 잠재해 있음을 깨닫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혹은 8살 때 부모님이 파티에 가려고 현관에 서 있을 때 부모님이 입고 갈 근사한 코트나 재킷을 걸쳐 보고 특정 종류의 정장이 주는 권위적인 느낌이 마음에 쏙 들었던 기억이 떠오를 수도있다. 대체로 평범하고 편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며 살아가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엄격한 태도로 세상을 굽어보고 위엄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면모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 귀족에게 공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경험과 겹치는 부분을 탐색하고 감지한다 .즉, 우리와 아주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의 친숙한 역사의 흔적을 찾아내는 법을 배운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이기적이라기보다는 대체로 자신의 더 어둡고 덜 익숙하고 더 이상한 구석, 즉 대부분의 시간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완전히 민감하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사회가 민주적이고 한 사람의 남자, 한 사람의 여자, 법을 잘 준수하는 시민 혹은 어른이 되기를 기대할 때 약간 귀족적이거나, 놀라울 정도로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거나, 도둑이거나 어린 아이인 면이 은밀한 곳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도전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상상력을 가지고 자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계한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의 침묵 뒤에는 마음을 괴롭히는 감정을 만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감에 차 있지만 어렸을 때 말을 더듬고 길을 잃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들은 성공했지만 가끔 악몽으로 나타나는 거절과 실패에 관한 괴로운 생각은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그런 면은 거리에서 얕보며 스쳐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시킨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난잡한 싱글 자아를 숨겨놓고 모른 척한다. 조용하고 진지하게 사는 와중에도 강물에 책을 집어던지고 선생님을 향해 욕을 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그런 순간들은 재빨리 잊어버린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감히 알지 못하는 수많은 모습이 숨어 있다. 그러므로 공감 능력의 반대는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매우 제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법제도의 인상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숙련되고 노련한 변호사가 판사와 배심원 앞에서 범죄로 기소된 사람을 옹호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피고 측 변호사는 의뢰인을 좋아하거나 그가 무죄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임무는 거짓말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사실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가장 우호적인 해석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 의뢰인은 정말로 돈을 훔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주 두려움을 느꼈고 그렇게 많이 훔칠 생각은 없었으며 범행 전에 끔찍한 소식을 전해 들었을지도 모른다. 변호사는 정상 참작이 될 만한 사실들을 찾아 주변 환경을 탐색한다.

이런 연습은 법정 밖에서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고용’되었다. 우리는 우리 편에 서서 구실을 찾고 우리가 한 일이나 혹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정상참작이 될 만한 상황을 찾는 천재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가장 공격적인 검사처럼 군다. 우리는 사실 누군가 선하면서 동시에 특별히 남의 용기를 꺾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양한 상황에서 피고 측 변호사의 관점을 채택한다. 이들은 몹시 생소하고 가끔은 불편하기도 한 일을 한다. 즉, 온 힘을 다해 당분간이라도 적이 타당하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다툼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보이게 한다. 일반적인 본능을 억누르고 관련된 여러 동기를 관대하게 분석해보려고 노력한다.


공감 능력은 상대방을 거룩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상대방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거나 그 직업을 구하면 안 된다거나 그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법정의 목적이 모든 피고를 무죄 석방하는 게 아니라 정의의 구현인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는 상대방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왜 현재의 모습에 도달했는지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지닌 덜 사랑스러운 자질들을 우리가 얼마나 공유할 수 있을지 솔직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남을 혹독하게 비판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우리 파트너는 우리가 난방기를 자신이 원하는 정도보다 더 높이 올렸다고 몹시 화를 낼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우리는 곧 그 사람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우리의 자기만족이 어느 정도 개입된다. 우리는 난방에 대해 이렇게 지나친 반응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공감 능력을 발휘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일에 대해 우리가 놀라울 정도로 흥분했던 때가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진정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특정 환경에서 미치지 않을 도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기적이지 않고 공정해진다.


우리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적용할수록 상대에 대한 통찰력은 풍부해진다. 우리는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의 더 깊은 비밀과 소망을 알기 시작한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늘 유쾌하게 농담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들의 고조된 감정이 거의 확실하게 슬프고 상처 입은 면을 가리고 있음을 기억한다. 자신 역시 조증 상태일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너질 것만 같을 때 오히려 용감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서 상대방에게도 같은 면을 감지해낸다.


자신의 경험을 끌어오는 것은 상업적인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좋은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은 본질적으로 공감의 산물이다. 웨이터가 테이블 근처를 돌아다니며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반복해서 물어본다면 지나치게 환심을 사려는 접대가 짜증스러웠던 자신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세계는 공감의 부재로 가득하다. 공원 산책로를 설계한 사람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걸어다니는지 일상적으로 잊는다.

산책로를 설계하면서 살짝 더 긴 경로를 만났을 때 우리가 얼마나 조급해지는지 그들은 잊어버린다.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첫 번째 고객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에서 실패한다.


공감은 종종 도덕적 의무로 여겨지고 사리사욕과 정반대로 해석된다. 흔히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개인적인 행복과 성공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러한 요구는 자체로 실패를 내포한다.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근원적인 요구가 오히려 성공을 보장할것이다.


공감 능력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충분히 공감하지 못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혹은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예민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계획한 일이 어긋나고 실패를 겪는다. 공감 능력은 우리가 원하는 일을 더욱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며 문명의 기본적인 희망, 즉 선한 것이 번영의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내포한다.


번역: 이주혜

편집: 인생학교 서울

매거진의 이전글 평범한 삶의 경이로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