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portance of Books
인류 역사상 약 1억 3천만 권의 책이 출판되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도 평생 읽는 책은 기껏해야 6천 권 정도일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은 별로 재미가 없거나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을 것이다. 책은 사람과 같다. 우리는 많은 책을 만나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은 흔치 않다. 마음 깊이 흔적을 남기고 가는 책은 겨우 서른 권 남짓 될 것이다. 그게 어떤 책들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비슷할 것이다.
책이 우리에게 미치는 핵심적인 영향력은 - 아마 예상 밖이겠지만 - 단순화다. 우리는 문학을 세련되고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책은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우리의 관심사를 조직하고 명확하게 밝혀준다. 이런 면에서 보면 단순화가 맞다.
책은 살아가는 경험보다 극도로 단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실제 삶에는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경험을 생략한다. 책의 구성에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순간에서 곧바로 다음 순간으로 옮겨 간다. 그러나 실제 삶에는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를 빼앗고 혼란스럽게하는 하위 구성이 존재한다. 이야기 속에서는 결혼생활의 핵심 사건들이 수십 페이지에 걸쳐 펼쳐진다. 실제 삶에서 결혼생활은 수년 간 이어지고수백 번의 비즈니스 회의와 휴일과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과 부모님과의대화, 쇼핑, 치과 치료 등이 끼어든다. 구성의 압축적인 논리가 현실의 혼돈을 바로잡는다. 즉, 사건 사이의 연결 고리가 훨씬 더 명확해질 수 있다.
우리는 마침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한다. 작가는 이야기의 진행 내내 설명을 많이 한다. 등장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자주 해명하고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생각과 동기도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실제로 마주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명확하게 그려진다. 책 안에서 만나는 악당은 더 순수하고 영웅은 더 용감하고 지략이풍부하며, 사람들의 고통은 더 명백하고 미덕은 더 뛰어나다. 책 속 사람 들과 그들의 행동은 우리의 정서생활에 단순화라는 목표를 제공한다. 우리는 친구나 친지보다 그들을 더 깔끔하게 사랑하거나 욕할 수 있고, 동정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복잡한 삶 탓에 자꾸만 우리 마음이 좌절하기 때문에 단순화가 필요하다. 작가는 드물기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순간, 우리가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언어로 표현한다. 그들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안다. 그들은 우리 이야기를 그냥 진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로선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수준으로 명확하게 진술한다.
문학은 우리의 타고난 불분명함을 고쳐준다. 우리는 자주 언어를 잃었다고 느낀다. 해질녘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감동을 받고, 동틀 무렵 특유의 공기를 알며, 어떤 이의 다소 거칠지만 공감어린 태도를 사랑한다. 이런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자 애쓰지만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만다. “정말 멋지다.” 우리 감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미묘하고 애매모호하며 이해하기어려워 자세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이상적인 작가는 얼마 안 되는 경이로운 일들, 즉 날개의 각도랄지 가장 큰 나뭇가지의 느릿한 움직임, 미소를지을 때 입이 기우는 각도 등을 곧장 묘파한다. 단순화는 삶의 미세한 차이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좀 더 잘 보이게 밝혀준다.
위대한 작가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거나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치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과 우리를 연결해준다. 경험의 공통된 핵심을 관통하는 길을 내준다. 선택과 강조를 통해 우리가 공유하는 중요한 것들을 드러낸다. 어디를 봐야 하는지 보여준다. 작가들은 우리가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는 종종 착한 사람이 되고싶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으며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을 원한다.
그러나 할 수 없다. 우리 일상생활에는 감정이 스스로 발산되는 적당한 그릇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관계는 너무도 위태롭고 어려운 일들 투성이다. 보상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지극히 다정하게 구는 것은 너무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많이 느끼지 않고 얼어붙어버린다. 그러나 이야기가 펼쳐지는 페이지에서 우리는 매우 아름답고 상냥하고 예민하며 젊고 죽어가는 사람을 만난다. 우리는 그녀를 위해서 혹은 이 세계의 잔인함과 부당함 때문에 운다.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기분을 회복한 상태로 돌아온다. 우리는 감정 근육을 운동시키고 그 힘을 우리 삶에 새롭게 활용한다.
모든 책이 우리에게 필요한 단순화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책이 제공해야 하는 지식을 활용할 만한 적절한 위치에 있지 못한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책을 적당한 사람과 연결하는 일은 아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문과 친구들은 책 때문에 책을 추천할 뿐 우리를 위해 추천해야 할 이유를 철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다 우리에게 이상적인 책을 만나게 되면 우리의 관심사와 경험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하고 명쾌하며 더욱 잘 조직된 설명을 듣게 된다. 그 시간 동안 적어도 우리 마음은 덜 흐려지고 우리 가슴은 더욱 정확하게 예민해진다. 자비로운 책의 단순화 작용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능숙하게 진짜 우리가 된다.
번역: 이주혜
편집: 인생학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