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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학교 서울 Oct 23. 2018

취약성의 매력

The   Charm of Vulnerability

무리에 적응하고자 하는 욕구는 우리 본성 깊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무리 안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는 게 중요함을 강조해온 기나긴 진화의 역사를 지닌 사회적 동물이다. 저 괴짜는 제 몫의 매머드 고기를 가장 늦게 먹게 될 것이다. 우리는 순응을 통해 먹이를 얻을 수 있었던 자들의 후예다.


그러므로 남과 다른 기이한 점 때문에 거북해지고 몹시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자신의 특이한 점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무리에 들어가려고 자신을 규제하고 실제 모습보다 평범해 보이려고 애쓴다. 남자치고 특이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 축구를 좋아하는 척한다. 술집에서 실제로 마시고 싶은 것은 우유 한 잔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들 어리둥절해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위스키를 주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장난감 기차에 관심이 많고 더 많이 알고 싶어서 동호회에 가입한 소수의 어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구식 시계를 차야 사랑을 나눌 때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을 깨달은 사람일 수도 있다. 휴일이면 남몰래 지역의 수리화학발전소를 찾아가는 게 취미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우리가 지닌 기이한 점들은 삶의 다른 면과 비교할 때 더 강렬해진다. 예를 들어 법률회사의 세금전문이사가 사회주의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굉장히 어색해 보일 것이다.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동기들에게 인형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비행승무원이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소설을 향해 찬사를 보낸다면 동료들은 이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19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작가로 영국 보수당 총리를 역임했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로 통계의 과학적 허구성을 꼬집은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통계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이 드는 예가 ‘과연 비행기 여행이 철도 여행보다 안전한가’의 문제이므로 비행기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 탓으로 본문에서 디즈레일리와 비행승무원을 연관 지은 것으로 보인다-역주)

그렇다 보니 마침내 누군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상함을 드러내면 우리 역시 덩달아 은밀하게 기쁨을 느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기는 스포츠카나 러시아 대통령을 보면 성적으로 흥분된다고 털어놓았다면, 혹은 세균이 너무 무서워 공중화장실 문을 늘 발로 연다고 고백했다면, 또는 자신의 경력이 나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한탄하며 주말 내내 울면서 보냈다고 말한다면, 아니면 다른 대륙에 사는 자기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은 사람과 온라인으로 바람을 피우며 보냈다고 별로 당황하지도 않고 말한다면, 우리는 은근히 기쁨을 느낀다.


우리 역시 그들과 똑같은 습관이 있다거나 관심사가 비슷해서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이상한 점을 털어놓을 때 우리 역시 이상한 면을 밖으로 끄집어내도 괜찮겠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고백하는 사람을 볼 때 우리 역시 그간 부정해온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편안하게 여겨도 괜찮겠다는 격려를 받는다. 그들이 자신의 기이한 면을 똑바로 직시하고 편안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괴상한 면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그들은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본성에 대해 더욱 정확하고 공감 어린 시각을 던져주는 셈이다. 즉, 통계적으로 우리는 모두 꽤 많은 면에서 기이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소 비정상적인 것은 극도로 정상적이다.


자신 있게 고백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도 똑같이 이상한 (그러나 종류는 매우 다른) 면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또 그토록 특이해도 여전히 사랑받을 만한 호감형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자신의 이상한 면을 기꺼이 유쾌하게 인정할 때 우리는 남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어야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억압의 연결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종종 남과 다른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솔직함의 매력은 어쩌다 마주치는 인연을 위해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 덜 외로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지침이기도 하다.


번역: 이주혜

편집: 인생학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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