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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학교 서울 Oct 01. 2018

사랑의 유머

Humor in Love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유머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러나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약간 애매모호하다.


우리는 날 것의 오락거리를 원하는 게 아니다. 코미디언은 TV만 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단순히 웃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극적인 결말로 치닫지 않으면서 가볍게, 특별한 종류의 외교적 면책 특권을 지니고, 서로의 가장 불쾌한 면을 비판하고 싶고 화를 낼 방법을 찾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흔히 정상이나 균형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벗어날 때가 찾아온다. 우리 파트너는 여러 면에서 조금은 제정신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어머니에게 하루에 다섯 번 전화를 걸기도 하고, 부엌 청소를 외과수술처럼 대하기도 하며,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둘만의 행사에 친구들을 초대해 상처를 입히거나, 공항에 6시간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기도 한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진지한 말투로 직접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고통스러운 역효과를 낳을 수가 있다. 파트너는 자신이 너무 자주 공격을 받는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볼 기회를 거부한다.

바로 이때 유머가 필요하다. 솜씨 좋은 농담은 상대방의 울화나 독선을 유발하지 않고도 비판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게다가 우리가 자아내는 웃음은 상대방이 즐거워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 사람이 드디어 자신을 개혁하려는 시도를 인정했다는 만족스러운 증거다.


사람들은 균형감각을 포기했기 때문에 비판을 듣고 짜증을 낸다. 그런데 진지하게 지적을 받았을 때 오히려 스스로 균형감각을 포기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든다. 그러므로 농담을 만들어낼 때는 타인의 골치 아픈 면을 더욱 크게, 과장법을 동원해 부풀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해당 문제를 한없이 과장할 때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그 문제를 인정하게 되고 동시에 자신이 그 정도로 심하게 형편없지는 않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1980년대 후반,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마거릿 대처는 동료 정치인들에게 점점 권위적으로 굴기 시작했다. 좀 더 협력적이고 공감능력을 발휘하라고 촉구하는 진지한 기사들이 신문에 실렸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대처 수상은 불쾌해했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스피팅 이미지(Spitting Image)’라는 코미디 인형극이 대처 수상을 곤봉을 들고 말 안 듣는 동료들의 머리를 후려치는 굵은 목소리의 사이코패스 부인으로 묘사했다. 대처 수상은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고, 고통스러운 진상을 열 배쯤 과장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자 수상은 드디어 요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 거칠게 과장된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졌으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대처의 회고록에서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킥킥대며 웃었다고 술회한다. 그 후로 그녀는 언젠가부터 손을 놓아버린 방식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법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취해야 하는 움직임을 이 코미디 쇼가 미리 연습하고 있었다.


부엌에 먼지가 내려앉을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는 파트너에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지나치게 중시하며 반응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싱크대 옆에 빵 부스러기가 떨어졌으니 우리 같이 죽어버리자! 당신 말이 옳아. 이런 꼴로 더 살아서 뭐하겠어? 빨리 밤늦게까지 여는 약국으로 달려가 수면제를 한 통 사오자. 아니면 빵 칼로 발목의 대정맥을 끊어버릴까? 잠시 후면 우린 더 이상 이 너저분한 세상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야. 심지어 재미까지 있을걸!” 말하는 동안 유쾌할 것, 느긋할 것, 입술을 장난스럽게 떠는 등 세부사항에 공을 들일 것. 코미디언들을 보면 알겠지만, 말투가 핵심이다.


코믹한 방법은 소위 표준에서 엉망진창이 된 균형감각 쪽으로 급격히 이탈을 불러온다. 상대방은 자신이 늘 해온 ‘과잉반응’을 비로소 제대로 목격하게 된다. 성숙하고 이성적인 말로는 상대방이 그동안 과잉반응해왔음을 깨닫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코미디는 능숙하게 가르쳐준다. 코미디는 과잉반응임이 분명해질 때까지 문제를 계속 증폭시키고 규모를 부풀려 결국 관객을 웃게 만든다. 유머를 통해 비판하는 법을 배울 때 우리 관계는 결과적으로 훨씬 더 안정될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거꾸로 우리의 결점을 농담으로 확대해도 좋다고 생각할 때 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번역: 이주혜

편집: 인생학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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