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Q Office
사무실은 사람들의 협동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협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잘못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장애는 절차 때문에 발생한다. 회의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거나, 모두가 동시에 말을 한다거나, 회의 안건이 적절하지 않다거나, 화이트보드가 충분하지 않거나, 창문이나 휴식 공간의 비율이 형편없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많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비이성적으로 경쟁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너무 애쓰거나, 부정적이거나, 걸핏하면 발끈 화를 낸다거나, 지나치게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려 들거나, 비밀스럽게 움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거나,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협력에 장애가 발생한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한편으로는 모든 개인이 떠맡아야 할 문제일 수도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동료 직원들 사이의 분위기를 크게 개선하고자 하는 해결책을 도입할 수 있다. 즉, 개인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시 말해 집단적이고 제도적으로 다룰 수가 있다. 사실 지나치게 오만해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거나 하는, 흔히 사적이고 내밀하게 보이는 문제도 조직의 습관과 관행의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접근하면 매우 유용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야심 찬 조직은 조직원이 성숙하게 행동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개개인이 자신의 감정적 결함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게 조직 차원에서 실천에 나설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구성원 개인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겠지만, 사람들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함께 일하는 협동 방식의 향상에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오랫동안 지능지수, 즉 IQ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통용되었다. 지능지수는 개인의 논리성과 추론능력 수준을 평가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고용가능성’과 연관이 있었다. 흔히 IQ 백분위의 상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제 우리는 개인의 순수한 지적 능력이 어느 정도이든 그들의 실질적인 업무 기여도는 감정적인 성숙도, 즉 EQ와 크게 상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IQ는 사는 내내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EQ는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감정적인 성숙도를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물론 성숙의 습득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다소 신뢰성이 떨어지고 고르지 못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감정적 성숙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때 EQ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조직은 감정적인 미숙함과 협력의 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을 검토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적 발달을 도울 수 있다.
여기 보다 성숙하고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협력은 어렵다. 우리는 전부 제정신이 아니니까.
원활한 협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협력은 본질적으로 수월해야 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제정신이라는 생각이다. 이때 협력은 언제나 어렵고 우리 모두 약간은 미쳤다고 생각하면 유용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완벽하게 제정신인 사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안에 20명이 있다면 이때 까다로운 심리적 역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 미묘해진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겸손해질 수 있고, 신중을 기하게 되며, 사과와 양보와, 필요하다면 우리의 약점을 향해서도 따뜻하고 너그럽게 웃어줄 마음의 준비를 갖출 수 있다.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사무실은 함께 일할 때 생기는 어려움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좌절감을 느끼고, 울음을 터뜨리고, 절망에 빠지는 것은 결코 변칙적인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은 영리한 사람들이 모여 어려운 일을 하는 좋은 삶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회사 차원에서도 인간의 본성이 갖는 기이함과 변덕을 너그럽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회사는 위인들의 장점만 숭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약점마저도 기억하고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코코 샤넬의 은밀함이랄지 아이젠하워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성격이나 나폴레옹의 독단, 헨리 제임스의 늦됨, 반 고흐의 산만함 같은 것들 말이다.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사무실은 흔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진짜 문제는 곤란을 일으키는 사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해결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태도이다. 우리에겐 완벽한 사람들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캠프파이어 회의
일단 모닥불이 피어오르면 긴장감이 풀어진다. 하루의 끝인 만큼 압력도 조금 줄어든다. 이제 진짜 상황이 어떠한지 솔직하게 공유할 때다. EQ의 개발에 헌신하는 한 조직은 정기적으로 캠프파이어 회의를 연다. 보통 금요일 오후 5시다. 한 시간 동안 팀원이 모두 모이는데, 전체 인원은 스무 명 이하다.
이 회의의 주된 목적은 함께 일하는 협력을 둘러싼 온갖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지극히 정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처음부터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 가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수치스럽게 느끼지는 않는다. 심리적으로 결점이 있는가가 회의에서 다루는 사안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다른 사람의 문제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심 사안이다. 집단의 압력이 온화하면 실패와 결점을 인정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그러나 여전히 결점이 존재하는 영역이 있다. 그래서 보통 토론 주제는 다음과 같다. “내 안에서 느껴지는 건강하지 못한 역학은 무엇이고, 나는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할 말이 전혀 없는 것, 문제점들을 향상시키거나 해결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제정신이 아닌 것은 정상이지만,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정상일 뿐만 아니라 필수불가결하다. 고백은 변명이 아니다. 고백은 발달과 연결된다. EQ 사무실은 ‘지속적으로 성숙해가는 사무실’이다.
회의는 최근 직원들이 EQ가 부족했던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개개인이 어디서 특정 기술을 개발하거나 특정 통찰력을 활용할 것인지 논의가 이루어진다. 회의는 성숙해가는 과정이 정상이라고 느끼게 해준다.
EQ 환경
정서적인 발달, 그리고 업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감정적 환경을 합리적으로 다루는 일은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일회성 깨달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우리 마음 한쪽이 줄줄 새고 있다. 상태가 가장 좋은 순간조차도 우리는 중요한 일인 줄 알면서도 계속 잊어버린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보충이 필요하고 여기저기서 약간의 잔소리가 들려야 계속 앞으로 움직일 수 있다. 나쁜 습관에는 빠지지 말고 좋은 습관은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좋은 인사부서는 스스로 좋은 EQ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사부는 우리 안에서 EQ 관련 어려움을 인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문제를 다룰 수 있게 격려하는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에세이를 쓰거나 강의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부감을 극복하고 수천 통의 다른 이메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우리 기억에 강력하게 저장되려면 중요한 내용을 상기시키는 형식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훌륭한 EQ 사무실은 다른 수많은 이메일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이런 종류의 이메일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동영상 클립이 있습니다.)
직통 대화
한 EQ 사무실에는 직통 대화의 문화가 있다. 강력한 의제로 삼기 위해 아예 공식화했다. 이를 직통 대화 혹은 DC(Direct Chat)이라고 부른다.
팀 내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가장 덩어리가 큰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희망과 실망과 좌절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때 생긴다. 문제가 가득 차 올랐다가 결국 터져버리거나 사무실 전체에 유독한 분위기가 배어버린다.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직접적이지 못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정치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자유와 능력을 누린 지도 몇 세대 되지 않는다. 우리 내면에는 여전히 노예제도가 존재한다. 더욱이 어린 시절 우리는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하라고 격려 받는 분위기도 별로 없었다. 우리는 크고 힘센 어른들의 손아귀에 있는 작고 약한 아기였고,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소리 높여 말하는 방법을 알지도 못했으며, 감히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간접성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쓸 수 있는 일종의 전략이다.
대부분의 사무실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능력에 불리한 불평등한 권력관계로 가득 차 있다. 괜히 말했다가 해고라도 당하면 어쩌지? 괜히 말했다가 그들이 사임이라도 하면? 괜히 말했다가 그들이 매입하지 않으면 어쩌나? 간접적인 습관으로 자꾸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는 언제나 차고 넘친다.
그러나 EQ를 위해 노력하는 사무실은 이런 습관을 인정하지 않는다. EQ 사무실은 아마도 경험 때문에 간접적인 분위기가 결국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지, 직접적으로 소통할 때 얼마나 많은 지혜와 좋은 실천이 나올 수 있는지 잘 안다.
그래서 EQ 사무실은 직통 대화의 실천에 커다란 특권을 부여한다. 어떤 직원이든 언제라도 회사 위계질서 안의 그 누구와도 직통 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접수처 직원이 사장과, 영업부 중간관리자와 아래층 IT 담당자와 직통 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직통 대화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회사는 동영상으로 직원들에게 직통 대화의 포맷을 보여준다. 또 신입사원은 직통 대화에 관해 세 차례의 연수를 받는다. 결정적으로 말을 건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책임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말하는 사람은 절대로 듣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회의 시간에 내 말을 통 듣지를 않아요.”라고 말할 수 없다. 대신 “당신이 회의 시간에 내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요.”라고 말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화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뜻을 전달할 수 있다. 직접적인 비난은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 있고, 또 말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 생긴 감정을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고 있다는 의심을 남길 수 있다. 어조는 비난투여서는 안 된다. 화가 났다는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앙갚음의 의도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슬퍼할 수는 있지만 분노할 수는 없다. 불만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켜서는 안 된다. (부부상담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다하다 ‘부엌 싱크대까지 던지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물론 듣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 듣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창피를 줘서는 안 되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며, 불만 뒤에 숨은 용기와 진정성을 인정해야 한다. 참을성 있게 들어야 하고, 절대로 잔인하게 비웃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은 지금 옷을 벗는 것과 맞먹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으므로, 듣는 사람은 상대의 용기를 존중해야 한다.
직통 대화 안에서 온갖 종류의 살짝 특이한 행동은 허용된다. 울어도 되고 격렬해질 수도 있으며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허락된다. 물론 이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상황이 계속 진전된다는 점이다. 과거의 직통 대화로 원한을 품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직통 대화의 설치는 사무실 생활의 정상적인 한 부분으로 바라봐야 한다. 만약 1년에 최소한 다섯 번도 직통 대화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뭔가 몹시 잘못되었다는 뜻이고 그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직통 대화 문화는 직장이 봉건주의와 심리적인 굴욕의 시대를 뒤로 하고 있다는 신호다. 간접적인 분위기는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EQ 리뷰
누구나 다른 사람의 결함은 잘 알아보는 통찰력을 갖고 있다. 이는 사실이고 잠재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능력이다. 어떤 동료가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강요하려는 것을 여러 차례 눈치 챌 수도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너무 일 욕심이 많아서 당신도 모르게 그들의 말을 뭐든 깎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협력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고, 이상적인 세계라면 이러한 통찰력이 위협적이지 않고 유용한 방식으로 관련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와 직접 연관된 사람에게는 절대로 이런 통찰력을 공유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도와주려는 마음이 아닌 잔인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쌍방 공격의 여지를 남길 것 같으면 더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경향을 거스르는 유일한 영역은 연인관계다. 나머지는 대부분 기본적으로 회피한다. 사람들을 포기하고, 침묵으로 괴로워하거나, 직장을 옮긴다. 이런 비효율성은 모두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가 공중에 떠다니는데 활용 기술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무적인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상대를 모욕하지 않고, 보복이나 비열하게 구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감정적인 기술을 말한다.
사무실은 EQ 리뷰 프로그램을 개발해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공간이 될 수 있다. 회사의 모든 직원이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EQ 코치를 만나야 한다. 경영진은 EQ 코치에게 각 직원이 열 가지 분야의 EQ 미숙함에서 어떻게 부족한지 여러 가지 지침을 제공한다. 더 긴급한 경우(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집중적인 EQ 치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각 영역의 미숙함은 적어도 네 차례의 1시간짜리 수업을 들어서 치료한다.
EQ 리뷰 과정에서 직원이 경영진에게 피드백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코치와 회사의 관계가 잠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 관계는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관계가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혹은 전혀 그렇지 않은지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통찰력을 얻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동시에 극도로 어렵다.
두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리뷰에 참가하기에는 긴장감이 너무 클 때 외교가 필요하다. 둘 사이에 지나치게 화가 나 있거나 적대적일 때를 말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건설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다. 이때 코치는 일종의 외교관이자 주선자이자 매우 중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적인 대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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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오랫동안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개인적인 삶에만 이로운 일종의 호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환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감정적인 성숙은 효과적인 사업을 위한 부가물이 아니라 핵심이 되어야 하며, 현대 사회 비즈니스의 거대한 집합적 과제를 추구하는 어떤 팀에게도 가장 가치 있는 기술이 되었다.
번역: 이주혜
편집: 인생학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