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실화 로맨틱 영화가 영화계에 던지는 도전장에 대하여
<노트북>, <파이브 피트>, <디어 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어바웃 타임> 등 나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라고 하시는 분이라면 오늘 포스팅을 톡톡히 눈여겨보시기를.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 <올 마이 라이프>는 영국에서 10월 23일, 그리고 미국에서 지난 12월 4일에 갓 상영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우리에게 미국 드라마 글리 <Glee>에서 댄스 천재 마이크 챙 (Mike Chang)으로, 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Crazy Rich Asians>에서 찰리 우 (Charlie Wu)로 잘 알려진 해리 슘 주니어 (Harry Shum Jr.)와, 여자 주인공으로는 해피 데스 데이 (Happy Death Day) 시리즈로 톡톡히 눈도장을 찍은 제시카 로스 (Jessica Rothe). 이 두 배우가 만난 합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커플 제니퍼 카터 (Jennifer Carter)와 솔로몬 차우 (Solomon Chau)는 솔로몬의 19번째 생일파티에서 만난 후, 사랑을 키워왔다. 한동안 알콩달콩 사귀던 커플은 이내 솔로몬이 플래시 몹으로 제니퍼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부부의 연을 기약하게 되었으나, 솔로몬이 말기 암 환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촉박한 시간과의 전쟁 속, 친구들과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둘은 결혼식 날짜를 앞당겨 계획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무겁고 힘든 상황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계 미국인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로맨스 장르가 아니어도 동양인 주연 배우를 내세우는 작품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엘리멘트리>, <Pen15>, <킬링 이브> 등이 있겠다. 하물며 다인종 (intteracial) 로맨스를 다루는 작품에서, 특히 동양계 남자 주인공을 찾기는 힘들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헨리 골딩 배우와 <워킹 데드> 시리즈의 스티브 연이 on-screen 로맨스를 보여주며 문턱을 넘기는 했으나 , 사실상 할리우드 영화 및 방송 시장 내에서 동양인이 대표되는 비중은 아직도 굉장히 작다. 과거에 걸핏하면 괴짜, 공붓벌레, 마르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엄격한 부모님을 가진 애송이 반항아, 주인공의 친구, 머리에 이상한 브릿지를 넣고 종잡을 수 없는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캐릭터 등 오리엔탈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물들로 나오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획기적이다. 드디어 동양계 미국인 남성을 우리가 "로맨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연애를 하거나 데이팅 앱에서 애인을 찾으려고 할 때 가장 성공률이 낮은 인종과 성별은 동양계 남성이라고 한다. 미국 내 많은 여성들이 이들을 아예 연애 상대로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배제해버리는 경향 때문이다. 미국 내 "남자는 이래야 해, " "남자는 저래야 해" 등 유해한/해로운 남성성 (toxic masculity) 아래, 그리고 그 외 동양인들을 향한 셀 수 없는 인종차별의 숨 막히는 압박 아래 동양계 미국인 남성들은 묻혀버리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수업들을 하기로 유명한 샘 리처드 교수님은 바로 이 문제를 특별히 꼬집어 수업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 주로 유색인종을 사귄 경험이 하나도 없는 백인 여학생에게 질문을 던지는 구조로 수업을 진행하신다. 이에 맞게 교수님께서는 세네 명가량의 다양한 국적 및 전통을 가진 동양인 남학생들을 뽑으시는데, 이때 남학생들은 중국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 베트남계 미국인 등 동양계 미국인인 경우도 있고, 유학을 하고 있는 동양인 학생들 등 다양한 학생들이 포함된다.
수업은 여학생들에게 이 동양계 남학생들을 비교한 후, 누구를 매력적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백인 여학생들은 동양인인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극단적으로 달라 보이는 이 남학생들을 구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교수님의 끈질긴 질문 끝에서야 남학생들의 옷이나 스타일, 이목구비 등을 눈치채기 시작하며 후보들 중 자신이 가장 매력 있는 상대를 뽑는 데 성공한다. 반면에, 교수님이 이다음에 뽑은 동양계 여학생은 남학생들을 빠르게 비교한 후,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 상대를 빨리 간파한다. 이들은 이러한 경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을 비교하며 교수님은 배제의 영향과 경험이 빚는 차이에 대해 설명하신다. 이 "끌림"에 관한 입증으로 학생들은 자신을 돌아보며 더욱더 다양한 인종들을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수님의 수업 영상 중 하나를 첨부한다. 한글 자막이 붙은 영상들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sWTFeP1hno&ab_channel=SOC119
영화 <올 마이 라이프>의 주인공 해리 슘 주니어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 연예계 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The Hollywood Reporter) 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의 의미를 나눴다.
“That’s why All My Life is important as well because it shows this guy that never had an opportunity. Before this, how many Asian Americans could you name in a leading romantic role? I’ve been in this for 15-plus years and I’ve been watching it from the sidelines. And in a lot of ways, I still feel like I’m on the sidelines. But getting this opportunity has been really, really fruitful, and I think it’s a big step forward.”
즉, "영화 <올 마이 라이프>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기회를 얻지 못했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동양계 미국인이 로맨틱 코미디 주연으로 발탁된 경우를 몇이나 말할 수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계에 15년 동안 몸을 담갔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뒷전으로 미뤄지며 소외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다양한 의미로 여전히 뒷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보람차며 (미래를 향한) 큰 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밝혔다.
<올 마이 라이프>는 마음 설레는, 희망찬 로맨틱 영화일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 드높이 쌓여 있던 인종차별의 벽에 도전장을 당당히 내던지는 작품이다. 로맨틱 영화를 즐겨 본다면, 당장 <올 마이 라이프>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 올 마이 라이프의 예고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WyJvohEFj8&ab_channel=UniversalPictures
참고 링크:
https://decider.com/2020/12/01/all-my-life-true-story-solomon-chau-jennifer-ca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