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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구 Aug 05. 2024

오사카, 초저녁의 야경

우메다 스카이빌딩에서 본 오사카

초저녁의 야경.


우메다 스카이빌딩에 가기 전 지갑을 잃어버렸다.

헵파이브 관람차에서 카메라 받침대로 쓰고 있던 지갑을 그대로 두고 내렸던 탓이었다.

그 사실을 기억해내는 건 내가 지갑을 잃어버리고 1시간이 넘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뒤였다.

빠르게 관람차로 돌아가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히 관람차 앞에서 서있는 직원분께서 지갑을 찾은 게 하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건물 1층 사무실에서 지갑을 찾을 수 있었다.

내 여권을 확인하고 분실물 서류까지 작성한 다음에야 내 지갑을 받을 수 있었다.

지갑 안에 들어있던 내 주민등록증을 보고도 여권을 확인하는 직원분들의 모습에서 규율을 지키는 절제된 행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그냥 줬을 텐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우메다 스카이빌딩에서 본 오사카




우메다 스카이빌딩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던 계획은 내 여행 일정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간대가 애매하게 되었다.

원래 계획이었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혼자 하는 여행의 단점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핸드폰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없었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야경을 보기 위해 2시간 정도를 기다릴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카페를 좋아했다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겠지만 20살의 나는 카페에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낭만이 없는 사람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 전망대에 나가보았다.

야경은 아니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뭔가 잔잔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낮게 깔린 구름과 마주하는 산.

멀리 있는 건물과 다리를 지나다니는 차들 그리고 아주 작은 사람들까지 다 보이는 풍경은 신선했다.

오히려 흔하게 볼 수 있는 야경보다 더 아름다웠던 거 같다.

화려하게 빛나면서 어지러운 야경보다 이렇게 보는 풍경이 더 여름 느낌이 짙었다.


여름의 화려함이 아닌 여름의 나른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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