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의 결과인가, 깨달음의 결과인가.
워킹맘 7년차. 돌이켜보니 나 혼자 고군분투 했던 시간은 아니었다. 성질 급한 엄마 덕분에 매일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스친다. 미안한 마음보다는 대견한 마음이 크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시간이지만, 새삼스럽게 글을 쓰게 된 이유를 풀어본다.
워킹맘 초반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두 아이를 보내고 나까지 출근하려면 아침 시간이 정말 바빴다. 시간에 쫓기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애초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챙기는 습관을 들였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닐 무렵에는 아무래도 내 손이 많이 가던 때였던 만큼 내가 바쁘게 움직이면 빨리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끔 유도하면 할 수록 언성이 높아질 일이 많았고 그만큼 아침 체력 소모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작은 아이는 유치원 차량을 태워야 했기 때문에 둘의 시간차가 있어서 적응하느라 조금 힘들기도 했었다. 특히 방학 때는 더더욱. 가끔씩 내가 아이들보다 출근을 빨리 해야 했을 때는 아이들이 시간 맞춰 잘 나갈지 어떨지 걱정이 되어 전화로 체크를 하기도 했는데 몇 번 겪어보니 엄마가 없어도 잘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하고는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 말보다는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게 되었고 빨리 준비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쁜 마음과, 아침 시간에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아이들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시계는 보고 있는 건지, 무슨 계획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제발 좀 미리 준비를 다 하고 여유를 부리는 아이들을 보며 '아침부터 큰소리 내지 말아야지' 하며 삼키고 삼키다 결국 잔소리를 하곤 했다. 결국 또 지는 것은 엄마 쪽. 언제 준비를 하든 지각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잔소리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침 6시에 운동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7시 10분가량이 된다. 평소에는 7시 30분이 되어도 깨워야 일어나던 아이들이었는데 며칠 전부터는 운동을 마치고 오면 일어나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옷까지 갈아입고, 학습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첫 날에는 오늘 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나(가을바람?ㅋㅋ) 생각하며 칭찬만 해주었는데 며칠씩 지속되자 이유가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언제 일어났어? 요즘 왜 이렇게 준비를 빨리해?"
"미리 준비하면 느긋해서 좋아"
그렇게 잔소리를 쏟아부을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더니 스스로 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변화된 아이를 보니 너무 놀랍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기다려줬으면 되었을 걸,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고려하지 않고 너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다그쳤나? 싶은 마음에 미안함이 들었다. 그러다가 '만약에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이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면? 그래도 이런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아이들이 "스스로 어린이"가 된 데는 "잔소리"도 긍정적인 의미로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도 때가 되면 스스로 선택했을 것이다. 겪어보니 때가 되면 다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더라. 아이들 마다 달라서, 기약이 없어서, 도대체 그런 때가 오기는 하는 건지, 막연하지만 그 때는 틀림 없이 오는 것 같다. 언제나 엄마가 할 일은 내 몸 컨디션 잘 챙기면서 내 기분을 평온하게 만들어놓고 느긋하게 아이들을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잔소리의 결과일까? 경험의 결과일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