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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다 Aug 02. 2020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상처로 남기느냐, 경험으로 받아들이느냐.

육아를 시작하고나서 처음 접하게 된 "내면아이"
내 안의 해소되지 않은 무엇인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내면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았을때는
나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어릴 적 기억들 때문이라고
그래서 내 성격이 이렇게 형성되었고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괴롭고 힘든 것이라고 원망만 하며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 없이 괴로운 날들이 있었어요.

나는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죠...

사람들이 보는 나는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인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쓸쓸하고 상처받은, 한없이 작고 나쁜 사람이었어요.
처음에는 주위에서 건내는 작은 위로나 한 줄의 글귀에도 힘을 얻어 버텨졌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봄여름가을겨울 한 계절이 돌아오듯이
언제고 다시 그런 감정이 반복되니
이것은 혼자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내가 내 스스로 내 안의 나와 만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것이 정말 있는 것인가?
내가 나의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상상하며 손발이 오글거리기도 했답니다.
시간적인 이유로 비용적인 이유로 전문상담센터를 가지는 못했지만
어느 날인가 저는 내면아이를 만난 것 같아요.
그 방법이 바로.

나의 과거를 글로 써보는 일이었어요.

부모님께는 또 다른 상처가 될까봐 말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까, 관계의 변화가 두려워
말하지 못했던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썼어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리고 글을 쓰던 중에 제가 잊고 지냈던 많은 부분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나는 비록 남들이 말하는 "불우한 가정"에서 컸지만
나또한 사랑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외면하고 있었을 뿐!
그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받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그러고 나니
내 아이들의 미래가 불행할 리는 없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 전에는 내면이 상처투성이인 엄마를 만나,
그 상처가 대물림 될까봐 걱정되어 갖은 노력을 하면서도 늘 불안했거든요.
화를 한번 낼 때마다 그 화가 아이의 미래에 상처로 남을까봐 전전긍긍 하면서도
그 화를 참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거든요.
왜 내 감정이 그렇게 흘렀는지 현재를 돌아보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
‘그때 누군가 내 마음을 잘 보듬어 주었더라면’ 하며
타인을 원망하고 나는 그래서 이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합리화 하기도 하며
지나가버린 과거를 붙들고 우울감에 빠지곤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끔씩 짜증을 내더라도 사과할 줄 아는 엄마를 가진 아이들이라 다행이다.
처음부터 자존감 높은 엄마는 아니었지만 노력하는 엄마를 가진 아이들이라 다행이다.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함께할 때 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아빠를 가진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어떻게 불행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서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떨쳐버렸습니다.

숲이 아니라 나무를 보니, 내 상처만 보이고 나는 상처만 있고
나를 아무도 챙겨주지 않고 사랑받지 못했던 나만 보였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우거진 큰 숲 전체를 보고 있으니
내가 몰랐을 뿐 나도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또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내가 그렇게 믿어버리면 되는 거였어요.
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은 역사처럼 그대로 남아있어요.
제 과거는 절대 변하지 않는 시간의 기록인데
지금 그곳을 돌아보는 나의 마음가짐이 그것을 상처로 남겨두느냐,
지나간 경험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였어요.

저는 남들이 겪지 않았던 많은 일들을 “상처”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묻고 지냈어요.
“상처”라고 이름을 붙이니 꺼내어 볼 때마다 아팠고 그래서 꽁꽁 숨겼지만
지금 그것은 저에게 그냥 “경험”일 뿐입니다.
“경험”이라고 이름 붙였더니 저는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네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니 제 스스로가 여유로워 졌어요.

변함없이 무뚝뚝한 남편이지만 그 속에서 나를 아끼는 마음을 발견하고
여전히 아이들은 그대로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지만 그런 천진난만함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닌 아이들 그대로의 사랑스러움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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