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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Oct 12. 2024

나는 네가 없이는 내가 아닐 것 같아.

슬픔이여 이제 안녕

지난 일요일 아침 항상 잔잔하던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침 7시쯤 잠들었었기에 겨우겨우 전화를 받았더니 친구 보라였다. 내용인즉슨, 지인과 자우림 콘서트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지인의 사정으로 표가 한 장 남는다. 혹시 갈 테냐? 였다. 콜당오! (콜 당근 오케이) 무려 자우림인데 안 갈 리가! 나의 중고등시절을 책임지던 윤아언니인데 안 갈 리가?!


자우림 9집 'goodbye grief'는 너무나도 유명한 곡 ‘스물다섯스물 하나‘가 수록된 앨범이다. 그 앨범을 보다가 제목에 끌려 ‘슬픔이여 이제 안녕‘을 듣게 됐다. 가끔 세상이 내게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바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런 기분을 느꼈다. 콘서트 도중 윤아언니가 그런 말을 하셨다. 혹시 성공한 사람이나 자우림이 부럽냐고. 사람들은 대부분 “네~“라고 대답했고 나 또한 콘서트가 시작하자마자 신나게 노래하는, 신나게 연주하는 자우림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근데 그 뒤에 윤아언니가 성공한 사람 중 결핍이 없는 사람이 있을 거 같냐고, 그렇다면 그건 소시오패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우림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결핍을 안다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도 결핍이 있기에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고, 만약 본인이 결핍이 없었으면 “나는 노래 안 했을 거예요.”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이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너무 났다. 이거 들키면 친구가 엄청 놀릴 거 같아서 진짜 조용히 울었다.. 올해 들어서 받은 위로 중 단연 최고의 위로였다.


결핍이란 어릴 때부터 나와 떼놓을 수 없는 거였다. 커서도 친구들과 결핍에 대해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 결론은 늘 희망적이지 않았다. ’ 결핍을 나와 떼어놓을 수 없다 ‘라는 게 결론이었으니, 그래서 참 슬펐다. 사실 암담했다. 더 어릴 땐 결핍 때문에 사람들에게 못 되게 굴었었다. 관심받고 싶었고 그 표현을 제대로 못해서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친구들아 미안해) 커서는 내 결핍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굉장히 힘든 일이었지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에게 있는 결핍과 슬픔 떠나 살 수 있을까? 나의 가장 오랜 벗이여. 나는 네가 없이는 내가 아닐 것 같아.


노래는 서정적인 피아노에 약간은 슬픈 윤아언니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가사는 그냥 내 마음을 빼다 박은 느낌이다. 슬픔이 나를 떠났으면 좋겠는데 나의 아주 큰 일부분인 너를 떠나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래도 나를 떠나 주길 바라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크고 어두운 숲 속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슬픔과 작별을 고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라이브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첫 소절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났다. 물론 숨죽여서 울었지만, 엄청난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 마음이 아프고 정말 슬플 때 나는 눈물은 온몸이 아픈 느낌인데, 이렇게 위로를 받거나 무언가를 깨닫고 흘리는 눈물은 개운하다. 이 날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개운하고 내 슬픔이 한층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요즘에는 내가 많이 괜찮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나는 여전히도 나의 결핍과 슬픔에 대해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결핍이 더 이상 밉지 않다. 잔잔히 그리고 깊게 생각해 보면, 나의 결핍들이 나에게 가져다준 것들을 알 수가 있다. 나와 닮아서 더 정이 가는 친구들, 다른 사람의 결핍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들, 나에게 오는 불행들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선 등 정말 여러 가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 결핍을 한 껏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결핍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글을 마치며, '슬픔이여 이제 안녕'을 들으며 우리들의 슬픔과 작별인사를 해보자!




https://youtu.be/jbX4-j6_C7Y? si=LaPOoS9 d_yIWJE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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