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에서 문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불이 꺼진 공연장과 먼지 쌓인 창고의 장비, 심지어 굳게 닫힌 방송국까지 엔터테인먼트의 시간은 잠시 멈춰있다. 비필수산업으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코로나 이후 시대에서 정말 불필요한 존재일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La Tomatina”라는 축제가 있는데, 정오가 되면 일제히 처음 보는 축제 참가자들끼리 서로 토마토를 던지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축제이며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수익도,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거의 없다. 경제적인 이익이 없는, 이 가치 없어 보이는 ‘놀이’를 대체 왜 하는 걸까?
엔터테인먼트에 연관된 모든 행위들, 공연, 음악, 축제, 영화 등은 모두 인간의 “놀고 싶은 욕구”에 기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산업화와 맞물려 이익과 결합되었을 뿐, 그 본질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기초적인 욕구를 재화와 서비스로 창출해낸 것은 인간, 바로 우리들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세상이다.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진 세상에서는 그 보편적 형태를 비대면의 기준에 맞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그 옛날 인류 본능적 욕구인 ‘유희’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가치 실현을 위해 만든 현대 문화예술의 보편적인 형태를 만든 것처럼,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기존의 보편적 형태를 “수정”하는 차원과 “새로운” 보편적 형태를 만드는 것, 두 가지가 병행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서는 어느 분야에서건 “보편”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변해도 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정리한 책 “호모 루덴스”를 읽으면 코로나 이후 시대의 문화 예술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재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