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생활하면서 영어로 발목 잡히는 사람들 숱하게 봤다. 능력 있고, 훌륭한 사람들이 '영어'라는 언어장벽 때문에 그들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거나 위축되는 상황들은 어딜 가나 있었다. 잘 나가는 김대리에게도, 이제 상무로 승진해야 하는 박 부장님께도 영어는 늘 숙제였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leverage로 많은 혜택을 봤다. 대학교 때는 토익점수가 높아 소규모 장학금도 받고, 우수인재 인증(?)도 받았었다. 인턴 때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 중에서 누가 해외출장을 지원할 것인지 경쟁하는 상황에서 토익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뽑혔었다. 덕분에 영어성적과 상관없는 중국을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른다.
지금은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 같이 영어로 일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나 역시 Native처럼 유창하진 않지만,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수준으로 일 하고 있다.(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도 문제긴 하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영어 잘하는 법'을 묻는다면, 나는 'Grammar In Use' 독학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처럼 영어에 목숨 거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조기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으로 시작해서 성인이 돼서 워킹홀리데이 혹은 유학 다녀온 사람들은 흔하다. 나 역시 영어공부를 위해 안 해본 것이 없다. 호기롭게 새벽반 영어학원을 끊었으나 이틀 나가고 포기했다.
학교에서 영어과목을 수강하며 나를 영어의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벼랑 끝에서 얻은 건 리스닝 실력 대신 눈치가 늘었지만 여전히 입은 안 떨어졌다.(벼랑 끝에 있는데 '악'소리 말고 무슨 말이 나오겠냐고!!) 고민 끝에 시작한 전화영어는 필리핀 선생님의 연애상담 시간이 되고 말았다(내가 컨설팅비 받았어야 했다.)
나의 영어실력은 계속 제자리였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삶의 센스는 늘었을까? 자괴감에 빠져들때즘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타지로 떠나면 다 영어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나도 그 틈에서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캥거루와 은하수가 보이는 아무도 없는 농장에서 딸기만 땄다. 기대했던 현지인과 대화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고, 기껏해야 Thank you, Hi가 전부였다. 귀국하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조급해졌다.
호주에서 생활은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나갈 수 있었다. 하루는 주인에게 부탁해 인근 서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영어공부를 위해 책을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서점 직원이 '스테디셀러'라며 'Grammar In Use'책을 권했다. 'Grammar In Use'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출판한 영어교재로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재라고 했다. 'Grammar'라는 책제목이 스피킹과 관계가 없어 보여 망설여졌다. 하지만 글로벌 스테디셀러인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고 책을 구매했다.
책은 'Grammar'책답게 굉장히 짜임새가 있고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학원에서 백날 전날 외쳐도 외워지지 않았던 to 부정사, have pp 등의 문구 등이 간단한 예문 몇 개로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난 이때 처음으로 영어를 암기가 아니라 언어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Beginner - Basic - Intermediate - Advanced로 난이도별로 나눠져 있어 내 수준에 맞게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보였다.
비록 아무도 신경 안 쓴다 해도 Beginner는 왠지 자존심이 상하고 쪽팔리는 것 같아 Basic을 샀다.
농장 컨테이너 생활은 평화로웠다.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농장일을 마치면 오후는 자유시간이었다. 나는 주로 먹고, 티브이보고, 산책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잠자리 들기 전 1시간씩 'Grammar In Use'책 공부를 했다. 챕터당 1장~2장으로 내용도 많지 않아 크게 부담되지도 않았다. 그날의 문구를 이해하고, 예시 문제들을 풀면서 두세 가지 상황문을 만들어 인용하는 문장을 적어보고 말로 연습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Intermediate와 Advance까지 차례대로 세 권을 독학했다.
나는 이때 공부한 책 3권으로 토익 900대 후반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특별히 더 구입한 것이 있다면, 토익 단어책 정도일 것이다.
물론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도 영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어 잘하는 거랑 비즈니스잉글리시는 다른 문제였고, 인도, 파키스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다양한 국가의 영어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다. 영어 때문에 울고 싶을 때도 있었고, 하도 이불킥을 해서 우리 집 이불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때마다 나는 Get to the Basic, Grammar In Use책을 살펴보며 다양한 업무상황에서 적용하며 자신감을 다진다. 그리고 혹시나 못 하더라도 내 할 말, 즉 '메시지'는 꼭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연습한다.
우리가 영어스피킹이 어려운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영어로 시제와 문법 등 고쳐가면서 입 밖으로 내뱉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어떤 시제를 써야 하는지 '암기한 것'에서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더 버벅거리고 로딩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나는 'Grammar In Use'는 영어를 언어로 이해하게 하는 기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라는 말은 아마 어떤 장르든, 무엇을 배우든 누구나 한 번쯤 귀에 박히도록 들어본 말일 것이다. 영어로 스트레스받고 있다면 Grammar In Use로 기본기부터 닦아놓길 추천한다. 내가 추천하는 공부방법은 우선 자기 수준을 파악해서 난이도에 맞는 책을 고를 것, 챕터별 내용을 읽어보고, 예문을 2~3개 정도 응용해서 써볼 것, 입 밖으로 소리 내며 리스닝 어감을 익히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영어실력을 향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니, 영어스트레스로 나처럼 이불킥 하고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