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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l 26. 2022

아베 피격, 업보는 아니었을까?

현지에서 바라보는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

점심시간 직전에 날아든 피격 속보

1보를 접한 것은 점심시간 바로 전이었다. ‘아베 전 총리, 유세중 피격, 심정지 상태로 병원 후송’. 오후에 거래처에서 있을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속보가 들어왔다. 거래처에서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오후 5시 반경 또 한 통의 속보가 날아들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확인’. 괜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퇴근하자, 지상파 TV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온통 아베 전 총리(이후 ‘아베’로 표기)의 사망 소식을 전하기 바쁘다. 유세 중 총탄에 쓰러지는 화상도 TV를 통해 계속 흘러나온다. 아베는 친한 일본인 친구의 학교 선배여서 늘 아베를 옹호하려는 친구와 술자리에서 티격태격 안주 삼기도 했지만,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어떤 이유이든 정치적 테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반주로 시작했던 소주에 흠뻑 취해 잠자리에 들었다.


침체된 일본을 외교, 군사, 경제 대국으로 재건하려 했던 총리

최연소, 최장기간 재임했던 총리였던 아베에 대한 일본 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침체된 일본을 외교, 군사, 경재 대국으로 재건했던 최고의 총리로 치켜세운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가 매우 낮고, 좀처럼 자신의 속 마음[혼네, 本音]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의 국민성 상, 늘 당당하고, 자신 있게 정책을 펴 나가는 아베는 많은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까지 116번이나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고와 경기침체로 어려워하던 경제 상황 속에서 ‘과감한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 등을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경제정책으로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진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인도태평양’의 개념을 내세운 외교 정책도 성과로 꼽힌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친미 외교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베 정권 때는 더욱더 그랬다. 아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브로맨스'(bromance, 남자들 간의 돈독한 우정)를 공유하는 사이로 알려질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헌법인 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그런 상황 하에서 평화헌법 개정과 군비 증강은 아베의 숙원 사업이었기에 과도한 친미 정책 또한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기는 하다. 아베노믹스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올해 예산 107.6조 엔 중 갚아야 하는 국채비가 전체 예산의 23%인 24.3조 엔, 세수 부족으로 신규 발행 예정인 국채는 36.9조 엔(34%)이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면 부채도 증가하기 때문에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비민주적으로 피살당한 비민주적 총리

아베의 피격이 민주주의를 역행한 사건이라고 여권, 매스컴들이 비판하고 있던 가운데, “과연 아베 전 총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했던가”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가 비민주적인 정치인이었다는 사례 중 하나는 2014년 설치한 ‘내각 인사국’이다. 정부 각 부처 간부급 관료 6백여 명의 인사권을 관방장관이 갖도록 하다 보니, 관료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을 거슬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윗사람의 구체적 지시가 없어도 그 의중을 헤아려, 알아서 긴다'는 뜻의 ‘손타쿠(忖度)’가 ‘2017년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특정비밀보호법’을 만들었다. 안보와 관련된 특정 정보를 누설 시 처벌한다는 법이다. 비밀 정보에 관해 행정기관의 재량을 용인하여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2015년에는 자위대의 집단자위권을 위해 무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 관련 법안도 통과시켰다.


2016년에는 조직적 범죄활동을 계획만 하더라도 처벌하는 공모죄(共謀罪) ‘조직범죄 처벌법’을 법제화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18년에는 아베 부인이 명예 교장으로 있는 모리모토 초등학교의 모리모토 학원이 국유지를 재무성으로부터 시세의 1/8 가격으로 토지를 구입한 사건이 발각되었다. 이 사건의 압박으로 긴키(近畿) 재무국 직원이었던 아카키 토시오(赤木俊夫)씨는 죽음을 택했다. 그의 부인은 아직도 아베 전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은 수사결과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결국 아베 전 총리는 2019년 11월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스캔들, 2020년 9월 코로나19에 대한 대처 실패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건강 상의 이유로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아베 가문과 한반도와의 악연

2006년 처음 총리의 자리에 올랐을 때 아베 전 총리는 한국, 중국 등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다. 취임하자마자 노무현 대통령,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은 오랜 기간 한국에서 문화를 흡수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붐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나는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낙관적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돌연 2013년 4월,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는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조선에 기생 문화가 있어서 생겨난 현상,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을 쏟아 내기 시작하며 보수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합의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자, 해상 자위대 초계기 비행, 한국 해군 구축함의 레이더 갈등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아베 정부는 2018년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목록(화이트 리스트)에서 삭제하였고,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 등으로 최악의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아베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꾀하였다. 그러나, 2014년 스톡홀름에서의 납북자 문제 실무 차원의 합의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과거 북한은 아베를 '일본산 독사'라 비난하는 등 미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아베 정부를 적극적으로 상대해 주지도 않았다. 그런 가운데 아베는 2013년 외국인 민족학교 가운데 97개 조선학교만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특히 코로나 19 발생 이후 코로나 지원금, 마스크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시키는 비인도적인 행위로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지식인들의 비판을 받았다.


아베의 할아버지는 1894년 경복궁 점령한 사령관

아베는 취임 후 매년 동향(同鄕) 출신의 정신적 지주라고 알려진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묘를 참배해 왔다. 메이지 유신의 사상적 기초를 만든 요시다 쇼인은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저서 유수록(幽囚錄)에서 "조선을 속국화하고, 북쪽의 만주와 남쪽의 대만, 필리핀 일대를 노획하여, 열강과의 교역에서 잃은 국부와 토지를 조선과 만주에서 보상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한 서양에는 고개를 숙여 배우고 문물을 받아들여야 하며, 대신 약한 쪽을 찾아서 서구처럼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는 강한” 일본의 정신이 되었고, 조선 정복을 위한 정한론뿐만 아니라 태평양전쟁을 야기한 대동아공영론까지 이어졌다.


그는 쇼카손쥬쿠(松下村塾)를 열어 문하생들을 가르쳤다. 대표적인 문하생으로는 우리도 잘 아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가츠라 다로(桂 太郎),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 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 등이 있다. 그중의 한 명인 오시마 요시마사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 진압을 이유로 경복궁에 침입해 고종 임금을 겁박하고 대신들을 대거 친일인사로 바꾸어 친일 내각을 세워, 갑오개혁을 강요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바로 아베의 할아버지(할머니의 할아버지)이다. 특히, A전범이면서 일본 총리를 지낸 대표적 우익 인사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아베의 외조부로 아베가 많은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가문, 자민당과 통일교

아베의 저격 이유가 종교적인 문제로 알려지면서 일본의 매스컴들은 통일교를 재조명하고 있다. 매스컴들은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총리와 기시 파벌의 정통 후계자인 후쿠다 다케오, 기시의 사위인 아베 신타로, 그 아들인 아베 신조에 이르기까지 3대가 통일교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고 전한다. 1970년대 초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총재는 문선명 총재가 설립한 '국제승공연합'을 높이 평가하여 기시가 보유했던 도쿄의 땅에는 통일교의 일본 본부를 건설하게 했고, 지금 자민당의 아베 파벌이 94명이나 되는 기반이 되었다고 전하며, 다른 자민당 정치인들과의 관계도 거론하고 있다.


아베 국장에 대한 여론은 찬반이 반반

TBS의 일요 인기 버라이어티쇼 선데이 모닝은 지난 24일 통일교 문제와 함께 9월 27일 열릴 예정인 국장에 대한 여론도 함께 다루기도 했다. 지난 주말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가 예산으로 치르는 아베 국장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50%, 반대가 47%다. 좀처럼 데모를 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이 수상 관저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있다. “애도를 표하는 것은 국민 각자의 자유이지만, 국민들의 혈세를 사용해 가며 모든 국민들에게 강제로 상복을 입히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라고 하는 것이 국장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아베 전 총리가 피격 사망한 지 2주가 지났다. 아베의 할아버지는 경복궁을 침략한 사령관이었다. 아베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생전에 자신의 뿌리는 한국이라고 얘기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아베는 우익의 선봉에 서 있었다. 통일교는 아베 가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아베가 한국계 교회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의 총탄에 쓰러졌다. 악연이었을까? 업보는 아닐까?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이를 판단할 것이다.


주) 업보 : 업은 생각이나 말·행동으로 지은 원인, 업보는 그런 원인으로 말미암아 받는 결과.

아베 전 총리의 가계도
아베 전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전 외무상. 틀림없는 한국인의 얼굴이다.
국장을 반대하며 수상 관저 앞에서 시위 중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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