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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an 20. 2023

일본 숙박요양시설에서 코로나 이겨내기

일본에서는 '자택요양'과 '숙박요양' 중 본인이 요양방법을 선택해야

38도대의 고열 때문이었던지 이틀 내내 잠만 잤다. 아내의 감염이라도 막아볼까 하여 격리 요양시설로 옮겨온 지 사흘 째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내도 양성으로 확진이 되고 말았다. 마음 졸이고 있었던 히마리 짱은 농후 접촉 5일째인 오늘까지 특이 사항이 없어 어린이집에 등원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마스크는 하고 있었지만, 마침 확진 전날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는 아이와 좁은 텐트 안에서 함께 몸을 숨기기도 하면서 서너 시간 함께 놀았기에,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요양방법은 '자택요양'과 '숙박요양' 중 본인이 선택해야


일본에서는 코로나 양성이 확진되면 자신이 '양성자 등록센터'에 등록을 해야 한다. 중증자, 65세 이상 고령자, 기초질환, 임산부 등은 우선적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확진자이지만 비교적 증상이 가벼워 입원을 요하지 않는 사람은 두 가지 방법 중 본인이 요양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자택 요양'을 선택하면 집에서 요양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약, 음식, 포화산소도 측정기(펄스옥시미터) 등을 자택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후생성의 'My HER-SYS(마이하시스)'에 매일 건강상태를 입력하면 간호사가 전화로 진료, 상담을 해 준다. '숙박요양'을 신청하면 도쿄도(東京都)가 선정한 시내 30곳의 호텔에서 확진일로부터 8일간 요양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숙박요양은 유선 전화로 신청해야 하는데 통화가 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흠이다.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원칙적으로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퇴소할 수 없다. 숙박요양시설까지의 이동하는 방역택시, 8일간의 식사, 마스크 등은 모두 도쿄도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天仁이 묵고 있는 이곳은 도쿄도에서 코로나 확진자 숙박요양시설로 APA 그룹이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중의 한 곳이다. 확진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도쿄도에서 제공하는 방역택시를 타고 왔다. 天仁이 묵고 있는 방은 3.3평 세미 더블 타입이다. 간혹 이용하는 멤버식 호텔 룸의 채 반도 안 되는 크기인데, 격리 생활을 하기에는 매우 효율적이다. 침대에서 한 걸음만 옮기면 탁자와 냉장고, 3걸음을 걸으면 욕실이다. 좁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경치도 좋다. 커튼을 젖히면 JR 닛뽀리역(日暮里駅)이 바로 눈앞이고, 멀리 신주쿠(新宿)와 이케부쿠로(池袋)의 고층빌딩도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후지산도 보인다. 도쿄도는 이런 호텔을 30곳 운영 중인데, 집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배정했겠지만, 6일 동안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는 아주 좋은 곳이다.

의료진 24시간 상주,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숙박요양시설


이 시설에는 간호사가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오전 7시와 오후 4시, 하루 2번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등의 건강상태를 본인이 측정한다. 그 결과를 인터넷의 'LAVITA' 시스템에 입력하면 간호사가 유선 전화로 확인, 애로 상황을 상담해 준다. 天仁은 중증화 위험자로 분류되어 오후 8시에 추가로 한 번 더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체온도 정상 범위 내로 들어와 내일부터는 하루 두 번만 체크해도 되겠다고 한다. ‘제뷰디’라는 중증화 예방 약을 처방해 줄 수도 있다는데 거절했다. 수액(링거)에 넣어 혈관에 투여한다고 하는데 어떤 약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루 한 번 웹 상의 ‘My HER-SYS’에 건강 상태를 입력하면 도쿄도와 구청산하 보건소에서 확인 및 상담 전화를 준다. 증상이 생긴 후 PCR 검사 및 숙박시설 신청은 아날로그식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했는데, 숙박시설의 관리 시스템은 잘 정비되어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하루 세 번 도시락과 물을 가지러 1층 로비에 가는 외에 원칙적으로 층간 이동 및 외출은 금지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에서 물품도 반입할 수 없다. 도시락은 메이지자(明治座) 극장을 운영하는 메이지자에서 공급해 주고 있다. 메이지자(明治座)의 도시락은 메이지자 극장에서 공연 중 막과 막 사이에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1893년 오픈한 메이지자 극장은 일본의 전통 가극인 가부키나 엔카를 공연하는 곳이다. 코로나로 공연이 중단되자 극장에서 판매하던 도시락을 택배로 일반 가정에 공급하고 있는 모양이다. 운동량이 부족한데 양도 적당하고, 맛도 그만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5백 밀리 생수를 한 끼 3개씩 하루 9개 마신다.

고독은 여유의 산물


걱정을 끼쳐드린 많은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쉬어 보았던 것이 얼마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연초부터 참 바쁘게 지나왔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푹 쉬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의외로 계속된 고열로 잊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안정된 이제부터라도 그 여유로움을 즐기기로 했다. 혼자 즐기는 여유에는 고독이 동반할 수도 있겠지만,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즐길 수 있겠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결국은 단 한 사람, 어차피 혼자 살아가야 하는 동물이다.


체온이 정상으로 내려 몸 상태도 좋아졌다. 아내와 히마리 짱의 안전도 확인되었다. 한국의 설날 아침까지 격리를 해야 하니 어차피 귀향을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지난주에 한국에 정말 잘 다녀온 것 같다. 한국은 내일부터 설날 휴가가 시작될 것이다. 몸 상태가 괜찮으면 한국의 지인, 거래선들에게 설날 인사라도 전해야겠다.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면 히마리 짱이 궁금해하는 공항에 데리고 가야겠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온천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중증자는 우선적으로 입원, 경증자는 자택요양과 숙박요양 중 본인이 요양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방역택시는 운전석과 탑승객의 뒷자리를 튼튼한 투명 비닐로 차단하였다.


3.3평 크기의 세미더블 룸. 좁으니 갑갑하기는 하지만, 움직이기에는 너무 편리하다.
도쿄도에서 보내 준 산소포화도 측정기. 혈액 내 산소량을 측정해 호흡기관으로 산소가 우리 몸에 적정히 공급되고 있는지 판단. 95 이상이면 정상이라고 한다.
일주일간의 식단이 2 종류로 짜여 있어 믿을만하고, 먹는 걱정은 없다.
식사도 잘 나온다. 오늘 저녁 도시락의 모습. 140년 전통의 메이지자(明治座) 극장의 도시락은 하루 세끼 필요 영양분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 같다.


평소에도 물은 많이 마시지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5백 밀리 생수를 한 끼 3개씩 하루 9개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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