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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an 25. 2023

어떻게 나만 코로나에 감염되었을까?

코로나의 주요 감염경로는 밀폐공간에서 비말 흡입, 표면접촉

문득 떠난 한국여행


‘23.1.7(토, D-8)

오후 2시 5분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은 9일 월요일이 성인의 날 휴일이라 3 연휴. 문득 노모를 보고 싶어서 주 중에 비행기를 예약했다. 연휴인 데다가 늦게 예약을 해서 그런지 비행기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연휴 마지막 날인 9일에는 도쿄로 되돌아오는 편이 만석이다. 할 수 없어 연휴 다음 날인 10일 아침 편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마스크를 충분히 준비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비행기 안에서는 물론 이동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틈날 때마다 손을 씻고, 소독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부산 본가에 도착하면 엄마를 모시고 누님, 자형들과 6 명이 저녁을 먹기로 했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집에서 먹자는 문자가 들어와 있다. 자형과 누님이 자동차로 공항에 마중까지 나와 계신다. 엄마의 거동도 불편하실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먹고 싶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먹기에는 집이 더 편할 것 같다고 한다. 음식 준비가 힘들지 않으실까 걱정인데 괜찮다고 하신다. 덕분에 天仁이 좋아하는 제철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생미역, 봄동, 미나리에 큰 누님이 끓이신 시원한 대구탕, 남천동 회센터에서 공수해 온 밀치와 광어회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동래산성 막걸리, 지평막걸리, 태화강 막걸리도 덤으로 놓였다. 집에서 밥을 먹으니 상차림 준비에 누님들이 힘드셨지만 늦은 시간까지 떠들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봄동, 초고추장과 밀치회, 광어회의 조화
마스크는 하였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식사


‘23.1.8(일, D-7)

저녁 시간 해운대 수비가든에서 초등학교 동기생 10여 명이 번개를 했다. 창문이 있고 입구도 트인 독립된 방이었다. 황토통오리구이와 동동주도 맛있지만 몇 년 만에 만난 어릴 때 친구들과의 대화가 더 맛나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막걸리와 제철 꼬막을 먹으러 가자는 제안에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삼합까지 어우러져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울산, 명지 등 멀리서 온 친구도 있었지만 헤어지기 아쉬워 시간이 지체되었다. 만나서 5시간 넘게 함께 어울렸다. 식당 2곳 모두 우리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방이었다 보니 더 떠들 수 있었고, 분위기도 더 고조되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의 고향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무장해제, 정겹고 편해서 좋다.

황토통오리구이와 수제 동동주


‘23.1.9(월,  D-6)

은행 업무를 보느라 잠깐 외출했다. 작은 누님과 자형을 만나 물만골 북청밀면의 비빔 밀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귀가했다. 오후에는 집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가능한 노모의 말씀을 들어 드리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해서 외출도 자주 못하시니 대화 상대가 그리울 것이다. 말씀 중에는 전에 들었던 얘기도 많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들어 드린다. 집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북청밀면의 비빔밀면. 먹어 본 밀면 중 최고의 맛

골프 중이던 큰 누님이 연락을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야 하니 엄마를 모시고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고맙다. 天仁이 좋은 것으로 하자고 하시길래 '양포 생아귀찜'의 생아귀찜을 택했다. 늘 그렇지만 한국에 가면 일본에서는 먹을 수 없는 우리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걸쭉, 맵싹, 신선한 아귀찜에 막걸리 생탁을 더하니 우리 요리의 뛰어난 맛과 다양성, 일본 요리의 한계를 또 한 번 실감한다. 한국에 여행 가는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의 좋은 점을 물어보면 일순위가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본 요리는 간혹 먹으면 맛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사실 먹을만한 것이 별로 없다. 매일 점심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다. 스시, 소바, 돈카츠, 라멘, 샤부샤부 등이 일본 요리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일본 요리의 최대 단점은 달고, 짜다.

양포 생아귀찜의 생아귀찜
입사 동기생의 출장에 미팅과 동행

‘23.1.11(수, D-4)

한국에서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룹 입사 동기생이 전시회 참가차 출장을 왔다. 저녁을 함께하기로 한 달 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다. 가치도키(勝どき)에 있는 회사의 멤버식 호텔을 예약해 줬는데, 함께 온 업계 일행을 소개해 줄 테니 신주쿠(新宿)에서 만나자고 한다. 화장품 비즈니스를 하는 두 분을 더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한국 화장품이 베트남에서 인기가 많아 지금 실적은 좋지만,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보고 싶다고 한다. 조용한 식당에서 저녁과 함께 얘기를 하다가 호텔 부근의 이지카야(居酒屋, 선술집)에서 일본술을 한 잔 더하고 헤어졌다.

신주쿠 이자카야의 회모둠

'23.1.13(금, D-2)

출장 온 친구가 사무실과 가까운 긴자(銀座)에 시장조사를 온다고 해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엊그제 신주쿠에서 만난 두 분에 다른 한 분이 더 늘었다. 헤어진 후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는데, 최근 한류 붐이 한창인 신오오쿠보(新大久保)의 코리안타운에 가 보고 싶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지하철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퇴근 후 합류하여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무튼 이 분들과 만나면 일본 시장에 대한 토론, 대화도 길어지고, 즐겁다.


天仁과 합류하여 코리안타운을 더 돌아보았는데, 일본에 있는 한국 식당의 음식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한다. 많은 한국 식당 중 고르고 또 골라 '홍스주꾸미'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행 중 한 명의 지인을 만났다. 지인도 참석했다고 하는데, 2주 전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함께 도쿄로 와 일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서울에서는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이라고 한다. 넓고 넓은 도쿄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대단한 인연이다. 덕분에 그 자리의 주제는 인연이 되었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호텔 앞 닭꼬치 구이 집에서 맥주를 한 잔 더 하고 나서야 헤어졌다.

홍스주꾸미의 쭈삼


‘23.1.14(토, D-1)

우에노역(上野駅)에서 오전에 귀국하는 친구에게 샘플을 전해주고 배웅했다. 오후에는 옆 집 히마리 짱이 놀러 왔다. 간식을 먹다가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무릎에 앉히고 읽어 줬다. 히마리 짱은 4살이지만 혼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어리광을 부리는 모양이다. 그리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지고 한다. 자주 하는 술래잡기인데 오늘은 오오카미(늑대)도 등장한다. 이방 저 방 뛰어다니다가 방 안의 텐트에 함께 몸을 숨기기도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엄마가 데리러 왔는데도 더 놀고 싶다고 떼를 끈다. 내일 다시 놀자고 달래서 돌려보냈다. 아이와 놀 때는 혹시나 싶어 집에서도 늘 마스크를 해왔다.


저녁을 먹고 나니 피곤함이 느끼지고, 목에 가래가 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저녁부터 목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 전이었던가? 감기를 앓아 본 기억도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지내왔다. 갑작스러운 한국방문 후 연이은 친구의 출장 등 일정이 많아 피곤했던 모양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3.1.15(일, D-day)

목이 아프고, 마른기침으로 새벽에 잠이 깼다. 체온을 재 보니 36.8도, 정상이다. 다시 잠을 청하는데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24시간 상담 가능한 도쿄도(東京都) 코로나 상담센터를 검색했다. 전화를 걸었더니 집에서 가깝고, 휴일에도 PCR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서너 곳의 전화번호를 알려 준다. 알려준 곳은 개인병원, 종합병원도 있어 PCR 검사 비용 등을 물어보니 “병원마다 다르니 직접 문의해 보라”라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일본 공무원의 매뉴얼에 의한 답변이다. 이왕 만드는 데이터베이스에 병원별 진료 방법, 비용 항목만 하나 더 추가하면 될 텐데 공무원들은 이렇게도 시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아침 9시가 되기를 기다려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일요일은 오전만 진료하는데,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환자가 많아 월요일 오전 11시 이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 같고,  사무실 부근에서 PCR 무료 검사소를 봤던 것이 기억이 나서 다른 병원에는 아예 전화도 하지 않았다.

PCR 시료 채취 키트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사무실 부근 검사소에서는 휴일에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도쿄도가 민간 검사기관과 제휴하여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로 달려가서 체온을 확인하고, 시료를 채취했다. 결과는 저녁 9시경 이메일로 알려 준다고 한다. 귀가하며 히마리 짱 네에는 상황을 설명하고 오늘은 놀러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히마리 짱은 건강하게 잘 뛰어놀고 있다고 한다. 귀가하여 점심을 먹고 계속 쉬었다. 낮잠을 잘 자지 않는데, 피곤했던지 꽤 오래 잠을 잤다. 열도 37.5℃를 넘고 있었다. 오랜만에 몸살을 하나 생각했다.

확진 후 최근 밀접 접촉자들에게 먼저 연락

 

오후 8시경 이메일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양성'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도착해 있었다. 백신을 5차까지 맞았고, 늘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손도 자주 씻었는데 양성이라니. 목의 가래, 기침도 점점 더 심해지고 열도 38.7℃까지 올랐다. 우선, 집에 있는 이부프로펜 계열의 종합감기역을 먹었다. 지금은 일요일 저녁. 몽롱한 가운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했다. 검사기관에서 보내 준 메일에 "양성의 경우 대처방안"이라는 링크가 있어 열어 보았다. 원칙적으로 격리를 해야 하고,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날로부터 8일째, 해열제를 먹지 않은 상태에서 열이 37℃를 넘지 않으면 격리가 해제된다고 한다.


먼저 최근 만났던 사람들에게 확진 사실을 알렸다. 히마리 짱, 사무실 직원들, 부산에서 만났던 가족들, 초등학교 친구들, 출장을 다녀 간 입사 동기생과 지인들. 모두들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연락을 해왔고, 지금까지 아무도 이상이 없다. 열이 있어서 그런지 중간에 깨기는 했지만, 아침까지 잘 잤다.

    

확진자 등록 후 자가요양 또는 시설요양

‘23.1.16(일, D+1)

아침에 인터넷 공지를 확인을 해 보니, 도쿄도의 경우 확진자가 확진자등록센터에 등록하면, 자택에서 요양하거나 숙박요양시설에 입소할 수 있고 다음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①My HER-SYS(마이허시스)에 시스템으로 원격 건강관찰 및 적절한 팔로우

②긴급 식료품 배송

③혈중 산소 포화도(SpO2) 측정용 펄스 옥시미터 무상 대여

④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건강관찰 및 상담을 해 주는 숙박요양시설 입소

⑤자가요양 중 자택 요양 서포트 센터(우치사포 도쿄)에서 상담 및 지원

전화 상담으로 처방, 우송받은 약들. 해열제, 가래 없애는 약, 가글액.

아내와 의논하여 天仁은 숙박요양시설에서 요양하기로 했다. 아직 아내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는 하지만, 집에서 함께 지냈기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두 사람 모두 감염되었을 경우 식사 등 동선도 문제도 될 것 같아서였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숙박요양시설 입소 신청은 인터넷이 아닌 전화로 해야 했다. 예약 업무가 시작되는 아침 9시가 되기를 기다려 전화를 걸었다. 계속 통화 중이다가 무려 40분, 14번째 전화에서 담당자와 연결되었다. 확진자가 도쿄에만 매일 1만 명이 넘고, 요양시설 입소 희망자가 많아 확정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도에서 운영하는 30개 소 중에서 天仁네 집에서 가깝고 즉시 입소 가능한 곳을 찾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오후 8시경 입소가 확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니 도에서 지정한 방역택시를 내일 오후 1시경 집으로 보내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담당자의 안내대로 출발 예정 시간 2시간 전인 다음 날 오전 택시 기사의 전화를 받았고, 집을 출발하여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23.1.22(일, D+7) 체온 36.4℃. 오전 10시 숙박요양시설에서 퇴소, 귀가

'23.1.24(화, D+9) PCR 검사결과 음성   


결론적으로 환기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많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호흡기 비말을 만드는 환경'에 노출되었고, 표면접촉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확진 과정에서 만났던 다른 사람들은 다 문제가 없는데 왜 天仁만 코로나에 확진되었는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이 되었는지는 아직도 너무 궁금하다. 타이트한 일정, 계속된 음주로 면역력이 떨어졌던 것일까?


일본 정부는 올봄부터 코로나를 SARS 등에 준하는 2류에서 계절성 인플루엔저 수준의 5류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에 감염되고 나니 건강, 후유증의 우려와 더불어 시간의 손해가 너무 많다. 이제 그야말로 위드 코로나의 시대가 되었다. 감염 예방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펄스 옥시미터

연결된 글 일본 숙박요양시설에서 코로나 이겨내기 (brunch.co.kr)

              일본 도쿄 코로나 요양시설의 도시락 (brunch.co.kr)             

       



참고 : 코로나의 감염경로


1. 표면접촉 :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 접촉(악수 등) 또는 매개체(오염된 물품이나 표면)를 만진 후, 손을 씻기 전 눈, 코, 입 등을 만지는 경우


2.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호흡기 비말을 만드는 환경 : 환기가 부적절하게 이루어지는 노래방, 커피숍, 주점, 실내 운동시설 등에서 감염된 사람과 같이 있거나 감염된 사람이 떠난 직후 그 밀폐공간을 방문한 경우


3. 에어로졸 생성 시술 : 기관지 내시경 검사, 객담 유도, 기관삽관, 심폐소생술 등


4. 원론적인 감염경로

 1) 호흡을 통해 감염된 사람의 비말을 직접 들이마심(흡입)

 2) 감염된 사람의 비말이 눈, 코, 입의 점막 표면에 튀어 묻음(접촉)

 3) 표면에 떨어진 감염된 사람의 비말을 손으로 만진 후 눈, 코, 입을 만짐(표면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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