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의 메이지자(明治座)에서 도시락 공급
6일 만에 집에 왔다. 이세준의 ’ 사랑은 언제나‘를 들으며 콩나물을 넣은 라면을 먹었다.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도 못했다. 설날에 라면을 먹는다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한동안 매끼 도시락만 먹다 보니 매콤,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간혹 한국 라면을 먹을 때는 면 없이 국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면을 기름에 튀겼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대부분 라면의 면은 뭔가 둔탁한 느낌이 든다.
코로나 숙박요양시설에 도착했던 날 저녁부터 퇴소하는 오늘 아침까지 총 14번 도시락을 먹었다. 내일 건강상태 확인 전화에서 밥을 빠짐없이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간호사의 권고도 있었지만, 빠트리지 않고 잘 챙겨 먹었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데 소화도 잘 시키고, 잘 먹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면역에 도움이 될까 하여 매일 먹는 낫또도 챙겨가서 하루에 2개씩 먹었다. 얼굴은 조금 통통해졌다.
처음 경험하는 숙박요양시설에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마쿠노우치 도시락(幕の内弁当)'으로 유명한 메이지자(明治座)에서 도시락을 공급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쿠노우치 도시락‘ 이란 메이지자 극장의 객석에서 먹는 도시락으로 가부키, 연극의 막과 막 사이에 먹는 도시락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50년 역사의 메이지자가 도시락 배달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극 중에 먹는 도시락은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의 또 다른 재미가 되었다. 극장이 문을 연 이후 150년 동안 고집스럽게 전통 기술을 계승하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메이지자도 대단한 기업이다. 일본의 도시락은 맛도 맛이지만 특히 외형의 아름다움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기 저조와 더불어 코로나 8차 대유행으로 기시다 정부뿐만 아니라 도쿄도(東京都)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요양시설의 서비스가 나쁘면 또 불만들이 터져 나올 것이니, 메이지자 도시락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입막음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시중의 일반 도시락과 외관은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시설에 단체로 공급해 주는 도시락인데 박스를 지나치게 잘 만들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내가 낸 세금으로 먹는 것, 비용은 얼마일까 하고 정치적 논리로 생각하면 유명 브랜드 도시락이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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