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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ug 02. 2023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해외 출장을 가려면 비즈니스 매너부터 배워라

낮에 겪었던 황당한 일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지 밤새 잠을 설쳤다. 어제는 한국에서 정부 부처의 담당 과장, 산하기관 관계자들께서 일본 기업과 면담을 위해 도쿄(東京)에 출장을 오실 예정이었다. 일본 측에서는 天仁이 어레인지 한 중견 그룹사의 글로벌 사업부 책임자와 그룹 계열사 회장까지 참석했다. 그런데, 참석 예정이던 정부 부처 책임자는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무런 안내도 없었고, 설명도, 사과도 없다. 뿐만 아니라 미리 의논되었던 미팅 어젠다는 반영되지 않았고, 산하기관의 책임자는 비즈니스 매너에 맞지 않고, 적절하지 않은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본과의 교류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획안이라 생각하고 내심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이없게도 天仁은 제대로 업무를 챙기고 관리하지도 못하는, 형편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정부 부처 담당자와의 회의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지난달 한국에서 오신 정부 산하기관인 한일협력기구(이하 한일협) 대표께 가을쯤 정부에서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홍보를 위해 일본 방문을 추진 중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마침, 天仁도 연간 매출액 7천억 엔(한화 6조 4천억 원) 규모의 중견 S그룹 홀딩스의 국제사업 담담 임원과 한국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의논 중이라 계획이 확정되면 참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내겠노라고 했다. S상무는 AK사 사업부장으로 근무했을 때, 天仁네 회사와 합작 법인을 경영했던 인연으로 만났다. AK사는 연간 매출액 2조 7천억 엔(한화 약 25조 원) 규모의 대기업이다. 이후 H상무가 S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는데도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한국 대기업과의 비즈니스 경험도 많고, 한국을 좋아해 일본인이지만 꼭 친 형님처럼 天仁을 챙겨 주시는 분이다.


지난 7월 7일, 한일협 도쿄사무소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 해외투자유치단 방문일정이 계획보다 빠른 8월 초로 정해졌고, 정부 관련부서의 과장, 사무관 등 2명, 산하기관 관계자 3명, 기술재단에서 2명이 출장을 오시기로 되었다고 한다. 정부 측 통역까지 포함하면 모두 8명이다. H상무와 의논했더니 S그룹에서는 AK사 사장도 역임했던 T회장, 실무 부서장 2명도 함께 참석하겠다고 한다. 아직은 한국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 산하기관, 관련 재단의 책임자를 만나 한국 정부의 투자 유치 방침과 실무사항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일본 측 참석 예정자 명단, 희망 일시를 2개 전달했더니, 7월 19일 S그룹 방문 일정을 8월 1일로 확정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참석 인원이 많을뿐더러 S그룹에서 T회장도 참석하시니 사전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했다. 먼저 회의실에 문제가 있었다. S홀딩스에도 회의실은 많은데 14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이 비어있지 않았다.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H상무와 의논해 사무실 부근의 호텔 회의실을 임대했다.   


일정이 확정된 이후 36도의 더위를 뚫고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한일협 일본 사무소를 방문하여 K소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미팅 어젠다를 다시 확인했다. 특히, S그룹은 아직 추가 투자 방향, 방침이 전혀 정해져 있지 않았으니 S그룹에서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한국에 투자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 실무 참고 상황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시도록 부탁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의 프로필도 전달했다.


약속이 변경되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


지난주 전화로 다시 확인을 했는데, 한국 측 일행은 아침 7:20 김포공항을 출발, 10시경 일본에 입국하고 호텔에 들러 짐을 두고 회의 장소로 오시겠다고 했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 당일인 어제 아침 K소장께 확인 전화를 드렸더니 하네다공항 도착이 11시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입국수속 후 S그룹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니 숙소에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점심 식사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회의 장소인 호텔 내에서 가볍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급히 확인해 연락처와 메뉴를 카톡으로 알려 드렸다. 점심이니 별 문제는 없겠지만, 인원이 7 명이나 되니 사전 예약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약속보다 빨리 회의장소인 호텔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K소장의 문자를 받았다. "하네다 공항 출발, 12:50분 호텔 도착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측에서 지정한 회의 시간에 늦지 않아 다행이지만,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 아쉽다. H상무와는 회의 시작 10분 전 호텔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전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H상무도 약속시간 30분 전에 회의 장소로 왔다. 함께 회의실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좌석 배치를 의논했다. 미리 호텔에 말해 두었던 12인승 승합버스 주차 장소도 확인했다.


이윽고 일행이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에서는 5명만 내린다. 정부 부처 과장님과 사무관 2분이 안 오셨다고 한다. 공항에서 출발할 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당황스럽다. 예정되어 있던 정부 부처 대표 격인 최고 책임자가 갑자기 참석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고, 2명이 빠지면 좌석 배치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일행을 회의실로 모시고 들어가 인사를 시켜 드렸다. 사전에 안내가 없었는데, 일행 중에는 정부 기관과 협업 중이라는 민간기업 대표도 한 분 동행하셨다. 일행들이 인사를 하는 동안 H상무에게 2명이 불참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급하게 좌석 배치를 바꾸었다. T회장께도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양해를 구했다.


비즈니스 매너부터 배우고
해외 출장을 출발하라

S사에서는 회장까지 참석하셨는데 한국 측에서는 정부 부처 책임자가 예고도 없이 불참해 어색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미리 좌석에 배포해 둔 자료로 S그룹에서 회사 현황을 설명했다. 다음은 한국 정부의 설명순서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울 빔 프로젝터가 없느냐"라고 한다. 지난주에 확인 때도 아무런 요청이 없더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급히 호텔 측에 부탁해 빔 프로젝트를 설치했다. 빔 프로젝트 세팅 중에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1시간 예정 회의의 10분은 손해를 보았다.


회의가 시작되자 곧바로 미팅 어젠다가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S그룹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던 "S그룹의 한국 투자 방침"에 대한 질문부터 나왔다. 이메일과 한일협 사무실에 까지 들러 상황을 설명해 두었는데 당황스럽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부 산하 기관 C이사 발언도 있었다. “서울에 오시면 잘 대접하겠습니다. 예산 많이 확보해 두었습니다.” 표현을 조금 바꾸면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대접하겠다”라는 뜻이다. 순간, T회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국민의 세금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뉘앙스가 다르다. 기업 대표의 발언이라면 프랜들리 하게 들리겠지만,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투자 유치를 위해 오신 분의 발언으로는 아주 적절하지 않다.


회의 진행 중에도 아쉬움은 계속되었다. 일본 측은 직급에 맞추어 좌석에 앉아있고 귀띔도 해 드렸는데, H상무 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을 상급자로 우대하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한국 출발 전에 "귀사를 조사했다"는 등 듣기에 불편한 단어도 사용한다. “필요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겠느냐”는 T회장의 질문에 C이사는 “동행한 담당 Y팀장이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해 일본어에 능하니 직접 보내 주겠다”라고 답한다. 비즈니스 루트를 무시한 어이없는 답변이라 느꼈던지, 재단 도쿄사무소의 K소장도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맞은편의 天人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일본인들은 비즈니스 루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에서 상사, 대리점이 발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무실로 복귀하며 생각해 보니 부끄럽고,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부처 담당 과장과 사무관은 왜 갑자기 오지 않았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왜 참석자 변경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난주에 빔프로젝트가 필요한지 확인했을 때는 왜 아무 말이 없었을까? 한일협 도쿄 사무소 K소장은 공항에서 S그룹까지 오는 도중에라도 이런 사실을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정부 산하 기관의 책임자는 비즈니스 매너와 업무 루트를 모르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무실에 돌아와 곧바로 이메일을 적었다. H상무의 입장이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H상무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참석한 T회장께도 그렇지만, 2명의 부하 직원에게도 체면이 서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메일 내용은 회의 참석에 대한 감사, 참석자 예정자의 결석이 있었고, 회의 준비가 미진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사람이 하는 일, 생각대로 예정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변경사항이 생기면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뇌물’이라는 뜻의 ‘와이로(賄賂)’라는 일본 말도 있으나, 일본 공무원들은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주요 공직에 오른 공무원들은 재직 기간 중 동창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T회장은 일본 최고의 명문 대학에서 수학하고, AK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신 엘리트 전문 경영인이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농담을 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방의 수준에 맞추어 적절하게 해야 한다.


아마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한국 정부, 관계 기관 책임자들이 모두 그렇게 엉터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어제는 참석예정자들의 예고 없는 불참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가 없었고, 비즈니스 매너에 어긋나는 정부 관계자들의 행동과 업무처리에 너무 놀랐다. 인당 GDP가 일본에 근접할 만큼 경제가 성장한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는 절대 선진국이 아니다. 민간 기업인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외국 출장을 가는 분들은 더더욱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부터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한다. 앞으로 H상무 얼굴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다.




TO H 常務

CC T 会長, I 部長, W 部長

会議ご出席のお礼とお詫び

いつもお世話になっております。李安です。

本日はお忙しい中、T会長をはじめ皆様にご出席いただき、誠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改めて感謝申し上げます。

また、韓国側の出席者とプロジェクターの準備に関する情報などが間違ったこと、申し訳ございませんでした。深くお詫び申し上げます。

新しい情報が入り次第ご連絡いたしますので、何卒、よろ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

メールにて恐縮ですが、取り急ぎお詫びとご連絡を申し上げます。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에게도 회의실 좌석배치 등 비즈니스 매너를 교육시킨다.


한국 측 출장자들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시간이 부족할까 싶어 점심 식사가 가능한 호텔 카페 정보도 급히 알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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