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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pr 24. 2020

사와, 츄하이, 그리고 하이볼

사와’는 소주나 보드카 같은 무색의 증류주에 소다수와 과즙을 섞은 음료를 통칭하는 일본식 표현이다. 어원은 영어 ‘sour’로, '신 맛이 나는 시큼한 음료'라는 뜻이다. 얼음 몇 조각에 증류주와 탄산수를 1:5 정도의 비율로 붓고, 3% 정도의 과즙을 넣어 잘 저으면 맛난 사와가 된다. 제일 인기 있는 과즙은 역시 레몬이다. 레몬 이외의 과즙으로는 그레이프, 매실, 복숭아 등이 많이 쓰인다. 베이스로 소주를 사용할 때는 일반적으로 당밀을 원료로 만든 갑류 소주를 쓴다. 갑류 소주가 고구마나 쌀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독특한 향이 나는 을류 소주보다 냄새가 없고 맛이 깔끔해 과즙의 향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츄하이'는 소주의 일본어 발음 쇼-츄(しょうちゅう)의 ‘츄’와 영어 하이볼(Highball)의 ‘하이’를 합성한 말이다. 소주를 베이스로 탄산음료를 희석시킨 술이다. 가게에 따라 소주를 탄산수로만 희석시킨 것을 '츄하이', 단맛을 내는 과즙이나 희석 재료를 사용한 것을 '사와'로 구별하기도 한다. 베이스로 소주 외외에 보드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무색의 증류주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하나, ‘하이볼'은 본래 위스키를 소다수로 희석시킨 ‘위스키소다’를 말하지만, 넓게는 증류주에 탄산음료나 프레쉬 주스 등을 섞은 칵테일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와나 츄하이도 하이볼의 일종이다. 가게, 상품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도 하고, 관동지방에서는 주로 사와, 관서지방에서는 츄하이로 부르는 경향도 있지만, 일본에서 ‘사와’, ‘츄하이’, ‘하이볼’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요즘 사와, 하이볼은 다양한 가정용 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산토리(SUNTORY) 사의 ‘가쿠하이(角ハイボ-ル)’다. 1937년 출시한 산토리 위스키 가꾸(角)에 소다수를 1:4 비율로 섞어 알코올 도수를 7%, 9%로 만들었다. 재미난 것은 작년 산토리사가 원액 부족으로 하쿠슈(白州) 12년, 히비끼(響) 17년 등 일부 인기 위스키 상품의 판매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는데, 그 원인이 가쿠하이가 너무 많이 팔려 위스키 원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가쿠하이는 실적이 좋지 않던 산토리의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2008년 사원 타케우치 아츠시(竹内 淳)씨가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이었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선술집 이자카야에서는 얼린 레몬은 그대로 두고 탄산과 소주만 추가하여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서비스하기도 한다. 이때 추가하는 소주는 나카(中) 또는 나카미(中身)라고 한다. 알코올 도수를 유지해 주는 실속, 알맹이라는 뜻이다. 얼린 레몬은 나카(中)의 반대 의미인 소토(外) 또는 소토미(外身)라고 한다. 이런 용어는 소주와 얼음만 시키거나, 알코올 도수 0.8%의 거의 무알코올 맥주 홋피를 추가하여 사와를 만들어 마시던 일본식 음주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알코올 도수 25도의 소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던 우리 음주 문화로는 사와를 즐겨 마시는 일본 친구들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도수가 낮은 술에 적응이 되었는지 반주로 사와를 마시기도 하고, 일본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자주 마신다. 알코올 자체가 몸에 좋을 리는 없겠지만 요즘은 퓨린, 당질,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건강을 고려한 상품들도 많이 늘어났다. 슈퍼마켓 체인점인 이온의 PB상품 Topvalue는 요산치가 높은 사람들도 마실 수 있도록 퓨린이 들어있지 않은 사와를 판매하고 있고, 당질 제로 상품도 여러 종류 등장해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나라시(奈良市)의 사와 전문점 '칼라(COLOR)'의 사와. (사진출처 : PR TIMES)
시판 중인 상품 중에는 퓨린, 당질, 인공감미료가 들어있지 않는 상품이 많다.
시판 상품이 다양해 지면서 상품의 특징을 설명하며,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기사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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