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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Dec 13. 2024

꼭 들러보고 싶은 도쿄의 편의점 9곳

변신과 진화를 계속하는 일본 편의점

1974년 5월 15일*아침 7시, 일본 최초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도요스(豊洲)점이 문을 열었다. 매장 앞에서 오픈을 기다리고 있던 중년의 남성은 문이 열리자마자 계산대 옆에 진열되어 있던 선글라스를 집어 바로 계산했다. 그가 구매한 선글라스는 일본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팔린 최초의 상품으로 기록되었다. 요즘 편의점에서 팔리는 대표적인 상품이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의 식사류, 담배와 청량음료인 점을 감안하면, 선글라스가 일본의 편의점에서 팔린 최초의 상품이라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 개를 넘으며 시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편의점은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지 SUUMO '24.11.26 호에 게재되었던 '진화계 편의점 9곳(進化系コンビニ9選)'을 참고로 도쿄와 수도권의 변화하는 주요 편의점을 소개한다. 


원하는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는 구츠 이쵸나미키도오리점(GOOZ いちょう並木通り店)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향긋한 커피 내음에 취한다. 마치 커피 전문점에 온 것 같다. 15종류의 커피를 가게에서 직접 로스팅한다. 취향에 따라 여러 종류의 커피를 브랜딩 할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농도, 산미로 조절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백화점의 지하 식품관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반찬코너에 진열된 반찬들은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매장의 주방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요코하마(横浜)의 명물 과자 코너, 요코하마 감자로 만든 크로켓(croquette) 등 지역 특산물 코너도 인기다. 신선한 빵과 삼각김밥도 종류가 다양해서 점심 때는 늘 붐빈다. 커피에서 반찬까지 갓 만들어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는 방법 :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선(みなとみらい線), 니혼오오도리역(日本大通り駅), 2번 출구 도보 3분


칸비니(韓ビニ)* 이온몰 마크하리도심점(幕張都心店)

한국식품 전문 편의점 칸비니. 그중에서도 '이온몰 마크하리도심점'은 1000여 종에 이르는 굴지의 상품 수를 자랑한다. 라면 코너에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불닭볶음면'시리즈, 해산물과 매운맛 때문에 중독되는 '짬뽕' 등 50 여종의 면류가 준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비비고 김치만두 등 냉동식품도 풍부하다. 삼계탕, 게장, 잡채와 부침개 등 본격적인 한국요리를 가정에서 간단히 즐길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김치는 들어오면 금방 다 팔리는 인기상품이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손님이 많다. 또, 한국의 전통 튀김과자, 스낵, 아이스도 판매한다. 기초 화장품에서 메이크업 용품까지 K 화장품도 판매하여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가는 방법 : JR 소부센(総武線), 케이세이센(京成線) 마크하리혼고역(幕張本郷)에서 노선버스 환승 5분)

*) 칸비니(韓ビニ)는 '한국'을 뜻하는 칸코쿠(韓国)와 편의점을 뜻하는 콘비니(コンビニ, convenience store)를 조합해서 만든 상표명이다. 일본 전국에 15개 매장 운영 중.


파미마 아자부다이 힐즈텐점(ファミマ!! 麻布台ヒルズ店)

SGDs*를 테마로 한 편의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12종류 유기농 발아 견과류 계량 판매 코너. 아이들 뿐만 아니라 맛을 추구하는 본격파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일본에는 물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 자기의 컵을 들고 가면 무료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정수기를 설치해 인기 몰이 중이다. 또, 매장에서 판매하는 용기를 구입하면 탄산수는 무료로 마실 수 있어 계량 판매 견과류와 함께 친환경 삶을 실천할 수 있고, 구매의욕을 북돋운다. 또, 다 먹지 못하는 식품을 기부할 수 있는 푸드드라이브(Food drive),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만든 파우치와 슬리퍼도 판매한다. 쇼핑을 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에 공헌의식도 높인다는 점에서 호평이다.

・가는 방법 : 도쿄메트로 히비야선(東京メトロ日比谷線) 카미야쵸역(神谷町駅) 5번 출구에서 바로 연결

*) 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발전목표). 전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로 일본의 기업들이 적극 참여 중이다.


 내추럴 로손 소콜라 크로스점(Natural Lawson SOCOLA Cross店)

내추럴 로손의 편의점에 조제약국의 기능을 결합한 모델. 24시간 의약품 관련 상담이 가능하다. 감기약 등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에서부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도 판매한다. 어플이나 라인으로 처방전 사진을 보내 사전 주문이 가능하여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도 있다. 24시간 의약품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니 '동네 주치의 약국으로 육아 중인 부모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호평이다.

・가는 방법 : JR 추오센(中央線) 무사시고가네이역(武蔵小金井駅) 남쪽출구 도보 3분


 세븐일레븐  마츠도 도키와다이라 에키마에점(松戸常磐平駅前店)

편의점과 마트의 장점을 결합시킨 SIP* 매장. 도시락, 청량음료 등 편의점의 기본적인 상품에 과일, 육류, 생선 등 세븐일레븐 그룹의 마트 이토요카도가 판매하는 상품을 결합시킨 신업태 매장이다. 유아, 임신, 어린이 용품 체인점 아카짱 혼포 (赤ちゃん本舗) 셀렉션(Selection) 코너도 설치했고, 세븐 프리미엄 냉동식품 코너, PB 상품 코너도 만들었다. 수도권 매장에서 테스트 판매 중인 세븐카페 홍차, 세븐카페 베이커리의 갓 구워낸 빵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삶의 수준을 높여 주는 편의점이라는 호평.

・가는 방법 : 신케이세이센(新京成線) 도키와다이라역(常盤平駅) 북쪽출구 도보 1분)


*)  SIP : 'SEJ·IY·파트너십'의 앞글자를 딴 약자. 세븐&아이·홀딩스 그룹의 편의점 사업을 담당하는 세븐 일레븐·재팬과, GMS(종합 슈퍼) 사업을 담당하는 이토요카도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사내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신콘셉트의 매장 명칭.


 로손 사야마 미나미이리소점(ローソン 狭山南入曽店)  

편의점에 서점을 결합시킨 로손의 '24시간 영업 마을서점(マチ の本屋さん)' 모델 1호점. 약 21평의 서점 코너에는 소설, 비즈니스, 여행 등 도서 약 9천 권을 비치하고, 신간 예약도 가능하다. 최근 서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2021년 오픈 이후 지역 주민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는 방법 : 세이부이케부크로선(西武池袋線), 무사시후지사와역(武蔵藤沢駅) 서쪽출구에서 도보 11분


 데일리야마자키 간다이와모토쵸점(デイリーヤマザキ 神田岩本町店)

매장 면적의 1/3이 빵 코너다. 데일리 야마자키는 제빵업계 점유율 37%의 1위 기업 야마자키제빵이 운영하는 편의점. 야마자키 제빵 본사가 있는 이와모토쵸에는 데일리 야마자키가 가게가 3개나 몰려 있어 '데일리 3각지대'라고 불린다. 야마자키 제빵의 간판상품에서부터 매장의 주방에서 만드는 조리빵, 반찬빵 등 30종 이상이 빵을 진열한다. 그중에서 인기 NO.1은 '소금버터빵'으로 적당한 짠맛이 중독성이 있다는 호평으로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고객으로 붐빈다.

・가는 방법 : 도에이신주쿠선(都営新宿線) 이와모토쵸역(岩本町駅) A3 출구, 도쿄메트로 히비야선(東京メトロ日比谷線) 아키하바라역(秋葉原駅) 5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키노쿠니야 슷토 메지로에키점(KINOKUNIYA Sutto目白駅店)  

무인 AI 결제시스템 도입점으로 회계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전용 계산대에 바구니를 놓으면 각 상품을 스캔하지 않더라도 천정과 계산대의 센서가 상품을 식별하여 작동하여 자동으로 계산을 해 준다. 재구매가 많은 크림빵 등 자사에서 직접 만드는 매력적인 빵, 반찬 종류도 자랑거리다. 출근 전, 퇴근 후 바쁠 때 목표 상품을 효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호평이다.

・가는 방법 : JR야마노테선(山手線) 메지로역(目白駅) 구내




참고 사항*1)
일본에 편의점이 진출했던 1970년대는 오사카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던 고도 성장기였고, 2차 베이비붐이 있었던 시기다. 1974년 처음 일본에 편의점이 들어왔을 때 "과연 일본에서도 편의점이 잘될까"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편의점은 일본 사회의 발전상을 반영한 거울처럼 일본 경제와 함께 발전해 온 것 같다. 1980년대 후반 거품경제 시기에는 “24시간 싸울 수 있는가?”라는 슬로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24시간 문을 여는 가게,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더욱 감사해했다고 한다. 고도성장기 밤새워 일하는 일본 국민들에게 24시간 저렴한 먹거리를 공급해 주면서 일본 사회에 꼭 필요한 곳이란 인식과 함께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업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방 어디를 가도 가까운 곳에 있는 일본의 편의점은 첫 매장이 생긴 이후 올해로 반세기가 지났다. 일본의 편의점은 변화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대응하면서 성장해 왔다. 편의점은 식품, 음료, 일용 잡화 등을 폭넓게 취급하며 24시간 영업하는 소형점이다. 그러나, 최근의 편의점은 식품과 잡화를 판매하는 본래의 임무 외에도 ATM과 다기능 정보단말기를 갖추고, 프린트, 사진 인화, 공공요금 수납대행과 티켓 발행, 택배 발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 점포 수는 5만 개를 넘었고, 2023년도 편의점의 매출액은 12.7조 엔(한화로는 약 118조 원. 23년 한국 편의점 시장 규모 33.9조 원의 3.5배)으로 소매업 전체 매출액 163조 340억 엔의 약 8%에 달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한편, 일본의 편의점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점포수는 2021년을 피크로 소폭 감소하고 있다. 협회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은 문제점 - 인력부족, 특히 심야 인력 확보의 어려움, 장시간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 EC 시장 확대로 경쟁압력 증가, 플라스틱 사용 절감과 식품 손실 대책 강화 등의 환경문제, 온라인 주문, 배달 서비스 확충 등의 디지털화 대응,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 개발, 사회적 약자와의 장벽 철폐 필요성 등의 -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편의점들은 계속 진화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의 3대 메이저가 업계를 선도하고, 미니스톱, 데일리 야마자키 등의 중견 기업이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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