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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ug 16. 2023

자전거 천국 일본, 도쿄도 헬멧 착용 의무화

늘어나는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도 면허 없이 탑승 가능

헬멧 구입 보조금 2천엔 지원

자전거 헬멧을 새로 샀다. 도쿄도(東京都)가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헬멧은 DIY용 도구나 공구, 기능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핸즈 백화점에서 샀다. 폴더형 25인치 天仁 자전거는 주로 집 부근의 근거리 이동 목적이라 헬멧 없이 타고 다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헬멧 가격이 1만 엔 전후로 한국에 두고 온 헬멧 가격의 반값 이하로 저렴하다. 게다가 헬멧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구청에서 지원하는 구입 보조금 2천엔(약 2만 원)을 적용받아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天仁은 70년 역사의 전통 있는 브랜드 미국산 BELL 상품을 골랐다. 헬멧은 역시 안전이 우선, 미국 소비자안전기준 CPSC, 미국 시험재료협회 ASTM, CE 마크 EN1078까지 인증을 받은 제품임을 확인했다. 디자인, 칼라도 마음에 들고, 가격도 적당하다.


자전거 타이어도 교환했다.

주행 거리는 그리 많지 않은데, 바닥과 닿는 타이어 트래드(Tread) 부분이 가수분해되어 일부 갈라졌고, 공기 주입구가 틀어져 다소 불안해 보인다. 혹시 멀리 라이딩 나갔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하니 미리 바꾸는 것 좋을 것 같다. 전에부터 타이어를 교환하게 되면 지하철 역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조그만 자전거포에 맡길 생각이었다. 일흔도 훨씬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혼자 일하시는 모습에 왠지 팔아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온이 36℃였던 지난 주말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수리를 맡겼다. 오후 4시경 찾으러 오라며 고맙게도 예비용 자전거를 타고 가라고 하신다. 카드로 결제를 해도 되냐며 수리비를 물었더니 카드회사에서 수수료를 4%나 떼 간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가맹비도 별도로 있다니 생각보다 점주의 부담이 큰 것 같아 현금으로 드렸다. 나중에 알았지만 수리비는 대형 쇼핑몰에 입주해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보다 30%나 쌌다. “이제 4~5년은 거뜬할 거요”라는 어르신 덕담처럼 기분 좋게 수리했다.


자전거 천국 일본
일본은 자전거 천국이다. 도로, 주륜장 등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어 자전거 천국이다. 앞자리에 작은 아이와 시장바구니, 뒷자리에는 큰 아이를 태우고 씽씽 달리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중의 하나다. 경찰관도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순찰하고, 우체국 집배원, 택배 기사도 자전거로 물품을 배달한다. 공원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도 모두 한대 씩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니 각 가정에는 거의 가족 수만큼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도쿄 시내 가정에서는 '마마차리'라 부르는 주부용 자전거 등의 시티용 자전거를 약 70%,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를 20%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종류는 여성이 남성보다 각각 6%, 8% 더 많이 탄다고 한다. 특히, 도쿄는 언덕이 거의 없는 평탄한 지역이라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자전거 대국을 만든다
일본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13%로 네덜란드, 덴마크에 이어 세계 3위다. 자전거 보유대수는 6,762만 대(2019년)로 세계 4위, 인구 백명당 자전거 보유대수는 54대로 네덜란드 125대, 독일 90대, 덴마크 등에 이어 세계 7위다. 일찍부터 일본 정부는 국민의 건강, 친환경 교통수단임을 내세워 자동차보다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하는 도로정책을 폈다. 2016년에는 ‘자전거 활용 추진법'을 제정하여 환경을 더 정비했다. 도쿄 시부야구, 요코하마시 등 전국 98개 지구를 자전거 통행환경 정비 모델지구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했다.


또, 도쿄 치요다구 등 30개소를 자전거 시책 선진도시로 지정하여 자전거 주차장을 정비하거나,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등 자전거 이용환경 개선에 노력하는 지자체를 공모해 지정, 중점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아이를 두 명이나 태운 젊은 엄마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생겨났고, 보관할 장소도 많이 생겼다. 전철역의 빈 공간은 대형 자전거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에도 자전거 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다. 자동차를 출퇴근용으로 생각하는 우리와는 달리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자동차는 주말 레저용이다. 집에서 전철역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전철로 출퇴근, 통학한다.


변속기, 전기자전거의 최초 개발국 일본
일반 자전거는 페달을 정방향으로 돌리면 앞으로 가지만, 역방향으로 돌린다고 뒤로 가지 않는다. 또 달리는 중 페달을 돌리지 않아도 관성에 의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는데, 이는 프리휠(freewheel)이라는 부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프리휠을 만든 것이 일본 회사 시마노의 창업자 시마노 쇼자부로(島野庄三郎)다. 시마노사는 1921년 창업 이래 변속기를 중심으로 한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 세계 자전거 부품 업계의 점유율을 85%나 차지하는 업계의 절대강자로, 자전거 업계의 인텔이라 불린다. 자전거는 1800년대 독일에서 발명되고 일본에 수입되어 일본에서 자전거가 생산된 것은 메이지 이후이다.

연간 80만 대,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1992년을 피크로 주춤하던 자전거의 판매량이 코로나 기간 중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운동부족 해소, 사람들과의 밀집을 피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시티 바이크 판매가 호조였고,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의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는 모터의 힘으로 편하게 주행이 가능해 중노년층, 주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93년 ‘야마하'사가 세계 최초로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PAS'를 개발했다. 대단한 것은 전동기 모터가 부착되었음에도 '모터'가 페달의 보조 역할임을 어필하여 일반 자전거로 등록한 것이다. 원부(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으니 수요층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시 인지도가 낮고, 14만 엔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으로 연간 35천대 밖에 팔리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연간 약 80만 대나 팔린다. 일본 정부는 도로교통법상 인정되지 않는 전동 보조 자전거의 물류배송 허가 특례를 허가하기도 했다. 자전거 수요 확대는 물론, 여성과 고령자의 고용기회도 늘어난다는 야마하와 물류업체의 명분을 받아들여, 3륜 전동 보조 자전거를 활용한 물류배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도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MTB자전거, 로드 자전거에 전동 어시스트 기능을 탑재한 e-BIKE도 판매 호조인 모양이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오토바이 등 원동기의 판매 감소, 물류업계로 확산 등으로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e-바이크의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부터는 전동킥보드도 면허 없이 탈 수 있게 되었다. 특정원부(特定小型原動機付自転車) 로 지정된 킥보드는 길이 190cm, 폭 60cm, 시속 20km 이상 속도가 나오지 않는 제품이어야 한다. 16세 이상만 탈 수 있고, 번호판 부착,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자전거 도로와 차도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는 연료가 필요 없는 친환경 이동수단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환경을 고려한 일본 정부의 정책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우리도 몇 년 전에 자전거 타기 생활화를 내세우며 엄청난 국민 세금을 쏟아부었던 적이 있었다. 天仁도 을지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근해 보기도 했지만 위험해서 곧 그만두고 주말에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만 탔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 청계천 등지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든다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자전거는 연료가 필요 없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관련 환경을 정비했으면 좋겠다. ‘자전거 타기 생활화’처럼 형식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환경을 고려하고, 진정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정부의 정책이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탔던 일본 엄마들은 참 자전거를 잘 탄다. 앞 뒤로 아이를 태우고, 장바구니까지 싣고도 잘 달린다.
경찰관들의 순찰, 우체부, 택배 업무에도 자전거가 이용된다.
고가 전철역의 빈 공간을 이용한 주륜장. 집에서 타고 온 자전거를 보관하고, 전철로 출근, 통학한다.
도쿄시내 대부분의 도로에는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니 놀이터에는아이들 수만큼 자전거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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