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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Dec 01. 2022

직접 눈을 맞추지 않으면 뇌는 동기화되지 않습니다.

가와시마 류타(川島 隆太)의 ‘온라인 뇌(腦)’

Use it or lose it

“Use it or lose it, 사용할 것인가, 잃어버릴 것인가.” “이것이 인간의 뇌에 정해진 법칙이다. 온라인의 편리성에 사용해야 할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부터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뇌 과학자 가와시마 류타(川島 隆太) 교수는 저서 ‘온라인 腦(뇌)’에서 이렇게 결론 내린다. 그는 ‘온라인 뇌’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디지털 기기를 온라인에서 장시간 사용함으로써 뇌에 데미지가 축적되어 뇌 본연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없게 된 상태’라고 정의한다.


코로나19가 한풀 꺾기 기는 했지만, 원격 회의와 수업이 이루어지면서 어른과 아이 모두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의 기회가 많아졌다. 그는 ‘단카이 세대(団塊世帯)’, ‘버블 세대’, 융통성(ゆとり) 세대’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이 나중에 ‘코로나 세대’로 불리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하고 네거티브한 부정적 세대로 성장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는 도호쿠대 고령의학연구소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장시간 온라인 사용은 ‘뇌의 발달 부전(不全)’, ‘집중력 저하’, ‘학력 저하’ 등 뇌에 데미지를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뇌가 사용되지 않는다

‘대면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ZOOM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뇌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멍하게 있는 상태’, ‘뇌의 활동을 억제’,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지 않는다.’, ‘공감하고 협조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 뇌 활동이 '동기화(同期化, brain synchronization)'되지만, 온라인에서는 뇌가 동기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던 좋은 예가 부모가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을 때이다. 부모는 읽어주고 있고, 자녀는 듣고 있을 뿐인데 그때 부모와 자녀의 뇌를 측정하면 동기화가 일어난다.


결국 온라인,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뇌의 활동을 억제하고 자신의 능력을 떨어뜨려 버린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첫째, 온라인 화면으로는 대화를 하더라도 정밀한 인간의 뇌는 1초에 30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온라인 화면을 종이 연극의 연기처럼 인식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온라인으로는 시선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화면의 상대방 얼굴을 보면 시선이 어긋나고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려고 카메라를 보면 상대방 얼굴이 보이지 않아, 온라인으로는 눈과 눈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물론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시선이 마주치지 않더라도 목소리의 상태 등으로 친밀도(familiarity)가 확보되기 때문에 뇌의 여러 장소가 반응하고 정보를 전달하여 의사소통의 질이 어느 정도 담보된다. 그러나, 친밀도가 떨어지는 사람과는 뇌는 그냥 보고, 말하고, 듣기만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온라인으로는 감정을 전달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그는 온라인이 확대되면 될수록 인간의 고립화가 진행되며,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확대될 것이라 경고한다.


아이들을 코로나 세대로 만들 것인가

특히, 그는 일본 문무교육성의 ICT(정보 통신 기술)를 적극 활용하는 ‘GIGA 스쿨’ 정책을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엉터리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GIGA는 ‘Global and Innovation Gateway for All’의 약자로 ‘모두를 위한 세계적·혁신적인 입구’라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1인 1대 태블릿 단말기를 배포하고, 고속 대용량 통신 네트워크를 정비해, ‘아이들 모두 공정하고, 개별적이고 최적화된 교육으로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한다’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ICT 진행이 늦어 행정부문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문부교육성은 온라인의 폐해를 충분히 검토하기보다는 당연히 ICT화를 서둘렀을 것이다.


그는 비전문가들이 온라인화로 발생할 아이들의 고립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ICT화만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한다. 단카이 세대(団塊世代), 버블 세대(バブル世代), 유토리 세대(ゆとり世代)(주. 1*)가 있는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이 먼 훗날 ‘코로나 세대’로 불리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하고, 학습능력, 이해력이 높지 않고, 네거티브한 면 밖에 없는 부정적인 인간으로 자라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재택 원격에서 이제는 대면으로

누구나 온라인 뇌가 될 수 있지만, 개선할 수도 있다. 그는 개인, 가족, 기업에 각각 그 대안, 디지털 디톡스(detox)도 제시한다.

먼저 아이들에게는 만 3살이 될 때까지는 절대로 스마트폰을 만지지 못하도록 하라고 제언한다. 만 2살까지는 TV, 비디오 시청 금지, 수유나 식사 중에도 TV, 비디오 시청을 하지 말 것, 모든 미디어는 하루 사용시간을 2시간 내로 할 것, TV 게임은 30분 이내로 제한할 것, 아이 방에 TV, PC 등을 두지 말 것, 아이들과 미디어 사용에 관한 룰을 정할 것 등을 권하고 있다. 외출 중인 아이의 안전 상의 문제가 있다면, 스마트폰 대신에 GPS, 문자가 가능한 단말기 사용도 권장한다. 그는 스마트폰은 고교생이 된 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미성년자는 하루 1시간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그는 2017년 출간한 저서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3살에서 15살 사이에 지금 당장 꼭 해야 할 일(頭のよい子に育てるために3歳から15歳のあいだに今すぐ絶対やるべきこと)에서 강조한 9가지(주. 2*)를 실천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온라인의 문제로 이미 IBM, 야후, 혼다처럼 원격 근무에 한계를 느껴 출근으로 방향을 전환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책상에서 PC를 없애 버리고 필요한 사람만 사용하도록 했더니 실적이 훨씬 좋아졌다는 기업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한 기업이 생산성이 단순한 정보의 교환이라면 원격이 효율적이겠지만, 클라이언트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것, 팀의 브레인스토밍,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필요한 비즈니스는 대면이 아니면 무의미하다. 메일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면 반드시 결과가 좋아진다. 온라인, ICT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원격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과 대면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을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인식하고 구분하여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할 시대가 되었다.


주. 1)

단카이 세대(団塊世代)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인 1947년~1949년 사이에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세대

버블 세대(バブル世代)는 1980년대 중반 경기 호황이 본격화하면서 10대 중후반 재학 중 취업의 길로 들어선 세대

유토리 세대(ゆとり世代)는 1987년~2004년 태어나고 자란 세대. 교육시간과 교과내용이 대폭 줄어들고 교과 외 시간으로 '여유(유토리, ゆとり))의 시간'이 도입된 유토리 교육을 받았다.


주. 2)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3살에서 15살 사이에 지금 당장 꼭 해야 할 일(頭のよい子に育てるために3歳から15歳のあいだに今すぐ絶対やるべきこと)

①반드시 밥과 반찬을 함께 먹는 아침 식사를 하라.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하루 종일 대사가 낮은 상태가 지속돼 학력, 체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빵, 쌀밥만 먹으면 식후 혈당 GI치가 높아져 의욕과 관계있는 대뇌 기저핵,  언어나 기억과 관련된 전두전야의 발달이 좋지 않다.

②아침 식사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라. 자녀의 의욕, 적극적으로 배우는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데서 비롯된다..

③스마트폰은 하루 1시간 이내 사용을 엄수하라.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뇌의 전두전야의 기능이 억제되어 공부한 것도 잊어버리고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

④뇌를 경직시키는 TV, 게임을 멀리하라.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전두전야의 기능이 억제되어  언어지능 발달이 더디어진다.

⑤아이와 함께 뇌 트레이닝 놀이를 하고, 식사 준비에도 아이를 참여시켜라. 가족과의 소통이 많은 아이일수록 뇌 인지기능이 발달하여 목표의식과 탐구심이 높아지고 학력이 높아진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언어나 언어 외 의사소통에 관련된 뇌 영역의 부피가 크고 발전한다.  

⑥유아는 그림책을 읽어 주고, 초등학생부터는 소리 내서 읽게 하고 들어 주라. 읽어주기는 마음의 뇌인 대뇌변연계를 발달시키고, 소리 내서 읽는 것은 전두전야, 언어능력을 발달시킨다.

⑦상품으로 포상 금지, 말로 곧바로 칭찬하라.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이 '의욕'과 관련된 뇌의 부위를 자극한다.

⑧뇌는 자면서 성장한다. 수면부족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저하시켜, 세포의 에너지 생산이 잘 되지 않아 피로와 뇌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경부터 잘 분비되므로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필요하다. 수면시간이 적당한 아이는 학습이나 기억에 관련된 해마가 잘 자란다.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은 뇌가 복습하고 기억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다.

⑨아이는 밖에서 뛰어놀아야 잘 자란다. 운동은 아이의 인지기능, 목표를 달성하는 실행기능을 향상한다. 유산소 운동은 BDNF(신경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가 늘면서 대뇌피질과 대뇌백질 부피가 늘어난다.

도호쿠 대학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긴급 실험.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직접 보는 '대면 회화'와 Zoom을 사용한  모니터 '웹 회화'를 비교했다.
타인과 공감할 때의 뇌 네트워크.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타인에게 공감할 때는 주로 대뇌의 세 곳이 작용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의 뇌 활동. 부모(그래프 위)와 자녀(그래프 아래)는 비슷한 시기에 오르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공동 작업을 하면 뇌 동기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각각 따로 생각하고 있을 때는 뇌 동기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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