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Apr 30. 2020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 선진국

신용사회의 조건

#1. 티켓이 없었다면 어떻게 열차를 탔겠습니까?
35도의 무더위에 나리타 공항에서 동경역으로 가는 특급열차 나리타익프레스 티켓을 사려하니 기차 출발 3분 전인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온다. 다음 열차는 30분 뒤 출발이라 표를 사서 서둘러 플랫폼으로 향했다. 그런데, 더위에 서두르다 보니 그랬던지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트에서 들고 있던 티켓을 떨어뜨렸는데, 공교롭게도 에스컬레이트 계단 틈 사이로 쏙 들어가 버린다. 깜짝 놀라고 있는데, 마침 승차를 안내하고 있던 승무원이 그 모습을 보았다. 승무원은 자신이 연락도 취해 보겠으나, 시간이 없으니 우선 열차를 타서 의논하란다. 열차 내 승무원은 죄송하지만 도착 역 개찰구에서 상의해 보란다. 동경역에 도착, 영수증을 받지 않았던 것을 아쉬워하며 개찰구에서 표를 잃어버렸다고 우선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냥 나가란다. 표도 갖고 있지 않은데, 너무 쉽게 가라고 해서 의아해하며 거꾸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표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나리타공항 개찰구를 통과해서 열차를 탈 수 있었겠습니까?”

#2. 저희가 판매했으니 저희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긴자의 유명 백화점에서 골프웨어를 구입했는데 손세탁 후 옷이 줄어들어 버렸다. 지나는 길에 구입했던 매장에 들렀더니 죄송하다며 같은 제품으로 바꿔준다. 그런데, 입으려고 다시 세탁을 했는데 또 같은 문제가 생겼다. 원단 전문가는 아니지만 스포츠, 패션 업체에 근무하며 어깨너머로 봤던 경험으로 원단을 자세히 살펴보니 직조의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문제의 원인이 메이커에 있는 것 같은데 라벨을 버렸으니 연락처가 없다. 소비자 보호센터 연락처를 물어보려고 구입했던 백화점 매장으로 전화를 했더니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저희가 판매한 제품이니 저희 백화점에서 책임지겠습니다. 바쁘실 테니 착불 택배로 보내 주시면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다른 모델이나 다른 브랜드 제품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바꿔 드리겠습니다.”

#3. 직원의 잘못을 용서 바랍니다. 바꿔드리지요.
두 달 전에 구입해 두었던 복합기의 토너를 설치했는데 ‘제대로 장착되지 않았으니 확인해 보라’는 에러 메시지가 뜬다. 몇 번을 해 봐도 같은 에러가 계속되어 콜센터로 전화를 했다. 여러 가지를 확인하던 중, 복합기와 맞지 않은 모델의 토너를 잘못 구입했음을 알게 되었다. 사용 중인 복합기에는 TNR-C4KK1, 끝 자리가 1 또는 3인 토너가 맞는데 2로 된 다른 모델의 토너를 넣으니 에러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매장 담장자에게 끝자리 숫자가 다른 것이 있는데 어느 것을 사야 하는지 모델명을 보여주며 물었더니 끝자리 2는 용량이 큰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예비로 구입 후 둔 지 두 달이나 지났고, 개봉해 버렸으니, 아깝지만 내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새 모델의 토너를 사러 가면서 혹시나 싶어 전에 구입했던 영수증을 가지고 가 간단히 상황을 설명을 했더니, 선뜻 1만 엔이 넘는 토너를 새것으로 바꿔준다. 오히려, 자기 직원이 잘못 안내를 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모 신문사에서 각계 리더 50명과 함께 선진국의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의견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 결과, ‘BASIC’ 즉 ‘Balance(균형), Advance(성장), Standard(규범), Innovation(혁신), Capacity(수용)’ 등 5가지가 선진국의 조건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기억한다. 잘 정리된 조건이라 생각된다. 또, 리더들은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균형적 발전이 가장 중요하며,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합리적이고 사고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 등도 필수 조건으로 제기했다. 天仁의 경험으로 선진국을 정의한다면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이다. 일본은 요즘 그 상식이 통하지 않으며,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의 위치는 어디이고,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우생보호법(優生保護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