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문가가 말하는 ‘줄여도 되는 약 vs '함부로 줄이면 안 되는 약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물류난이 겹치면서 의약품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약국 현장에서는 약가 하락과 제조 비용 상승이 겹치며 생산량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앞으로 더 많은 약이 품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불필요한 약을 줄이는 ‘약 다이어트’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성의 ‘사회 의료 진료 행위별 통계’(2024)에 따르면, 65~74세 외래 환자의 27.3%가 5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국제의료복지대학 토미다 타카시(富田隆) 교수는 “특히 6종류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제 약물 복용(Polypharmacy)’은 고령자에게 간·신장 기능 저하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꼭 필요한 약만 남기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이 될수록 복용한 약을 체내에서 무독성화하는 능력(대사)이 감소합니다. 게다가 무독성화된 약물을 신장에서 배출하는 (배설)기능도 약해지기 때문에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65~79세를 대상으로 다제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결과 사망률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상황을 계기로 복용하는 약을 다시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과연 어떤 약을 줄일 수 있고, 어떤 약은 함부로 끊으면 안 될까? 슈칸분슌(週刊文春) '26.4.15자 특집 기사를 요약한다.
1. 왜 지금 '약 다이어트'가 필요한가?
• 의약품 부족 사태: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및 한국 포함) 상황에서 전쟁과 운송비 상승으로 약값이 오르고 재고가 부족해지는 상황
• '다제 약물 복용의 위험: 6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할 경우 간과 신장의 해독 능력이 저하되어 부작용 발생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2. 전문가가 제안하는 [줄일 수 있는 약] 리스트
이 항목들은 생활 습관 개선이나 수치 조절을 통해 의사와 상담 후 '감량(Deprescribing)'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약들이다.
1) 혈압약 (강압제)
• 대상 및 기준: 수축기 130mmHg 미만, 이완기 80mmHg 미만인 경우
• 감량 포인트: 일본의 2025년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노령층은 과도한 저혈압(기립성 어지럼증) 방지를 위해 감량 검토.
2) 당뇨병 치료제
• 대상 및 기준: SGLT2 억제제 복용자 중 고령자
• 감량 포인트: 탈수 증세가 우려될 경우나 HbA1c 수치가 6.0% 미만으로 안정적일 때 감량 논의.
3) 고지혈증 약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 대상 및 기준: LDL 콜레스테롤 120mg/dL 미만
• 감량 포인트: 식단과 운동 등 자구 노력이 병행된다면 수치 확인 후 줄일 수 있음.
4) 해열진통제
• 대상 및 기준: 로키소닌 등 강한 진통제 복용자
• 감량 포인트: 위장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통증 완화 시 한약이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로 전환 고려.
5) 골다공증 약
• 대상 및 기준: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4~5년 장기 복용자
• 감량 포인트: 장기 복용 시 턱뼈 괴사 등 부작용 위험이 있어, 비타민 D 대체나 일정기간 복용 중지 검토.
3. 함부로 줄이면 [위험한 약]
아래 약물은 본인 판단으로 복용을 중단할 경우 생명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반동 현상이나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수면제 (벤조디아제핀 계열): 갑자기 끊으면 불면증 악화, 불안, 전신 경련이 올 수 있다. '필커터(Pill Cutter, 알약을 정확하고 쉽게 반으로 자르거나 분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휴대용 도구) 등을 이용해 몇 주에 걸쳐 아주 조금씩 줄여가는 '점진적 감량'이 필수.
• 항혈소판제 (아스피린 등): 혈전 생성을 막아 뇌경색,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약. 임의 중단 시 즉각적인 혈관 폐쇄 위험이 있다.
• 항부정맥제 (디고신 등):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약으로, 중단 시 심부전이나 심정지 위험이 있다.
약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자생력을 높이고 간과 신장을 보호하는 과정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사에서는 "단독 판단은 금물! 반드시 주치의나 약사에게 현재 복용 리스트를 보여주고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