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하늘길이 열리길
이른 아침, 70킬로를 달려 나리타공항에 왔다. 텅 비었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관문에 적막감이 돈다. 해외여행 출발의 설렘과 열기, 비즈니스맨들의 바쁜 걸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언젠가, 싱가포르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의 경유지 홍콩 첵랍콕 공항의 모습이 떠 오른다. 예정보다 3시간이나 늦은 밤 12시가 지나 도착하자 공항은 텅 비어 마치 촬영이 끝난 세트장처럼 이런 모습이었다. 면세점은 한 곳만 열려 있고, 모두 임시 휴업 중이다. 그 많던 항공사, 공항, 식당과 가게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 언제나 예전처럼 하늘문이 활짤 열릴까.
여권을 기록을 보니 작년 2월 18일 출국하여 19일 귀국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거의 일 년 만의 출국이다. 오늘 1 터미널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55편의 항공기 중 31편이 결항되고, 14편만 출발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나리타 공항의 2020년 국제선 이용자 수는 1978년 개항이래 가장 적었다고 한다. 이미그레이션의 담당자도 출국자가 예년에 비해 10%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리타 공항은 활주로도 2개 중 하나만 사용하고 있다. 사실 天仁의 최종 목적지도 부산이지만 부산행 비행기가 운항을 중단하여 어쩔 수 없이 인천을 경유하며, 멀리멀리 돌아가는 것이다.
공항이 비었으니 당연히 기내도 텅 비었다. 290명 정원의 비행기에 꼴랑 32명만 탔다. 한일노선의 여객기는 늘 만석이었는데, 좌석의 10%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승객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주재원 자녀 중 한국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 10여 명이 자가격리 후 입학 일정에 맞추기 위해 탑승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탑승률 70%가 여객기의 손익분기점이라 하는데 항공사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안타깝다. 승무원들은 전원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업무를 보고 있다.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손을 대는 표면은 최대한 세척한다며 기침과 재채기가 나오면 휴지로 입을 가리라고 안내해 준다.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하늘을 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지만, 새 비행기라 조금 안심이 된다. 일본의 전철, 지하철은 코로나 이후 공기 순환을 위해 창문을 조금씩 열고 다닌다. 나노파이버 비즈니스를 검토했던 경험에서 보면 공기의 순환은 비행기가 사무실이나 전철보다는 오히려 안전할 것이다. 비행기는 4~5분 간격으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이고, 고성능 헤파필터로 걸러내기 때문이다.
WHO 가이드에 따르면, 감염자가 탑승했을 경우, 가장 위험한 자리는 감염자의 앞뒤 양옆으로 두 줄이라고 한다. 기내 감염을 막기 위해 새로운 좌석 디자인 아이디어도 속속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좌석에 투명한 보호막을 설치하거나, 좌석 중간에 칸막이를 두는 것, 중간 좌석을 반대방향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 등의 아이디어다.
기내에서 나누어 주는 입국 서류가 더 많아졌다. 특별검역 신고서, 건강상태 질문서, 시설 격리 동의서도 작성했다. 승무원의 권고에 따라 스마트폰에 모바일 자가 진단 앱,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도 미리 설치했다. 항공사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해 주니 참 좋다. 하늘을 날며 지상에서 처럼 앱을 내려받고, 웹을 검색하고, 브런치에 글을 적어 올릴 수 도 있다.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일본 열도를 지나와 현해탄을 건너고 있는 모양이다. 인천공항에 내리면 강화된 검역 수속을 마치고, 지정된 교통수단으로 광명역에 이동하여 KTX의 해외 입국자 전용 칸에 타게 된다. 부산역에 도착하면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난 후 자가격리 장소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인천공항은, 부산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운 이들의 얼굴이 떠 오른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에는 가족도, 친구도 제대로 만날 수 없어 아쉬울 것 같다. 2주 동안 외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지만, 무사히 자가격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항송운송협회(IATA)는 코로나 영향으로 2024년이 되어야 국제선 항공수요가 회복되겠다고 예측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코로나가 인간의 이동을 막고 있으니 당연한 예측일 것이다. 일본 항공업계의 양대 산맥, JAL(일본항공)과 ANA(전일항)이 합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제선은 합병하되, 국내선은 별도로 운영하자는 구체적인 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하니, 그냥 떠도는 소문은 아닌 모양이다. 철도도 마찬가지로 적자 폭이 너무 커져, 사철(私鉄) 회사들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 한다. 일본의 해운업계에서는 이미 3년 전 글로벌 10위권의 있던 NYK, MOL, K-LINE 3사의 컨테이너 사업 부문을 합병하여 경영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