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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Feb 10. 2021

코로나도 꼼짝 못 하는 역동적인 대한민국

인천공항에서 부산까지, 자가격리 첫날

대한민국, 대단히 역동적인 나라다. 자가격리 첫날, 수시로 날아든 긴급재난문자에 익숙하지 않아 깜짝 놀랐다. 수시로 보내오는 내용은 코로나와 관련하여 주변에서 발생한 확진자 관련 정보들이다. 국민 모두, 경각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제 인천공항에서 특별입국절차를 진행하고 부산까지 이동하는 과정도 매우 조직적이고, 세밀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부터, 광명역, KTX 열차 내, 부산역 선별 진료소, 두리발로 자가격리 장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과 동선을 겹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방호복을 입고 있어서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인천공항의 군인인 듯한 담당자들부터, 각 구역의 담당자들도 전문적이면서도 매우 친절하다. 이러한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많은 PCR 검사를 가능하게 하고, 감염자 전파를 빠르게 안정시키며, 사망률도 낮추는 것인가 보다.


이와 같은 일들은 일본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일본 매스컴에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한국이 얼마나 진화된 방법으로 코로나를 제어하고 있는지, 알만 한 일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간혹, 어떻게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켜주지 않고, 앱을 깔아 동선을 추적하고, 공개하는지를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감염자 정보를 간혹 보내 오기도 하지만 ‘관 내 모 건물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 정도로 알 듯 모를 듯 한 정보만 보내 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을 설명해 주면 놀라면서도 그 추진력을 매우 부러워한다. “한국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은 매우 강력하다. 그렇지만,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확진자와 의심환자 모두로부터 영장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광범위한 법률 권한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하면 깜짝 놀란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신속하게 정보를 수집, 추적하여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악용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데 필요하다면 당연히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여성, 특히 주부들의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0년 여성의 자살자 수는 6,976명으로 전년대비 885명, 13%가 늘었다. 코로나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5일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주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려, 딸아이와 학교에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코로나에 전염된 것이 본인의 잘못만도 아닌데, 왜 그리 죄송한 일일까? 문제는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집단 따돌림(いじめ)에 있다. 학부모 모임의 LINE ‘감염자 신고 게시판’에 감염 사실을 올려 집단 따돌림을 했던 것이다. 얼마나 절박한 처지였으면 엄마가 아이를 두고 죽음을 선택했을까. 젊은 엄마는 자신으로 인해 아이가 주변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할까 봐 매우 두려워했다고 한다. 뒤늦게 문부과학상, 도쿄도교육위원회, 각 학교에서는 코로나에 대한 차별, 편견, 집단 따돌림을 자제하라는 성명을 내고 있다.


오후에는 관할 보건소와 구청의 담당자로부터 안내 전화가 있었다. 구청 담당자는 구호물자 박스를 집 앞에 두고 간다며 전화를 했다. 박스 안에는 체온계, 소독액, 밥, 통조림, 반찬류가 가득 들어 있다. 담당자께도 진심으로 인사를 했지만, 부산에 살고 계시는 매형, 누님들께도 농담 아닌 농담의 인사를 전했다. 열심히 내주신 세금 덕택에 이런 선물을 받았다고.


그런데, 사실은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응원하는 가족들의 선물은 이미 天仁이 도착하기 전에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이 받았다. 天人이 좋아하는 생미역귀, 부산 어묵, 동래산성 막걸리, 굴 무침을 비롯해, 집에서 키운 신선한 콩나물, 밑반찬, 라면, 과일, 손소독제 등 큰 아면 박스 3개가 넘친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등 읽을거리도 들어 있다. 지자체의 지원과 가족들의 사랑이 있기에 2주간 격리가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이젠, 운동부족으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숙제가 되었다.  

 

관할 구청에서 보내 주신 자가격리 구호물자
가족들의 사랑이 듬뚝 담긴 신선한 부산 음식들
부산의 명물, 금정산성 막걸리와 조방낚지
밑반찬과 과자
가족 구호물자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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