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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n 27. 2021

천재 가수 미소라 히바리와 한류

흥과 한의 예술적 기질이 한류의 성공요인 아닐까

다시는 나올 수 없을 천재, 여성 최초 국민 영예상 수상, 쇼와(昭和)의 가희(歌姫), 가요계의 여신, 60년대 아이돌, 일본 가수 레코드 판매량 1위, 생애 레코딩 1,500곡, 출연 영화 175편, 가부키 배우, 국민장급 장례, 일본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 등등. 이 모두는 가수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 ‘맑은 하늘의 종다리’라는 뜻)에 따라붙는 수식어 들이다. 오늘 6월 24일은 1989년 향년 52세로 타계한 미소라 히바리의 33주기 기일이다.


공식적으로는 다들 부정하고 있지만, 그녀의 아버지 가토 마스키치(加藤增吉)는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한국 민요 도라지를 불렀던 것으로도 그녀가 한국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후에 나온 '히바리 세계의 노래를 부르다' 앨범에는 한국 민요 도라지 타령이 수록되어 있고, 후렴 부분인 '에헤야'는 또렷한 한국어로 부른다. 일본 최고의 가수가 왜 한국 민요 도라지를 불렀을까?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한국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결국, 실행되지는 못했는데 당시에는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어서 일본 국적의 그녀가 한국 무대에 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도 '부산항', 후렴부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은 일본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한국어로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일본의 다른 엔카 가수와 차원이 다르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가황 나훈아가 오버랩된다. 한 작곡가는 “신곡을 드렸는데, 레코딩 할 때 깜짝 놀라며 존경하게 되었다”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레코딩 중에 진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녀만큼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여 자신의 노래로 승화시키는 가수를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어떤 인터뷰에서 그녀에게 창법에 변화를 주거나, 변신을 해 볼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는가 하는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많은 팬들이 레코드를 사 주시는데, 그 이후에 제가 창법을 바꾸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 전 리허설 중에 밴드의 연주 스피드를 지적한 일화도 있다. “밴드와 저가 맞지 않아요. 속도가 느립니다.”라는 육성이 리허설 노래 중간에 남아있는데, 다음 날 방송은 당연히, 아주 성공적이었다. 천재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4차 한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의 한류는 1998년부터 영화 '쉬리'가 수입되어 흥행을 기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큰 인기를 끌고, 욘사마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한류 붐이 일기 시작했다. 독도 문제 등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트와이스, BTS로 지금은 4차 한류 붐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4차 한류 붐의 특징은 드라마, 아이돌 그룹의 K POP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였던 일본의 만화를 한류 웹툰 시장이 대체해 가면서 그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이 지난달에 전문가 4명을 인터뷰하여 '한국 엔터테인먼트 왜 강한가(韓国エンタメ なぜ強い)'라는 특집을 실었다. 2011년 저서 ‘케이팝이 아시아를 제패한다’에서 이미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예견한 바 있는 작가 니시모리 미치요(西森路代)씨는 기생충 등 한국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정권이나 재벌의 부패, 경쟁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지 않고 표현해 온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티스트가 잘못했을 경우에도 일본에서는 비판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팬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 때문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장호 CJ 엔터테인먼트 상무는 성공요인을 "한국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 해졌고,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려들었다. 콘텐츠 창작 시장에 우수한 인재가 모이며, 자본과 인재가 결합되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선순환 체계가 작동했다"라고 설명한다. 20년간 해외에 한국영화를 알려 온 이향진 교수는 "팬들이 대중문화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한국적 풍토가 글로벌 시대에 적합하다”라고 분석하고, 한국 정부의 측면 지원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와카바야시 히데키(若林秀樹) 도쿄(東京) 이과대 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실력 위주로 인재를 채용 경향이 강하다"라고 설명한다. “1위 기업에 엘리트들이 모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1위 기업이 2위 이하를 선도한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1명의 천재가 전원을 먹여 살리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한류의 성공요인은 창의적이고 우수한 콘텐츠의 개발, 이를 잘 포장하여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로 전달하는 문화기술과 인프라 기술의 접목,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기획 등에 둔다. 그러나,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뛰어난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과 그 결과물인 탄탄한 콘텐츠가 없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주) 일본에서는 망자의 기일 중, 1, 3, 7, 13, 17, 23, 27, 33, 50주기에 가족, 친지들이 모여 절에서 성대하게 제사를 모신다. 그래서 33주기인 오늘, 일본의 주요 방송사에서는 미소라 히바리 특집 방송을 방영하기도 했다.

(8)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 한국민요 '도라지'(トラジ) - YouTube

 (8)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 한국민요 '도라지'(トラジ)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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