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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Aug 06. 2021

[부록] 맨디블 가족으로 본 미국의 몰락

책읽는 주말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140 day


미국의 기반은 달러라는 기축통화이다. 마음대로 마구 찍어내도 세계 어디의 자산이라도 마음대로 살 수 있고 어떤 물품, 자원도 취득이 가능한 달러. 마구 찍어내고 돈을 뿌리는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나라가 지탱이 가능한 것도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달러가 가진 막대한 힘. 그래서 달러 패권을 잃는 날이 미국이 곧, 망하는 날이라고... 그래서 기를 쓰고 중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recipe 217. 라이오넬 슈라이버 '맨디블 가족'

마치 올리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같은 SF 소설이었다. 현대판. 과학을 다루는 사이언스 픽션은 아니고 화폐와 경제체계에 관한 이야기로 음.. 이코노믹 픽션에 가깝다. 그렇다면 EF소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 '맨디블 가족'은 2029년부터 2047년까지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로, 기축통화인 달러가 붕괴되었을 때 미국은 바로 이렇게 몰락할 지도 모른다...를 비참히 보여준다.  


소설이 시작되자 마자 그려지는 2029년의 미래는, 기후위기 때문에 단수가 언제 일어날지도 몰라 설거지도, 샤워는 며칠에 한번 몰아서 해야할 정도로 물 부족을 겪는다. 그런 모습 자체가 실로 우리의 몇 년 후 진짜 미래일지도 몰라서 그 현실적인 모습이 너무 충격이었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강탈해갔다고 롭(rob)이라고 부르는 봇(bot)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거의 대체했고, 주인공 플로렌스가 찾은 일자리는 노숙자 보호소에서 그들을 닦고 돌봐주는 일이다. 일자리를 잃을 염려가 없는 일이다.        



맨디블 가의 4대에 이르는 가족은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 하나만을 은근히 바라보고 있다. 바로 93세의 대 그랜드맨 '더글라스 맨디블'의 막대한 유산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그가 혹여 마음이라도 동해 사회에 전재산 헌납이라도 하겠다는 유언을 남길까 아버지 비위 거슬리지는 짓은 딱히 하지 않으려 하는 그의 아들 '카터 맨디블'은 벌써 70세이다.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아 언젠가는 편히 여유롭게 노년을 보낼 수 있겠지..라고 꿈을 꾼지도 너무 오래, 이미 충분히 기다려온 노년이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고 꼳꼳히 살아있는 아버지는, 그나이에도 품위도 잃지 않고 빈정상할 만큼 세련된 생할을 하고 산다. 아무래도 죽을 것 같지가 않다.


카터 맨디블의 자녀 플로렌스, 에이버리, 재러드도 할아버지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가 항상 궁금하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언젠가는 유산이 도움이 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첫째 딸 플로렌스와 달리 둘째 딸 에이버리는 경제학 교수 로웰과 결혼하여 꽤 미국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자녀 셋을 두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는 막내 아들 재러드는 반체제주의자로, 농장을 사서 밭을 일구고 산다.(훗날 보면, 경제공화국 미국의 몰락 한가운데서도 비참해지지 않고, 제일 독립적으로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며 삶을 사는 인물로 보여진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는 월가에서 종사하는 한 이웃에게서 '가진 돈이 있으면 다 외환으로 바꿔라. 달러로 된 자산이 있으면 전부 빼라. 이 나라에 투자한게 있으면 다 옮겨라'라는 말을 들은 플로렌스의 남편.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미국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한다. "미국이 오늘 국가 부도를 선포한다고.. 달러가 붕괴되었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작당하고 뒤바꾼 새로운 패권통화 '방그르' 때문에, 돈을 마구 찍어내어도 문제 없던 대제국이 모든 채권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모든 외교 거래시 방코르로 거래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 결국 국가 비상사태에 돌입. 전국민의 집에 있는 금은 다 몰수고, 달러를 100불이상 가지고 해외로 나갈 수도 없다고.."


급속도로 진행된 인플레이션으로, 하루 아침에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식료품점을 들어갈 때의 금액이랑 나올 때 금액이 달라질 정도로 물가는 상상을 초월하고 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디어 편편해지는 것인가? 말로만 염원했던 민주주의 만민 평등국가가 도래하는 것인가.. 미국 사람들 중 자산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하루 아침에 가진 재산이 거의 휴지조각이 되는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오히려 빚을 지고 살던 사람은 빚탕감이 되었지만, 포트폴리오로 분산 투자를 제대로 해왔던 대 그랜파 맨디블마저 믿을 수 없겠지만 파산하고 만다. 상상해본 적 없는 그의 몰락에 이어, 에이버리도 남편이 아이비리그 경제학 교수임에도 해고를 당하고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며, 실업자 가족으로 주택담보대출 조차 받을 수 없는 신세가 되어, 허름한 플로렌스 집에 얹혀살게 된다. 최상류층의 삶을 영위하며 교육을 받던 자녀들까지 전부다 데리고서, 게다가 일류 요양센터에서 쫒겨나게 된 대 그랜파와 치매걸린 새부인까지, 총 17명이 넘는 맨디블가 4대의 모든 식구가 제일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플로렌스의 좁은 집에 모두 얹혀살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했다.. 그러나 그마이웃에게 집을 강탈당하게 되면서 자기 집에서 온 식구가 쫒겨나는 신세가 되는데, 그런 디스토피아 스러운 상황은 맨디블 가의 일만은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남의 집을 빼앗아 살아가는 일이 만연해졌고, 결국 온 가족이 집도 차도 빼앗기고 쫒겨나 거리로 내몰리게 되면서 맨디블가는 막내 재러드의 농장으로 떠나가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어마한 물가변동으로 차를 타고 갈 돈조차 없어 걸어서 수천킬로 미국 대륙을 온가족이 횡단해야했기에.. 걸어가는 길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겠다 생각이든 대그랜드맨은 그의 치매 부인을 총기로 죽이고 본인도 자살하는 것으로 세상을 마감한다. 결국 한푼의 유산도 남기지 못한 채... 꺼지지 않는 별처럼 떠 있는 나라인 줄만 알았는데 미국이 중국에게 모든 패권을 넘겨주게 되면서, 그 땅에서 부호는 거의 대부분이 중국이나 아시아 사람들 차지였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바뀌는 순간 미국은 이렇게 몰락할 수도 있겠구나.. 게다가 한 가족이 이렇게 비참히하게 무너져 살 수도 있겠구나... 싶어 오싹해오는 소설이었다.


그로부터 몇 십년 후 2049년, 플로렌스의 아들 윌링은 강탈당했던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북적이며 4대가 함께 살아야했던 그 집으로.. 그 시대에는 플렉스라고 하는 일종의 미래 스마트폰도 거의 퇴물이 되었고, 사람들의 머리에는 이미 칩을 이식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칩을 통해 자동으로 모든 소득이 들어오고 지출이 나가는 것을 계산해야 했으며, 현금은 이제 곧 아예 사라질 예정이다. 완전한 헬미국... 68세부터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늙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은 자진 돈을 내고 ‘수면자’가 된다. 자는 동안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 잠도 비용을 낸 만큼만 잘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칩을 통해 정부에게 투명하게 돈을 헌납하며들 살고 있었으며, 더 이상 지옥이 된 나라가 견디기 힘들었던 윌링은 미국 내 독립국가처럼 독자적인 체계를 갖춘 네바다주로 이주를 결심하여 고모 에놀라와 떠난다. 삼촌 재러드가 찾아 떠난 그 곳으로..


국가 내 또 하나의 독립자유국이라고 할 수 있는 네바다주는 방코르도 칩도 아닌, 자기들만의 통용화폐를 사용하며, 자치주 내에서 자급자족하여 살며 새로운 자유를 꿈꾼다. 대신, 그들에게는 사회보장연금이나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같은 어떤 정부의 복지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몰락 후 강력한 정부 통제 하에 너나할 것 없이 하층민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통제로부터 탈출하여 국가 내 또 하나의 자유 지상국을 건설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없다.


소설 속 상상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한 때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했던 미국이 앞으로 얼마나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언제 헬미국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지난 오랜 역사를 보았을 때 미국이 전세계를 호령한 시기는 사실 백년 남짓이고, 그 외에는 다 다른 나라 차지였다.



목표일: 140/365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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