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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Dec 27. 2021

[부록] 크리스마스에 그린 나이트

영화보는 주말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166 day


크리스마스엔 슈톨렌~ 그리고 나홀로 집에~인데, 올해 크리스마스에 인상깊게 본 영화는 '그린 나이트'이다. 올여름에 개봉한 영화인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을 했던라면 더 어울렸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에게 자신의 목을 내어주는 순간이 어쩐지, 아기 예수의 탄생과 십자가를 짊어지는 성자 예수의 탄생 스토리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recipe 252. 데이빗 로워리 '그린 나이트'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 앞에 그린 나이트(녹색 기사)가 나타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이름하여 '크리스마스 게임'! 자신과 결투를 벌이는 기사는 1년 후에 똑같은 결투를 그대로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 게임의 룰.


이렇다할 무용담 하나 없이 방탕한 삶을 살아가던 가웨인은 얼떨결에 그 결투에 나서고, 그린 나이트의 목을 베게 된다. 정확히 1년 후 똑같이 자신의 목도 베일텐데 말이다.. 그 이후로도 아무런 대책없이 예전처럼 방탕하게 살다가, 거의 1년이 지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그린 나이트와의 약속을 행하러 그린 예배당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난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여정을 생각했다면, 여러 수호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로 참 멋있을텐데, '그린 나이트'의 여정은 그렇지 않다. 모험이 아니라 거의 방랑에 가깝게, 두려움에 떨며 길을 떠나서도 어딘가 찌질한 모습만 보인다. 막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사로서 요구되는 대범함, 용기, 친절함, 기상 등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딘가 영웅적인 모습이 부족한 철없는 소년같다. 내 이런 남자를 어디서 보고 겪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결국, 그린 예배당에 도착해 그린 나이트를 마주하는 가웨인. 졸다가 깨어난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에게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고, 그의 목에 도끼질을 내리치려는 순간, 몇 번을 주저하던 그는 결국 그곳을 허겁지겁 도망쳐나온다. 자신만이 아는 가짜 무용담을 덮어쓴 그는 결국 아서왕의 왕위를 물려받고, 왕이 되어, 자신이 사랑하던 천한 신분의 여인이 아들을 낳았지만, 그녀를 버린 채 왕의 신분에 맞는 여인을 여왕으로 맞이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장성한 아들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백성들도 그에게 돌을 던지고, 결국 나라가 적군의 습격을 맞아 붕괴되기 직전, 그는!!


어머니가 여정을 떠날때부터 마련해주었던 마법의 '그린 벨트'를 풀어헤치고, 스스로 '그린 나이트'에게 목을 내어주는 결단을 내린다.



무용담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마련해준 그럴듯한 장치로  꾸며진, 알맹이 없는 무용담으로 얼렁뚱땅 살아가려던  남자가, 그대로 살다간 결국 자신의 삶이 파멸로 치달을 것임을 알고, 결국 자신만의 진짜 무용담을,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겠다는! 결심을 하며 스스로  끈을 자르는, 이 영화는 일종의 성장스토리같아 보인다.


하지만, 비로소 진짜 무용담이 완성되고  왕국의 진짜 왕이, 영웅이 탄생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은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달아나던 '죽음'일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의 운명이 결국 그러한 것을..어쩌랴.    



한편,  영화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보면..  평범한 인간, 평범한 남자로서 살아갈 수도 있었던 '예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도 수도 없이 두려움을 고백하고 떨어야했으나,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십자가를 짊어지는 삶을 기꺼이 선택하는 예수 탄생의 스토리같아 보이기도 한다.    


출처: https://youtu.be/WLpY6vv4nIk


무엇보다 영화의 영상미가 너무 훌륭해서, 스토리가 다소 어렵고 해석을 요하는 측면이 있었던 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던, '그린 나이트'였다.



목표일: 166/365 days

리서치: 252/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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