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주말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165 day
스티븐 핑커를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복잡한 구조물은 참 미묘하고도 파도파도 끝이 없는 미지의 탐구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들지? 마음은 뇌의 작동을 의미하는 것 뿐일까? 그렇다면 뇌의 작동이 어떻게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우리가 하는 생각이 언어가 없으면 과연 가능할까?
'핑커'의 책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탐험했다면, 이번엔 인간의 무의식을 탐험해 차례. 핑커만큼이나 내가 아주 아주 좋아하는, 나의 머리를 깨부수며, 도끼질도 참 우아하고 낭만적으로 하는 철학자 '베르그송', 그의 이론으로 파헤쳐본 '놀란'의 영화 '인셉션', 영화 '인셉션'을 를 철학적으로 명쾌히 해부해주시는 철학자 '이정우' 선생님, 이분들 덕분에 인간의 무의식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recipe 250. 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
영화 <인센셥>을 보면 의뢰인에게 꿈 속의 꿈 속의 꿈의 무의식 세계에 관념의 씨앗을 심는 게 나옵니다. 우리의 마음에 관념의 씨앗을 심는 것을 '인셉션(inception, 관념의 씨앗 심기)'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마음에 어떤 관념을 심고 싹틔우냐에 따라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완전히 변화하기도 합니다.
출처: https://youtu.be/tUlWpNMzI-Q
이와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의 마음 속엔 무엇이 있을까? "
답은 바로 "관념들이 있다"라고 할 수 있는 데, 어쩌면 영화 <인셉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관념'들에 관한 영화로, 주인공 코브의 마음 속 가시(사랑하는 아내 멜에게 관념의 씨앗을 심은 죄)를 뽑아내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관념'이란 개념은 아이디어로, 플라톤의 시대에서는 희랍어로 idea(이데아), 칸트나 헤겔의 시대에는 idee(이념), 현대로 오면 idea(아이디어)로 변화하면서 이 '관념'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보면 서양 문명을 거의 다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주인공 코브는 "하나의 관념이란 것은 일단 뇌에 고착되면 제거가 불가능하다" 고 하죠.
"하나의 어떤 관념들이 마음 속에 싹트고, 어느샌가 구체화되면, 그것은 한 인간의 생각과 행동과 언어를 굳게 지배하게 됩니다." 이것이 인셉션의 주요 내용입니다. 싹튼다는 얘기는 내가 생각하는 관념들이 내가 의식적으로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것으로, 관념은 나도 모르는 나에게서 떠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식적으로 나에게 나타나는 나가 아니고.
코브가 그런 말을 합니다. "우리는 뇌의 조금 밖에 쓰지 않는다고" 즉, 우리는 뇌의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잠재성으로 깔려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깨어있을 때는 우리는 뇌의 일부만 쓰지만, 꿈에서는 뭐든지 합니다.
recipe 251. 앙리 베르그송 '기억 이론'
베르그송의 '기억 이론'과 인셉션의 꿈 속의 꿈이라는 설정을 비교해보면 시간 개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래 도식상에서 원뿔형의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영화 <인셉션>의 꿈의 층위와 시간 설정을 비교해보면 의식은 응집된 지점이고 꿈은 무한한 여러 층위의 풀어진 방대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youtu.be/33EQw2Ympzw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응집력이 다른데, 의식적인 것은 하나의 꼭지점으로 모으는 것이고, 무의식적인 것은 다 풀어져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식(현재/현실) 속에서는 관념이 응집되고 고집을 부리는 데 꿈(과거/무의식) 속에서는 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현실 속에서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꿈 속에서는 아무런 제제없이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왜냐면 꿈 속에서는 나의 도덕관념이 풀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거죠. 꿈 속에서는.
베르그송은 ‘현재’는 ‘과거’와 동시 발생한다고 봅니다. 그는 현재와 과거의 동시성과 연속성을 이야기하는데, 우리의 과거를 기억이라고 본다면, 여러 기억의 '과거'(꿈)의 다양한 층들이 '현재'(현실)에 영향을 미치죠. 그렇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는 따로 뗴어놓을 수 없는 연속적인, 동시에 불연속적인 시간의 개념 상에 놓여있게 됩니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과거)의 다양한 층들이 현실(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설정으로 베르그송의 이론을 끌어온 것 같이 보이는데요
지금부터 베르그송의 원뿔형 꼬깔 모형에 영화의 구조를 대입해봅시다. 현재를 의식(현실)이라고 보고, 과거를 무의식(꿈)이라고 보면, 영화 속에서 꿈을 다양한 층위, 꿈 속의 꿈, 더 뎁스있는 꿈으로 여러 층위를 계속해서 들어가는 설정은 그것이 시간 개념에서 '과거'이기 때문이고, 관념의 씨앗을 심기 위한 여러 층의 '과거(꿈)' 기억들의 조작을 통해 그것들이 '현재'(현실)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여, '현재'의 한 응집력있는 지점(그 시점에 고착된 관념에 의한 실질적인 행동: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지 않겠다는 결정)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코브 일당은 이 모든 시간 아키텍쳐를 설계한 것이죠. 그들이 짠 아키텍쳐가, 바로 베르그송의 원뿔형 시간 개념이 보여주는 구조와 아주 유사합니다.
그래서 이런 가설에 입각해서 영화의 기본 스토리라인이 아래같이 짜여집니다.
1. 타인의 꿈에 침투하기 (코브 일당)
2. 꿈을 공유하기
3. 공유되는 꿈의 전체 구도 짜기 (아리아드네를 아키텍트로 고용)
4. 관념을 훔쳐내기 (코브 일당 )
5. 역으로 자신의 관념 방어하기 (권력있는 사람은 꿈에 자기방어기제를 심어놓음.누가 훔쳐가려면 막으려고)
6. 특정한 관념의 씨앗을 심기 (코브 일당)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놀란은 도대체 어떻게 이 시나리오을 짰을까?" 라고 그 당시 놀란에게 엄청 놀랐던.. 1인으로서, 이것은 다.. 위대하고도 천재적인 베르그송(과거)의 후예가, 천재적인 놀란(현재)으로 나타났다고 보면 될까요? ^^
목표일: 165/365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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