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편서정: 지구의 편에 서기 위한 정치 <제17화>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길 위에서 과연 얼마나 멀리 와 있는 것일까. 이번 지편서정 제17화에서는 1987년 브룬트란트 위원회가 제시한 권고 가운데, 해양·우주 공간·남극 대륙에 관한 정책 방향을 원문에 충실하게 요약해 봅니다.
지구상에는 해양, 우주 공간, 남극 대륙 처럼 국가의 주권이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인류의 공유 재산, 즉 공유지라는 의미의 ‘커먼즈(commons)’에 해당한다. 이러한 커먼즈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구속력 있는 국제적 관리 체제가 필요하다.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는 인류의 경제, 사회, 문화에 관련된 여러 활동의 근원이자, 해안·하천·대기에서 흘러 들어오는 폐기물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흡수원이다. 각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은 해당 국가의 사법권에 의해 보호·관리되지만,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는 국제적 협력 체제가 없이는 보호와 관리가 불가능하다. 다행히 몇몇 사례는 커먼즈 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내린 포경 중단 결정은 해양 자원의 공동 관리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위원회에는 비(非)포경국이 다수를 차지했고, 미국은 해양 보존 조약을 지키지 않는 국가와는 어업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법을 제정해 고래 보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구소련과 일본은 포경 중단에 반대했으나 이후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다만 학술 목적의 포경과 소수 민족의 전통적 포경은 허용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지역해 계획(Regional Seas Programme)’도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다. 11개 지역해(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공유하는 해역)에 인접한 130개국 정부와 14개의 유엔 기관, 40여 개의 다자간 기구가 참여해 자원 보전과 환경 보호에 협력했다. UNEP는 자금과 정보를 제공했고, 실제 사업은 참가국 정부와 단체들이 수행했다. 그러나 활동 과정에서 과제도 드러났다. 지역해의 주요 오염원은 인접국의 경제 활동이었는데, 이를 규제하려면 주권 침해 문제가 불거져 합의 형성이 쉽지 않았다.
1972년 11월에 체결된 ‘폐기물 해양 투기 규제에 관한 런던 협약(London Dumping Convention)’ 역시 국제 협력에 의한 커먼즈 관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협약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중단되었고, 1983년에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투기도 중단되었다. 1985년에는 투기 중단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다음 해 당사국 회의에서는 농도와 무관하게 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1982년에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도 커먼즈 관리 체제의 사례다. 이 협약에 따라 연안국은 12해리 이내의 영해 및 그 해저와 해상에 대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200해리까지는 배타적 경제 수역으로 인정받았다. 그 결과, 전 세계 해양 면적의 35%에 해당하는 구역에서 국가 간 분쟁 원인이 제거되었다. 또한 생물 자원을 남획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각국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했으며,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 자원은 인류의 공동 재산임이 명시되었다.
우주 공간 역시 인류의 공유 재산이며, 국제 협력에 의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주의 공동 관리는 1967년에 발효된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의 정신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 조약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우주 공간에 대해 특정 국가가 주권을 선언하거나 점유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는 커먼즈로서의 우주 공간을 공동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제도 많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오존층 상태, 산성 강하물의 성분, 열대우림 상태, 화산 가스 영향, 가뭄 메커니즘 등 인류 생존에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여러 국가에 분산되어 있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UNEP는 ‘지구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인공위성 궤도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적도 상공의 정지 위성 궤도대는 경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궤도지만, 신호 간섭을 막기 위해 180기까지만 배치가 가능하다. 이를 두고 선진국은 더 많은 위성을 올리려 하고, 궤도대 아래 위치한 개발도상국은 소유권을 주장한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주장이 우주 조약의 ‘비전유(非專有)’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우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지상 160~1,760km 구간에는 로켓 발사와 무기 실험 잔해, 고장 난 위성, 무단 폐기된 연료 탱크 등이 떠다니며 충돌 위험을 만든다. 회수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비용이 막대해 합의가 쉽지 않다.
우주는 원자력 사용에 따른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원자로 추진 우주선이 추락하면 해당 지역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근본적 대책은 우주에서 원자력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며, 다른 방안으로는 원자로 크기 제한, 기체 열 차단 구조 강화, 오염된 우주선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 폐기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규제 도입이 너무 늦어 피해를 키우거나, 반대로 너무 빨라 향후 필요한 활동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점에서 달 표면 활동 규제는 시기상조이지만, 궤도 공간 내 파편과 방사성 물질에 대한 규제는 이미 늦었다.
남극 대륙 역시 인류의 중요한 공유 재산이다. 1959년 12월에 체결된 ‘남극 조약(Antarctic Treaty)’은 남극에서의 자유로운 과학 연구와 이를 위한 국제 협력을 보장하는 한편, 군사 활동·무기 실험·핵 폭발·방사성 물질 폐기를 금지한다. 이 조약은 모든 유엔 회원국에 개방되어 있으나, 협의국이 되려면 실제로 남극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국가 차원의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이는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큰 제약이 된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 연구, 시설 공동 이용, 기금 설립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남극 대륙에는 손대지 않은 풍부한 자원이 있지만, 개발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비용이 막대하고, 다른 대륙에도 충분한 자원이 남아 있으며, 무엇보다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에 악영향이 없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개발을 진행해서는 안 되며, 설령 개발하더라도 환경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또한, 개발로 얻는 이익은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
남극 자원을 약탈하는 행위는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남극은 국제 협력과 환경 보호의 상징으로 보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과제들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합리적 관리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국 정부, 국제기구, 산업 단체, 공익 단체, 전문가 집단이 합의 형성에 참여해야 하며, 이를 담당할 공식 기구의 설립도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브룬트란트 보고서가 제시한 평화와 안전보장에 관한 권고 내용을 요약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