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금과 같은 국회를 해산하고 시민의회를 세운다면

세음소평 (2025년 9월 4일)

by 완서담필


줄탄핵과 계엄 소동,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취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저급한 행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변호사, 판검사, 교수, 고위직 공무원이나 기업 경영층 같은 전문직 출신들이 국회의원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국익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당리당략과 사적 기득권을 움켜쥐려는 특권층 아닌 특권층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작금의 인도네시아 사태를 보라. 국회의원들이 빈민지역 최저임금의 스무 배가 넘는 주택수당을 몰래 챙겨 온 사실이 드러나자, 분노한 시민들이 폭동에 가까운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분도 있겠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국회와 정당들이 보여 온 행태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그리고 언론과 유권자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방관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차마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래서 해보는 생각이다. 차라리 지금의 이 이상한 국회를 해산하고, 무작위 추첨으로 선출된 시민들이 의회를 구성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국회의원은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의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원처럼, 일정 기간 국민으로서 책임을 맡는 것이다. 선거 대신 추첨 방식을 도입해 전체 인구 구성을 반영하는 시민의회, 그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생업을 접고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합당한 보수는 필요하다. 그러나 의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정 수준이면 충분하다. 지금 국회의원 급여보다는 훨씬 낮아도 무방하다. 나아가, 선거로 뽑힌 국회와 시민의회를 병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직능별·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선출된 국회를 상원으로, 시민의회를 하원으로 두어 전문성과 대표성이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구조 말이다.


뜬금없는 상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고대 아테네에서 이미 실험된 것이며, 현대에 들어서도, 1970년대 이후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논의다. 문제는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답답한 마음에 꺼내본 생각이기는 하지만, 정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오늘의 우리 현실 속에서 결코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는 질문일 것이다.


소나리우스의 세음소평

2025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