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편서정: 지구의 편에 서기 위한 정치 <제27화>
기후변화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정치체제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영역이며, 동시에 그 민낯이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야말로 산업혁명 이래의 경제 활동이 생태계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대기 중 인위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된다.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와 같은 온실가스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을 흡수한 뒤 다시 지표면으로 방사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래의 경제 활동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고, 이로 인해 지구 전체의 온실효과가 강화되면서 세계 평균기온이 상승하게 되었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산화탄소인데, 그 대부분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된 것이다. 빙하 코어 성분 분석이 보여주듯, 산업혁명 이후의 온실가스 농도는 그 이전 수천 년 동안의 수치들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기후변화가 일어나 인류와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예컨대 21세기에는 대부분의 육지에서 한파가 줄어들고, 고온 현상과 열파의 발생 빈도가 늘어난다. 또 한편에서는 폭우와 태풍의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가뭄 피해 지역이 늘어난다.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 활동이나 극단적인 해수면 상승도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생태계, 인간의 건강,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물 부족에 직면하고, 최대 30%의 생물종이 멸종에 이를 수 있다. 중·고위도 지역에서는 일부 곡물 생산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으나, 저위도 지역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곡물 생산성이 저하된다. 홍수나 폭풍 피해도 심화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전 세계 연안 습지의 약 30%가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 영양실조, 열사병, 감염병 증가 등 건강상의 위험도 커진다. 당연히 이러한 위험에 따른 경제적 부담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는 적응과 완화가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앞으로 배출을 줄인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지구 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한다. 바로 이 때문에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빗물 활용, 저수, 재이용, 담수화와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농업에서는 파종 시기와 장소 변경, 작물 품종 조정이 필요하다. 연안 지역에서는 방파제, 해일 방벽 설치, 사구 보강, 자연 장벽 보존, 집단 이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온난화와 함께 나타나는 새로운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관리 체계와 응급 의료 서비스 정비도 필수적이다. 또한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입 감소에 대비해 수입원을 다각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 전략만으로는 기후변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적응만으로는 기후변화 자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완화 전략이 필요하다. 완화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말한다. 대표적 완화 전략으로는 에너지 절약, 저탄소형 에너지 보급, 열병합발전,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등이 있다. 운송 부문에서는 철도 및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이 완화책이 된다. 이산화탄소 감축에 유인을 제공하는 세제나 보조금 제도도 필수적이다. 실효성 있는 완화책을 실행한다면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를 억제하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완화책에는 산업계의 강한 반발이 뒤따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후정책의 성패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달려 있다. 참고로 2013년 현재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주요 배출국의 비중은 중국 28.7%, 미국 15.7%, 인도 5.8%, 러시아 5.0%, 일본 3.7%, 아프리카 제국 3.4%, 독일 2.3%, 한국 1.8%였다. 2005년경까지는 미국이 최대 배출국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이 최대 배출국이 되었다. 다만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미국이 16.4%로 1위,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11.6%, 일본 9.7%, 독일 9.2%, 중국 7.0%, 인도 1.5%, 아프리카 제국 1.0%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진공업국의 배출량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배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것은 곧 화석연료 기반 경제를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득권 국가와 사회 부문은 완화책 도입에 저항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 및 국내 정치의 장에서는 감축량 배분이나 책임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2025년 현재, 기후변화의 징후는 더욱 뚜렷하고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극심한 폭우와 홍수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북극과 그린란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용융은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과학적 조사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 속도는 당초 예측을 앞질러 진행되고 있으며, 해양의 산성화와 생물다양성 붕괴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기후 시스템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 이른바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을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의 징후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며,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관찰되고 있다. 도심에서는 폭염과 열대야가 빈발하여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가뭄으로 인한 농업 생산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반대로 국지성 집중호우는 도시 인프라와 농경지에 반복적인 피해를 가하고 있다. 농작물의 재배 지대는 점차 북상하고, 연근해 어종 구성과 어획량에도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태풍의 발생 시기와 강도 또한 변화하고 있는데, 초강력 태풍의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 조건은 사회·경제적 피해를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해 국제 사회와 주요 정부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