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의 구체화: 독일 정부의 통합적 목표체계

지편서정: 지구의 편에 서기 위한 정치 <제26화>

by 완서담필


2002년 책정된 독일의 국가 지속가능발전전략(NSDS)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세대 간 공평성, 생활의 질 향상, 사회적 결속(혹은 사회적 포용), 국제적 기여라는 네 가지 목표를 통합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각 목표에는 경제적 차원, 사회적 차원, 환경적 차원과 관련된 지표가 할당되어 있으며, 그중 다수는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수치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첫째, 독일 NSDS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무엇보다 세대 간 공평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세대 간 공평성이란 현세대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의 필요를 희생하지 않는 것, 그리고 현세대의 문제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과 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여 가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청년의 역량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이 목표는 다음과 같은 지표들로 진척 상황을 평가한다.


환경 및 자원: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1990년 대비 두 배로 향상 / 1차 에너지 소비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76.3%, 2050년까지 47.7%로 감축 / 자원 효율성을 2020년까지 1994년 대비 두 배로 향상 /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 2050년까지 80% 감축 / 재생 가능 에너지를 202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의 18%, 전력 소비의 35%로 확대 / 생물다양성 지표로 지정된 조류 59종 개체 수를 2015년까지 안정화 / 상업·공업·교통용 토지 개발 면적을 2020년까지 하루 30헥타르로 축소.

지속 가능한 경제: 정부 재정적자를 장기적으로 개선 / 정부 부채의 GDP 대비 비율(2010년 기준 82.3%)을 장기적으로 개선 /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율을 확대.

연구 및 개발: 연구개발 투자를 2020년까지 GDP의 3%로 확대 / 18~24세 학업중도탈락률을 2020년까지 10% 미만으로 축소 / 30~34세 고등교육 졸업률을 2020년까지 42%로 확대 / 학위 과정 신규 등록자를 2010년까지 40%로 확대.


둘째, 지속 가능한 발전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생활의 질을 높이려면 환경의 질을 개선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해 방지, 교통오염 예방, 유기농업 촉진을 위한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경제성장은 생활의 질 향상에 필수적 요소이지만, 동시에 환경의 질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생활의 질 향상에 관한 지표(2002년 기준)는 다음과 같다.


환경의 질: 대기오염 물질을 2010년까지 1990년 대비 70% 감축 / 화물 및 여객 수송 집약도를 2020년까지 각각 1999년 대비 95% 및 80%로 축소 / 전체 화물 수송 중 철도 및 수로 비중을 2015년까지 각각 25% 및 14%로 확대 / 농지 질소 농도를 2010년까지 헥타르당 80kg으로 축소 / 유기농업 면적을 장기적으로 전체 농지의 20%로 확대.

경제성장: 경제의 지속적 성장 달성 / GDP 성장과 환경 악화의 탈동조화 / 65세 미만 사망자 수를 2015년까지 남성 인구 10만 명당 190명, 여성 10만 명당 115명으로 축소 / 15세 이상 흡연율을 2015년까지 22% 이하로 축소 / 성인 비만율(2009년 14.7%)을 2020년까지 감소세로 전환 / 형사범죄 발생을 2020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7천 건 미만으로 축소.


셋째, 지속 가능한 발전은 사회적 결속(포용)을 촉진하는 발전이어야 한다. 독일은 개인주의와 경쟁 같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존중하는 동시에 공공성, 연대, 시민성과 같은 가치를 함께 중시한다. 경제 시스템에서도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기초하되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격차 완화에 힘써 왔다. 잘 알려진 대로 이러한 시스템은 ‘사회적 시장경제’라 불린다. 독일 사회의 이러한 문화는 청년, 여성, 이주민 시민 등 사회적 약자의 역량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낳아 왔다. 이 목표는 다음과 같은 지표들로 평가된다.


고용 확대: 15~64세 고용률을 2020년까지 75%로 / 55~64세 고용률을 2020년까지 60%로 향상.

육아 지원: 0~2세 아동 대상 종일 보육 비율을 2020년까지 35%로 / 3~5세 아동 대상 종일 보육 비율을 2020년까지 60%로 확대.

사회적 약자의 역량 강화: 남녀 간 시급 격차를 2020년까지 15% 이하, 2050년까지 10% 이하로 축소 / 외국인 시민의 일반 교육기관 졸업률(2009년 86.2%)을 2020년까지 독일인 시민 수준(2009년 94.2%)으로 향상.


넷째, 지속 가능한 발전은 지구적·국제적 과제이기도 하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 공업국은 인류 공동의 자산인 자원을 대량으로 소비해 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구환경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선진국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앞장서 실천하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선진국에게도 이익이 된다. 세계적 차원에서 자원 효율성이 높아지고 환경문제가 개선되면 그 혜택은 선진국에도 돌아오기 때문이다. 국제적 기여라는 목표는 다음과 같은 지표로 진척 상황을 평가한다.


재정적 지원: ODA를 2015년까지 국민소득의 0.7%로 확대.

시장 개방: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 확대.


독일 NSDS는 이러한 목표와 지표를 바탕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 진척 상황은 2년마다 평가되며, 지표와 수치 목표의 재검토가 이뤄진다. 물론 지표들 가운데에는 서로 모순되는 것도 있다. 예컨대 경제성장 지표는 온실가스 감축 지표와 상충하는 듯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에너지 소비가 늘고,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NSDS에 따르면, 자원 및 에너지 효율성 제고, 에너지 절약 기술 및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이러한 모순은 해소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순 해소를 위한 정책통합의 길을 끈기 있게 모색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독일의 전략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장기적인 정책통합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표들이 구체적이고, 대부분 목표 시점과 수치가 명시되어 있어 성과를 수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독일의 전략이 지속가능발전 전략 가운데서도 높이 평가받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다만 2016년 가을, 2002년에 마련된 독일 NSDS는 크게 손질되었다. 이는 2015년에 채택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새롭게 마련된 NSDS가 어떤 성과와 과제를 보여줄지 지켜볼 대목이다.


참고로, 이 글은 필자가 15년 전 발표했던 논문을 바탕으로 요점을 추려서 풀어 쓴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기후변화의 정치에 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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