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대체물, 파리협정

지편서정: 지구의 편에 서기 위한 정치 <제29화>

by 완서담필


교토의정서의 제1차 공약기간(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참여한 23개국 가운데 11개국이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 기준연도 1990년 대비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난 나라들도 있었지만, EU 지역에 적용된 목표 공동달성 체제, 유연성 메커니즘, 그리고 산림 등 흡수원의 감축 효과까지 합산하면, 결국 모든 참여국과 지역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장국이었던 일본의 경우, 2012년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1990년 대비 1.4% 증가해 있었다. 2010년 이후의 경기 회복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화력발전이 늘어난 것도 배출 증가에 한몫했다. 그러나 산림 등의 흡수원에 의한 감축 효과(기준년 대비 3.9% 감축)와 유연성 메커니즘에 따른 감축 효과(기준년 대비 5.9% 감축)를 모두 합산하면, 일본의 총배출량은 기준년 대비 8.4% 감소한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로써 일본 정부가 설정한 ‘기준년 대비 6% 감축’ 목표는 간신히 달성되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초의 국제적 시도였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감축 목표치는 매우 미약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가 지닌 의의는 컸다. 교토의정서를 계기로 기후변화 방지를 요구하는 여론과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선진국들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고, 정책 수단에 관한 지식이 널리 퍼지면서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같은 경제적 수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정부는 교토의정서를 ‘불공평한 협정’이라 비판하며 2001년에 이미 탈퇴했다. 모든 나라가 참여한 것도 아니고, 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 같은 국가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가 면제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탈퇴의 이유였다. 하지만 EU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이러한 불만은 책임 회피를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은 제1차 공약기간이 끝나는 2012년 이후를 내다보며 교토의정서와는 다른 새로운 체제 구상에 나섰다. 호주나 일본처럼 규제적 수단 도입에 소극적인 나라들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리고 국제 협상 끝에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다. 이로써 1997년 12월에 출범한 교토의정서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파리협정에는 교토의정서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장기 목표가 포함되었다. IPCC 보고서의 과학적 근거를 받아들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미만으로 억제하고, 더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명문화된 것이다.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참여 범위에서도 모든 국가가 각자 감축 목표를 세우고 국내 대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기후변화협약의 기본 원칙인 ‘공통적이되 차별화된 책임’은 존중되었지만, 파리협정에서는 개발도상국도 감축 목표를 세우고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반면, 교토의정서에 담겼던 법적 구속력은 파리협정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감축 수치를 국제 협상을 통해 결정하던 방식도 폐지되고, 각국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유연성 메커니즘의 조건 또한 완화되어, 감축 성과를 국가 간에 자발적으로 이전하고 이를 당사국총회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기후 안정화 목표와 참여 범위에서는 교토의정서보다 진일보했으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파리협정의 구속력이 오히려 약화되었다.


파리협정은 2016년 11월 4일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 같은 대규모 배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체제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 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각국의 자발적 의지에 달려 있었다. 발효 후 채 1년도 되지 않은 2017년 6월 1일,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자국의 석탄 산업과 제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이유였으며,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재정 공여가 불공평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러한 탈퇴 선언은 해외는 물론 미국 국내에서도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교토의정서는 물론 파리협정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서 국제적 협력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문제 앞에서도 국가이익과 국내정치의 논리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국제사회는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이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내용은 불충분했고, 그마저도 실질적 행동과 실효성 있는 성과로 전환하는 과정은 여전히 국내외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기후변화 사례가 시사하는 국제적·국내적 차원의 어려움에 대해, 정치이론이 제시하는 설명 논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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