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전환의 '저해' 요인

지편서정: 지구의 편에 서기 위한 정치 <제30화>

by 완서담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 전환에는 정치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원리를 다른 정책 분야에 통합하는 데 대해, 기득권 세력은 강하게 정치적 저항을 보인다. 환경정책은 규제를 수반하기 마련인데,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정부·산업계·유권자들은 규제보다 개발을 선호한다. 또한 재원과 권한을 둘러싼 부처 간의 대립이나 행정의 칸막이 구조 역시 부문 간 환경정책의 통합을 가로막는다.


첫째, 일반적으로 경영자 단체, 노동조합, 농민 단체 등 생산자 집단은 환경정책이 불러오는 규제를 반기지 않는다. 생산자 집단의 입장에서 규제는 비용 증가, 이윤이나 임금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생산자 집단은 이익단체를 조직하고 정치에 압력을 가한다. 부의 분배를 두고는 대립하는 경영자 단체와 노동조합도 경제성장 문제에서는 이해가 일치한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조직된 만큼 생산자 집단은 결속력이 강하고, 자금과 정보,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도 풍부하다. 따라서 생산자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은 환경운동보다 강하고, 더 안정적이며 지속적이다. 생산자 집단은 경제성장이 가져오는 이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정치에 압력을 행사하며, 바로 이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정책 전환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에 소극적인 이유는 석탄·석유 업계의 로비 활동 때문이다. 세계기후연합과 같은 에너지 업계의 압력단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의심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교토의정서를 비판하는 홍보 활동과 로비를 벌여왔다. “기후변화 대책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개발도상국이 참여하지 않는 교토의정서는 불공정하다”는 식의 담론은 이런 산업계 활동을 통해 확산되었다. 환경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조차 산업계는 탄소 감축 수치 목표 설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산업계는 정부의 높은 목표가 정치적 산물일 뿐, 경제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경단련 역시 환경성이 추진하려던 환경세나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일관되게 강하게 반대했다. 일본 정부의 교토의정서 목표 달성 계획이 결국 산업계의 자율적 방식에 의존하게 된 것은 이처럼 이익집단 정치의 결과였다.


둘째, 산업주의 사회의 정치적 구조 자체가 생산자 집단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정치가와 정부는 대량생산·대량소비를 통해 GDP가 늘어나고, 즉 경제가 양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산업주의 국가에서 경제성장이란 곧 세수 확대, 투자 증가, 임금 상승, 고용 창출, 그리고 정치적 지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산업주의 국가에서는 생산자 집단의 물질주의적 성장 요구가 정치적으로 우선되기 쉽다. 이는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드러나듯, 다수 유권자의 최대 관심은 경제적 안정과 임금·소득의 상승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정당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경제성장과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에 임한다. 다시 말해, 산업주의 국가의 정치 시스템은 그 자체로 경제성장의 기계가 되어 있는 것이다.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생산자 집단에 유리한 이러한 구조는 여전히 견고하다.


예컨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여론의 추이는 생산자 집단에 유리한 정치 구조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9개월 뒤인 2011년 12월과 2년 8개월 뒤인 2013년 11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42.8%와 40.6%,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28.4%와 27.6%로, 전체의 약 70%가 탈원전을 지지했다. 반면 “현상 유지”는 각각 21.3%와 25.2%,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1.7%와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두 조사 사이에 치러진 2012년 12월 16일 총선에서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는 원전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관심은 경기와 고용(46%), 그 다음은 사회보장과 연금(44%), 그리고 원전 문제(30%)였다. 그토록 심각한 원전 사고를 겪고도 선거에서의 최우선 관심은 여전히 경제성장이었던 것이다. 이 선거에서 원전 추진을 지지한 자민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자민당은 원전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으며, 재집권 후 민주당 정권이 마련한 탈원전 에너지 전략을 백지화했다.


셋째, 폐쇄적인 정책 커뮤니티(policy community)도 정책 전환을 가로막는다. 일반적으로 정책의 큰 방향은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는 정책 네트워크(policy network) 속에서 형성된다. 이 가운데는 이질적 행위자도 참여하기 쉬운 네트워크가 있는 반면, 이들을 배제하는 폐쇄적인 네트워크도 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도 에너지, 농림수산, 국토건설 분야의 정책 네트워크는 다른 분야보다 폐쇄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폐쇄적 네트워크를 정책과학에서는 정책 커뮤니티라 부른다. 정책 커뮤니티는 정책 패러다임이나 정책 수단에 대한 생각이 동질적인 행위자로 구성되며, 이질적인 행위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된 행위자는 해당 정책 분야의 주무 부처와 관련 업계 대표, 그리고 양자를 연결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이다. 정책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이해관계의 공유를 통해 서로 안락한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하려 한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나 정책 수단의 도입은 더욱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교통정책은 자동차 산업, 에너지 업계, 도로 건설 업계로 이루어진 폐쇄적 정책 커뮤니티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그 결과, 교통정책에서는 자동차 교통과 도로 건설이 중시되고, 철도·자전거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교통 인프라 정비는 뒷전으로 밀렸다. 일본의 공공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에서 도로·댐 건설 등 불필요한 공공사업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폐쇄적 정책 커뮤니티에 기반한 이익유도 시스템 때문이었다. 유럽의 농업정책 역시 전후 식량증산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커뮤니티가 지배하면서, 화학비료·살충제·공장식 축산 등 생태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농법이 장려되었다. 에너지정책, 특히 원자력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에서는 원전 추진 정책이 원자력 이용에 우호적인 정치인, 과학자, 전력업계로 이루어진 폐쇄적 정책 커뮤니티에 의해 지탱되어 왔다. 일본의 에너지정책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마을(原子力村)”이라는 표현이 널리 퍼졌는데, 이는 원전 추진을 지키려는 폐쇄적 정책 커뮤니티의 존재를 비판하는 의미에서 사용된 말이다. 이처럼 폐쇄적 정책 커뮤니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정책 수단의 도입이나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하게 거부한다.


결국,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 전환은 결코 순탄치 않다. 기득권 세력의 조직된 저항, 산업주의 사회가 가진 구조적 한계, 그리고 폐쇄적인 정책 커뮤니티의 장벽은 정책 변화의 길을 더욱 험난하게 만든다. 서두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현실은 정책 전환이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사회의 이해관계와 정치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과정임을 보여 준다. 물론 생산자 집단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이해당사자일 뿐이다. 다만 그 힘의 불균형과 제도적 장치가 문제를 낳는다. 따라서 정책 전환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이 구조적 제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


다음 글에서는 정책 전환의 촉진 요인에 관해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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