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거리에서 — 내 곡을 만들기까지

by 완서담필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노래 써클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비공식적인 모임이었다. 마음 맞는 몇 명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그 시간이 좋아서 다시 모이던 자리. 진지하게 가수를 꿈꿨다기보다는, 그냥 노래가 좋았고, 함께 부르는 시간이 좋았다.


졸업하고는, 누구나 그렇듯 사는 게 바빴다. 삶에 치이다 보니 어느 순간 기타는 손에서 놓여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오십이 가까워지던 어느 해 3월이었다. 큰 지진이 있었다. 사는 게 뭔가 싶었다. 언제나처럼 산보를 나갔는데, 그날따라 동네 악기점 쇼윈도 너머의 통기타가 유난히 반짝였다. 마치 데려가 달라는 듯 보였다. 그렇게, 충동처럼 하나를 들였다. 다시 시작이었다.


홈레코딩이라는 것도 그 무렵 알게 됐다. 작은 전자 오르간과 카혼, GarageBand, 녹음 인터페이스 — 하나둘 장비가 늘어갔다. Logic Pro는 어느새 15년째다. 이름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오래된 친구들은 안다. 그 시절부터 남겨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는 걸.


커버곡을 녹음하고, 조심스럽게 올리고, 가끔 달리는 댓글 하나에 괜히 마음이 움직이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늘 한 가지 생각이 남아 있었다. 남의 노래가 아니라, 내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하지만 나는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악보도 능숙하지 않고, 기타도 독학이었다. 귀로 듣고 외우고, 조금씩 바꾸어가며 나만의 방식을 익혀왔다. 가끔 흥얼거리다 떠오른 선율이 있었지만, 그것을 온전한 곡으로 완성하는 일은 다른 문제였다. 그 생각은 오래 한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음악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만나게 됐다. 가사를 쓰고 방향을 잡으면, 소리를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만들어진 음원을 듣고 수정하고, 다시 듣고 또 고치고 — 그 과정을 수십 번은 반복했다. “조금 더 애잔하게”, “보컬이 밝다”, “현악이 앞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을 건네듯 조금씩 다듬어갔다.


손으로 연주하고 직접 녹음하던 방식에 비하면 수월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이게 과연 내 곡일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작업을 거듭할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무엇을 담을지, 어떤 분위기로 갈지, 그 결정은 모두 내가 했다. 소리를 만들어낸 것은 도구였지만, 방향은 사람이 잡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가사는 오래 남아 있던 감정에서 시작됐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앞만 보고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황혼이 내려앉고 있었다. 고단했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그 복잡한 마음을 한 곡에 담아보고 싶었다.


“참으로 고단하고 좋았다.” 이 한 줄을 쓰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고단함과 좋음이 한 문장 안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살아보니 알게 됐다.


“수고했다 나를 다독이며.” 남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결국 스스로에게 건네는 일. 그게 이 노래의 중심이었다.


완성된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예상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 한동안 그대로 듣고 있었다. 현악이 곡을 감싸고, 하모니카가 잔향처럼 남고, 낮은 목소리가 가사를 얹으면 코러스가 그 뒤를 받친다. 그 순간, 오래전부터 부르고 싶었던, 아니 어쩌면 이미 부르고 있었던 노래가 거기 있었다.


크게 알려지면 좋겠지만, 누군가 한 번쯤 멈춰 서서, “이건 내 이야기 같다”고 느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이 노래에 내 목소리를 얹고, 기타도 한 줄 더 보탤 생각이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 조금씩 시간을 들여 완성해 가면 된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수십 년을 돌아, 자기 노래 하나를 만들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 일일지도 모른다.


황혼의 거리에서, 그 노래를 건넨다.


— 완서담필


https://youtu.be/cwrS01IbU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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