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비엔나 아침은 맑고 청명한 하늘과 함께 시작되었다. 깨끗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며, 유럽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이른 아침, 나는 아내와 여동생과 맥카페(McCafé)를 찾아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커피 한 잔을 즐겼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고, 그들의 일상 속에서 유럽의 아침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맥카페의 내부 인테리어나 운영 방식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답게 어디에서든 익숙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글로벌 브랜드의 일관된 운영 방식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조카와의 재회, 그리고 글로벌 시대의 우리 젊은이들
오늘은 미국에서 하루 늦게 합류하는 조카를 기다리는 날이었다. 그는 시애틀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진료 스케줄을 소화한 뒤 하루 늦게 출발해 비엔나에 아침 시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또 한 명의 조카 친구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조카가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조카가 온다는 소식에 기꺼이 이곳으로 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년 만의 재회에 감격한 듯,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들 했다.
젊고 건강하게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먼파워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세계를 하나의 도시처럼 여기며, 국경과 문화의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 언어, 음식, 생활방식에 거리낌 없이 적응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실감하게 했다.
세계 속에서 빛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커지고 국제적인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해외에 나올 때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세계 여권 파워 순위에서 한국 여권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세계 3위를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글로벌 시민권 자문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 2025’에서 한국 여권 소지자는 전 세계 227개국 중 192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이는 싱가포르(195개국)와 일본(193개국)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전에는 유럽 공항의 입국심사장에서 동양인이라면 일본 여권만 우대받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적의 여행객들은 꼬치꼬치 질문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여권을 제시하면 입국 심사관이 상냥하게 웃으며 도장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국민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기성세대가 이룩한 경제 성장의 결과다. K-팝, K-드라마,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반도체, 배터리, AI 기술 등 최첨단 산업에서도 대한민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해외에서도 한국을 ‘잘 사는 나라’, ‘문화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비엔나에서 느끼는 글로벌 시대의 변화
유럽은 여전히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과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비행기로 10시간 이상 걸리는 먼 나라였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높아 여행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어 번역, 길 찾기, 교통 이용이 모두 해결된다.
비엔나에서 한국 식당을 찾아가 보니, 서울의 한식당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유럽에서 한식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세계 어디서든 김치, 불고기, 비빔밥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교통도 더욱 편리해졌다.
예전에는 유럽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일일이 시간표를 확인하고, 복잡한 요금 체계를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버(Uber)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을 호출할 수 있어 거의 자가용 수준으로 편리하게 이용을 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유럽의 상점 운영 방식이었다. 한국과 달리, 토요일에는 저녁 6시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거의 모든 상점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평일에는 밤 11시까지 운영하지만, 주말에는 일찍 문을 닫는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어제저녁에 거리를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조용한 거리를 보고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비엔나에서의 셋째 날, 예술과 역사의 명소를 가본다.
오늘은 합스부르크 왕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비엔나의 쉔부른궁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유럽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이곳에서 모네, 피카소, 렘브란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미술 작품도 감상할 계획이다.
또한, 비엔나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중앙시장을 둘러보며 유럽의 휴일 일상을 경험할 예정이다.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유럽에서의 삶이 주는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다.
이렇게 비엔나에서의 셋째 날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쌓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