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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와 부다페스트에서의 피한(避寒) 여행

by 김성훈

어제 저녁, 아내와 함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했다. 서울보다 8시간 늦은 시차 덕분에 새벽부터 움직였지만, 설레는 마음에 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올겨울 한국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입춘이 지나도 영하 12~18도의 매서운 추위가 이어졌으니, 이번 유럽 여행은 자연스레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피한(避寒) 여행’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미국에 거주하는 여동생 부부와 함께하기로 했다. 각자 출발해 비엔나에서 만나 12일 동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여행하는 일정이다.


출국의 순간, 그리고 비엔나 도착까지

이른 새벽부터 준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최근 공항의 출국심사 시스템 고장으로 3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보도가 있어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큰 혼잡은 없었다. 다만, 아침 6시 인천공항의 북적임은 전에 없던 광경이었다. 아마도 설 연휴를 앞두고 많은 여행객이 몰렸던 지나번을 생각하고 모두들 일찍 나온듯하다.


인천공항 2터미널은 세계적인 공항답게 넓고 우아한 분위기로 확장을했다. 대한민국의 관문이 이처럼 멋지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에 이용하는 국민들은 자부심을 느껴도 되겠다. 출국장에서는 ‘빨리빨리’ 문화가 그대로 드러났다. 미리 도착해 여유롭게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출발 시간이 가까워져 출국장을 보니 한산하기까지 했다. 다들 예상보다 빨리 공항에 도착해 일찌감치 출국을 마친 듯했다.


국적기를 타고 비엔나까지의 비행은 13시간. 과거보다 항로가 변경되어 비행시간이 약 2시간 더 길어졌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시베리아 북극 항로 대신 중국과 중동을 우회하는 노선 때문이었다. 긴 비행 끝에 현지 시간 오후 5시, 비엔나 공항에 도착했다. 영상 5도의 흐린 날씨 속에서 서울에서 입고 온 두터운 겨울 파카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EU 국가들은 입국 심사가 간소화되어 있어, 도착 후 여권에 도장만 찍으면 자유롭게 다른 나라로 이동이 가능하다. 우버를 이용해 예약한 아파트먼트 호텔로 향했고, 헝가리 국적의 키 큰 기사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동생 부부와 그곳에서 합류를 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숙소 예약, 교통편 이용 등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 여행 준비가 이처럼 간편해진 시대에 살고 있음이 새삼 실감났다.


비엔나에서의 여행 일정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궁전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계획했다.


쉔부른 궁전에서 화려한 궁전과 소장된 미술품, 그리고 정원을 둘러볼 예정이다.


호프부르크 왕궁과 시씨 박물관을 방문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벨베데레 궁전에서는 클림트의 키스를 직접 감상하는 특별한 순간을 기대해본다.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는 타워에 올라 비엔나의 시내 전경을 내려다볼 예정이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저녁 공연을 보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와 모네의 작품을 감상할 계획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나 중앙시장을 둘러보며 다양한 음식을 구경하고 맛보고


카페 자허와 그륀틀러 커피하우스에서 오리지널 자허 토르테와 커피 한잔의 여유도 누릴 예정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에서는 비엔나와는 또 다른 매력을 구경하고 느낄것이다.


부다 왕궁에서 다뉴브 강을 내려다보며 도시의 역사를 되새긴다.


어부의 요새에서는 부다페스트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예정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세체니 온천에서 따뜻한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수영복도 준비했다.


국회의사당과 성 이슈트반 대성당에서 헝가리의 웅장한 건축미를 경험하고,


다뉴브 강변과 체인 브리지에서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예정이다.


밤이 되면 루인 바에서 독특한 로컬 문화를 체험하고,

겔레르트 언덕에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바라보며 이 도시의 매력을 구경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맞이하는 이른 봄

이번 여행은 피한(避寒) 여행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요하고 여유로운 유럽의 겨울 끝자락을 경험할 기회이기도 하다. 겨울철 유럽은 성수기만큼 붐비지 않아 더욱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다. 봄과 여름에는 단체 여행객과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지금은 비교적 한적한 거리에서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거 같다.


유럽에서의 이틀째 아침, 시차로 인해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서울은 이제 오후 3시를 지나고 있을 시간. 비엔나는 2월의 포근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기대했던 설렘이 현실이 되어 펼쳐지는 순간이다.


남은 11일간, 비엔나와 부다페스트에서의 모든 순간을 담아가려 한다. 새로운 풍경, 예술과 역사, 그리고 동생네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번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다.


비엔나의 아침은 벌써 초봄의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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